군더더기가 없다. 제이홉의 신보 ‘잭 인 더 박스’는 아티스트가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에 담아 완결성 있게 담아낸 완성도 높은 앨범이다.
15일 공개된 제이홉의 ‘잭 인 더 박스’는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2막을 여는 음반이었다. 방탄소년단은 앞선 단체 활동에서 이후 당분간 개인 활동에 주력할 것임을 밝혔다. 그간 그룹 중심으로 활동을 전개했던 방탄소년단으로선 큰 변화를 맞이한 셈이다.
그 중요한 시작점을 맡은 인물은 제이홉이었다. 보통 그룹에서 솔로 앨범이 나오면 그 첫 주자는 메인 보컬이 되는 경우가 일반적. 메인 퍼포먼서인 제이홉이 방탄소년단의 첫 주자로 나선다는 건 그 자체로 파격이었다. 선공개곡 ‘모어’는 그보다 더한 파격이었다. 올드스쿨 힙합 장르의 이 곡은 제이홉이 그간 그룹에서도, ‘치킨 누들 숩’이나 ‘홉 월드’ 같은 솔로 활동에서도 보여주지 않았던 스타일이었다. 극대화된 반주 소리 속에서 제이홉은 중얼거리는 듯한 랩과 샤우팅 스타일의 보컬로 자신은 “물 만난 물고기”라며 명예, 부를 넘어 자신은 계속 전진하고 싶다는 뜻을 피력했다. 다이내믹하게 변주하는 멜로디와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잘 들리지 않는 노랫말. 자세히 관심을 두면 놀라운 음악성을 발견하게 되는, 제이홉이라는 솔로 아티스트를 표현하기에 더없이 완벽에 가까운 곡이었다.
앨범의 더블 타이틀 곡은 ‘모어’와 ‘방화’다. ‘방화’는 제이홉이 방탄소년단으로 데뷔, 지난 9년여간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는 노래다. 음악에 쏟았던 열정을 ‘불’에 비유, 자신이 타오르기 위해 지핀 불이었는데 어느새 세상이 불타올랐고, 이제 와 끄기엔 너무 큰 불이었다고 노래한다. “과유불급이야. 박수 칠 때 떠나는 게 곧, 멋”, “이젠 나에게 물어. 그 불을 끌지 더 타오를지” 등의 가사는 제이홉을 비롯한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어떤 마음으로 2막을 준비했을지를 짐작하게 한다. 앨범에는 이 외에도 ‘인트로’를 시작으로 ‘판도라스 박스’(Pandore's Box), ‘세상에 나쁜 사람은 없다’(STOP), ‘=’(Equal Sign), ‘뮤직 박스: 리플렉션’(Music Box: Reflection), ‘왓 이프…’(What if…), ‘세이프티 존’(Safety Zone), ‘퓨처’(Future) 등 10곡이 담겨 있다. 비트가 강조된 올드스쿨 힙합 스타일로 앨범에 통일성을 부여했고, 자신에 대한 고민을 사회로 확장, 깊은 사유를 담아냈다.
‘잭 인 더 박스’를 통해 제이홉은 지금까지의 틀을 깨고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 것인지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했고, 지금도 고민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런 게 방탄소년단의 2막이라면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