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첫째 주까지 롯데의 후반기 승률은 0.214(3승 11패 1무)로 꼴찌였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잇따랐다. 8위에서 더 추락하면 포스트시즌 진출의 실낱같은 희망까지 사라질 뻔했다.
김도규가 '난세의 영웅'으로 등장했다. 지난주 4경기에서 3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0을 기록했다. 데뷔 첫 세이브를 올린 그가 주간 세이브 1위까지 차지했다. 조아제약과 일간스포츠는 8월 둘째 주 주간 MVP(최우수선수)로 김도규를 선정했다. 롯데는 8월 둘째 주 4승 1패로 반등에 성공했고, 김도규는 팀이 승리한 4경기 모두 등판했다. 그는 "이런 상을 처음 받아 굉장히 기쁘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며 웃었다.
김도규는 지난주를 돌아보며 "내 야구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 아닐까 싶다"라고 확신했다.
롯데 마무리 김원중은 코로나19 양성 판정으로 6~12일까지 이탈했다. 예상대로 최준용이 바통을 넘겨받았지만, 10일 키움 히어로즈전 4-1로 앞선 9회 말 등판해 1사 후 4연속 안타를 맞고 무너졌다. 결국 김도규가 4-3으로 앞선 1사 1, 2루에서 급하게 마운드에 올라 야시엘 푸이그와 김휘집을 각각 아웃 처리하고 경기를 매조졌다. 데뷔 첫 세이브.
김도규는 "너무 갑작스러운 등판이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엄청나게 긴장하고 떨렸다"면서 "키움 중심 타선을 상대해 막으면 '내가 한 단계 올라선다. 무조건 막자'는 생각뿐이었다"고 말했다.
김도규는 다음날에도, 그다음 날에도 또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마지막 투수로 등판했다. 11일에는 3-0으로 앞선 9회 말 2사 2·3루, 12일에는 4-1로 앞선 9회 말 1사 2루에서 나와 실점 없이 승리를 이끌었다. 그는 "한 번쯤은 세이브 상황에서 던져보고 싶었는데 이뤘다.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3경기를 모두 막아 기쁘다"라고 했다.
우완 투수 김도규는 2018년 2차 3라운드 전체 23순위로 입단해 박격포병으로 군 복무했다. 그는 "부대에서 내가 운동선수라는 점을 고려해 많이 지원해주셨다. 더군다나 LG 트윈스 송찬의(2022 시범경기 홈런왕)와 같은 부대에 몸담아 일주일에 2~3번 캐치볼을 했다"며 "덕분에 감각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김도규는 지난해 1군에 데뷔, 43경기에서 2승 1패 5홀드 평균자책점 5.79를 기록했다. 올 시즌엔 18일 기준으로 3승 3패 3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1.70으로 한층 좋아졌다. 17일 두산 베어스전에는 6-5로 쫓긴 6회 초 1사 1·3루에서 선발 투수 찰리 반즈에게 마운드를 넘겨받아 아웃카운트 1개와 득점을 맞바꿨을 뿐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김도규가 위기를 잘 넘긴 덕에 롯데는 곧바로 6회 말 2점을 뽑아 8-6으로 이겼다. 18일 KT 위즈전에는 1-0으로 앞선 7회 초 선발 투수 댄 스트레일리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추격조에 가까웠던 그는 최근에는 점점 중요한 상황에서 기용되고 있다.
김도규의 매력은 큰 체구(1m92㎝, 118㎏)에서 뿜어나오는 묵직한 직구다. 올 시즌 36이닝 동안 피홈런이 단 1개다. 그는 "지난해보다 체중이 10㎏ 늘었다. 릴리스 포인트가 높은 편"이라고 전했다. 직구 평균 스피드가 시속 140㎞ 초반대이지만 "묵직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여기에 스플리터를 섞어 위력을 발휘한다. 피안타율은 0.203로 낮다. 김도규는 "올 시즌 자신감이 생겼다. 키움 3연전에서도 '무조건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김원중이 돌아왔고, 최준용은 팔꿈치 부상으로 빠져있다. 마무리 보직에 대해 묻자 "욕심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6~7회에 주로 등판했다. 원래 위치로 돌아가 열심히 하다 한 번쯤 또 (세이브 상황에서) 올라가면 좋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많이 던지는 투수가 되고 싶다. 팬들이 '마당쇠'라고 불러주시더라. 그런 이미지를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