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8일 경기도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2 KBO리그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kt wiz의 경기. 7회말 무사 주자 없을 때 KT 알포드가 안타를 치고 기뻐하고 있다.[연합뉴스] 발 빠르게 움직인 덕에 원하는 외국인 선수와 계약할 수 있었다. 앤서니 알포드(28)와 웨스 벤자민(29)을 차례로 영입한 KT 위즈의 얘기다.
KT는 지난 5월 26일 대체 외국인 타자로 알포드와 계약했다. 알포드는 4월 24일 발가락 부상으로 이탈한 헨리 라모스의 공백을 채우기 위한 카드. 라모스의 복귀 예상 시점(6월 초)이 임박한 상황에서 KT는 외국인 타자를 바꿨다. 갑작스러울 수 있는 결정이었는데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 후보군을 리스트업한 덕분에 계약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계약을 진행한 이충무 KT 스카우트 팀장은 "라모스의 성적(18경기 타율 0.250)이 크게 떨어진 게 아니어서 (복귀와 관련한) 추세를 봤다. 생각보다 (공백이) 길어지다 보니 감독님이 교체를 바로 결정했다"며 "이전부터 대체 선수를 준비해놓고 있었다. 그래서 영입을 원했던 알포드를 데려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운동신경이 탁월한 알포드는 메이저리그(MLB) 통산 102경기, 올 시즌에도 2경기를 뛴 '현역 빅리거'다. 베이스볼 아메리카(BA)가 선정한 2016년 프리시즌 유망주 랭킹 전체 25위에 선정된 이력도 있다. KBO리그 내 복수의 구단에서 영입에 군침을 흘렸지만, 타이밍이 맞지 않아 불발됐다.
KT는 알포드의 상황을 꾸준히 체크, 교체 사인이 나오자마자 빠르게 접촉해 계약을 끝냈다. 알포드의 성적은 1일 기준 31경기 타율 0.278(115타수 32안타) 6홈런 26타점. 장타율(0.504)과 출루율(0.351)을 합한 OPS가 0.855로 준수하다. 후반기 8경기 타율이 0.364(33타수 12안타), 장타율은 0.697이다. 이강철 KT 감독은 "적응할수록 잘할 선수"라고 했다.
대체 외국인 투수로 영입돼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고 있는 웨스 벤자민. IS 포토 KT는 지난 5월 중순 윌리엄 쿠에바스를 퇴출하고 벤자민과 계약했다. 쿠에바스가 2019년부터 네 시즌을 뛴 '장수 외국인 투수'고 지난해 통합우승에 기여한 핵심 자원이라는 걸 고려하면 '깜짝 교체'였다.
KT 내부적으로 부상(팔꿈치) 회복이 더디다고 판단, 물밑에서 교체 작업을 준비했다. 그 결과 결단을 내리자마자 영입 리스트 최상단에 있던 벤자민에게 KT 유니폼을 입혔다. KIA 타이거즈와 SSG 랜더스가 외국인 투수 교체에 한 달 안팎의 시간이 걸렸지만 KT는 달랐다. 벤자민의 KT행이 발표 뒤 한 구단 외국인 스카우트는 "시장에 선수가 많지 않다. KT가 정말 빠르게 영입했다. 계약을 그렇게 빨리 발표할 수 있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벤자민의 성적은 6경기 2승 2패 평균자책점 3.23이다.
KT는 미국 현지 코디네이터 데이브 디프레이타스가 선수 관련 보고서를 거의 매일 보낸다. 이충무 팀장은 "올 시즌에도 스프링캠프 때부터 명단 준비를 했다. 지난해 관심 있었던 선수들 위주로 딱 정리해서 체크했다"며 "교체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선수 리스트를 바로 만들고 그 빠르게 체크한다. 아무리 좋은 선수도 데려오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외국인 선수 교체는 진짜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계약을 빠르게 진행하면 팀 합류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 팀 내 외국인 선수가 차지하는 비중을 이는 고려하면 성적과 직결되는 부분이다. KT는 벤자민이 KBO리그에 데뷔한 뒤 치른 35경기에서 24승 11패(승률 0.686)를 기록했다. 알포드 합류 후로 범위를 좁히면 21승 10패(승률 0.677). 대체 외국인 선수 '초스피드 영입'은 개막 후 7위에 머물던 성적을 4위까지 끌어올린 원동력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