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입 자동차 판매 1위 자리를 놓고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의 선두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4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BMW는 지난달 국내 시장에서 5490대를 팔아 5456대를 판매한 벤츠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BMW는 작년 동월 대비 판매량이 8.8% 줄었지만, 벤츠가 반도체 공급 부족 여파로 판매량이 23.0%나 급감하면서 전달에 이어 연속 1위 자리를 꿰찼다. BMW가 1위에 오른 것은 지난 1월, 6월에 이어 세 번째다.
올해 누적 등록 대수를 보더라도 BMW는 올해 총 4만3042대를 판매하며 4만4653대를 판 벤츠를 1611대 차이로 바짝 뒤쫓고 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양 업체 간 격차 6970대와 비교해 4분의 1도 되지 않는 규모다.
전체 수입차 판매량의 점유율로도 벤츠 29.3%, BMW 28.2%로 2% 포인트 내 '초박빙' 경쟁이다.
특히 BMW가 올해 수입차 브랜드가 전반적으로 부진한 가운데 홀로 판매량을 끌어올리면서 1위 싸움이 뜨거워지는 분위기다.
BMW는 올해 수입차 브랜드 중 유일하게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판매량이 증가한 브랜드다. 벤츠를 비롯해 아우디, 볼보, 폭스바겐 등 올해 판매량 상위권 브랜드 대부분이 지난해와 비교해 적게는 8.6%에서 많게는 23.0%까지 판매량이 감소했다. 반면 BMW는 지난해와 비교해 1.8% 판매량이 늘었다. 나홀로 성장세를 기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BMW가 벤츠를 턱밑까지 추격하게 된 배경에는 다양한 라인업을 통해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는 차량을 제공하고 있는 점이 지목된다. 실제로 올해 벤츠는 E클래스와 S클래스가 판매량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러나 BMW는 3시리즈와 5시리즈뿐만 아니라 X3·X5·X6·X7 등 SUV도 고르게 판매됐다.
이런 기조는 올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출시됐거나 출시 예정인 신차 라인업에서 벤츠보다 BMW의 주력 차종들이 많기 때문이다.
BMW는 상반기 i4·M850i 출시에 이어 하반기 7시리즈·액티브투어러·X7·3시리즈 등을 내놓을 예정이다. 최근 막을 내린 부산국제모터쇼에서 공개된 7세대 완전변경 모델 7시리즈의 경우 이달 7일 사전예약 1시간 만에 올해 도입 물량 1200대의 예약이 모두 끝났다. 반면 벤츠는 전기차 더 뉴 EQE와 더 뉴 EQS 세부 트림 정도만 출시할 계획이다.
이렇듯 양 업체가 각기 다른 신차 전략을 내놓으면서 올 하반기 수입차 시장의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BMW가 2015년 이후 7년 만에 수입차 시장 1위를 탈환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 시장에서 지난 2015년 이후 7년째 '만년 2등'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BMW의 올해 판매 추이가 심상치 않다"며 "하반기 출시 예정인 신차의 성적표에 따라 BMW가 벤츠를 잡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벤츠가 품질 논란에 휩싸인 점 역시 BMW에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자동차리콜센터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제작결함으로 시정 조치된 벤츠 차량은 총 11만3190대로 집계됐다. 이는 수입차 중 가장 많은 수치다. BMW(2만8657대)보다 4배 많다. 벤츠의 리콜 사유 중에서는 엔진 제어 장치 관련 리콜이 6만3000여 대로 가장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