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임찬규(31)는 로벨 가르시아의 실책 탓에 이닝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교체됐다. 하지만 마운드를 내려오는 순간 실책한 동료를 다독였다.
LG는 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원정 경기에서 4-1로 이겼다.
선발 투수 임찬규가 6과 3분의 1이닝 동안 3피안타 1실점으로 시즌 4승(6패)째를 거뒀다. 올 시즌 최고의 투구였다. 올 시즌 14번째 등판 만에 거둔 첫 번째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였다.
임찬규는 2-0으로 앞선 7회 말 1사 후 한동희에게 빗맞은 내야안타를 허용했다. 대타 고승민에게 2루수 앞 병살타성 타구를 유도했지만, LG 2루수 로벨 가르시아가 실책했다. 병살 연결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공을 놓쳤다. 임찬규는 계속된 1사 1, 2루에서 지시완에게 안타를 맞고 만루에 몰렸다.
그러자 LG 벤치는 마운드를 김진성으로 교체했다. 투구 수는 82개.
경헌호 투수 코치가 마운드에 오르자 포수 유강남을 비롯해 내야수가 하나둘씩 마운드로 걸어왔다. 그때 가르시아 가장 마지막에 합류했다. 자신의 실책으로 임찬규가 위기 상황을 맞은 뒤 마무리 짓지 못하고 교체되자 풀이 죽어 있었다.
임찬규는 글러브로 가르시아의 가슴을 툭 치며 "괜찮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임찬규로부터 공을 넘겨받은 김진성이 이학주를 희생 플라이로 처리하며 아웃카운트와 실점을 바꿔 바꿨지만, 2사 1·2루에서 추가 실점하지 않아 임찬규는 승리 투수 요건을 이어갔다.
임찬규는 "가르시아가 지금 적응하는 시기다. 본인도 더 잘하고 싶을 것"이라며 마음을 헤아렸다.
하지만 임찬규도 가르시아의 실책이 나오는 순간 아쉬운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털썩 주저앉았다. 그는 "마운드에서 감정 표현을 안 하고 싶은데 순간 그 자리에 앉아 가르시아에게 미안하더라"고 덧붙였다.
투수조 조장이자 분위기 메이커인 그는 "가르시아가 실책 후 의기소침하는 것 같아 위로도 해주고 더그아웃에서는 장난도 치고 했다"면서 "점점 컨디션이 올라왔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동료애를 보인 그는 "(가르시아의 실책도 있었지만) 이영빈의 호수비를 비롯해 야수진의 도움이 없었으면 7회 마운드에 오를 수 없었을 것"이라며 "올 시즌 처음으로 지난해 후반기 좋았을 때 모습을 찾았다"고 기뻐했다.
류지현 LG 감독은 "팀에 승리가 가장 필요한 시점에 임찬규가 최고의 호투를 펼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