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는 지난달 31일 글렌 스파크맨의 웨이버 공시를 발표했다. 스파크맨은 올 시즌 선발로만 19경기에 등판해 2승 4패 평균자책점 5.31에 그쳤다. 지난 18일 외야수 DJ 피터스를 방출한 롯데는 보름 동안 외국인 선수 2명을 교체했다.
롯데와 총액 80만 달러(10억 4000만원)에 계약한 스파크맨은 출발부터 삐걱거렸다. 코로나19 양성으로 팀 합류가 늦어졌고, 옆구리 부상으로 시범경기를 건너뛴 채 개막 엔트리에도 들지 못했다. 꽃가루 알레르기로 고생하기도 했다.
스파크맨의 교체설은 이미 석 달 전부터 나왔다. 5월 5일 KT 위즈전에서 아웃카운트 하나 잡지 못한 채 5피안타 2볼넷 6실점, 최악의 투구를 했다. 이때까지 평균자책점은 7.94였다.
구단 내에서도 여러 주장이 나왔지만, '더 두고 보자', '지금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렸다. 현장 책임자인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이 스파크맨의 기용을 고집했다. 스파크맨의 부진한 투구가 이어져도 "점점 좋아질 것"이라거나 "운이 따르지 않았다"는 평가만 내놓았다.
피터스와 마찬가지로 부진을 이유로만 교체하기는 쉽지 않았다고 한다. 외국인 투수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탓도 있다. 또 스파크맨이 5월 16일 KIA전부터 한 달간 6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38(1승)로 호투하면서, 교체 타이밍을 놓쳤다.
스파크맨은 다시 부진했다. 지난달 24일 KIA전에서는 3이닝 9피안타 6실점으로 KBO리그 역대 최다 점수 차(0-23) 패배라는 불명예 기록의 빌미를 제공했다. 다음 등판이었던 29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도 3이닝(5피안타 4실점) 소화에 그쳤다.
스파크맨의 피안타율(0.291)과 이닝당 출루허용률(1.65)은 굉장히 높다. 9이닝당 볼넷 4.57개로 제구력도 불안하다. 게다가 이닝 소화력이 떨어졌다. 부상 없이 로테이션을 소화했는데도 규정 이닝에 미치지 못했다. 84와 3분의 2이닝(경기당 평균 4와 3분의 1이닝)을 던졌을 뿐이다. 2020년 아드리안 샘슨(9승 12패 평균자책점 5.40, 130이닝)과 지난해 앤더슨 프랑코(9승 8패 5.40, 150이닝)보다 평균자책점은 조금 나았지만, 스파크맨이 책임진 이닝이 훨씬 적었다. 롯데 구단 관계자는 "스파크맨의 이닝 소화력이 떨어져 불펜 투수의 부담이 점점 커졌다"라고 했다. 결국 마운드의 연쇄 부진을 낳은 셈이다.
투구도 너무 단조로웠다. 지난달 29일 경기에선 총 투구의 96%가 직구(39개)와 슬라이더(13개)였다. 직구 최고 스피드가 시속 150㎞가 넘더라도 패턴이 단조롭다면 얻어맞기 일쑤였다. 커브와 체인지업을 가끔 섞기도 했지만, 이내 투피치로 돌아왔다.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른 롯데와 서튼 감독은 이제서야 칼을 빼 들었다. 서튼 감독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선 선발 로테이션에 도움이 필요해 교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피터스의 교체도 한 박자 늦게 이뤄졌다. 그를 대신해 7월 말 합류한 새 외국인 타자 잭 렉스는 지난주 6경기에서 타율 0.500(26타수 13안타) OPS 1.360(장타율 0.808, 출루율 0.522)으로 펄펄 날고 있다. 스파크맨 교체 타이밍을 놓친 게 아쉬움을 남기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