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 미드필더 기성용은 최근 주장직을 내려놓았다. [사진 프로축구연맹] 프로축구 K리그1(1부) FC서울 미드필더 기성용(33)은 최근 주장직을 내려놓았다. 1년 7개월 동안 감내했던 ‘FC서울 주장’이라는 부담에서 벗어났다. 후임 주장은 젊은 공격수 나상호(26)가 물려받았다. 안익수 서울 감독은 “발전하기 위해 심사숙고하는 과정에서 (기성용의 주장직 반납과 나상호의 주장 선임을) 결정했다”고 했다.
주장 시절 기성용은 경기 중 상대 선수와 신경전을 자주 펼치지 않았다. 판정에 의구심을 가진 동료가 심판에게 항의할 때 적극적으로 먼저 다가가 중재하기도 했다. 흥분된 팀 동료를 진정시키는 역할을 했다. 후배에게 먼저 다가가 응원도 북돋워 줬다. 19세 신예 공격수 강성진은 “성용이 형이 ‘할 수 있다’, ‘하고 싶은 대로 해라’며 힘을 실어줬다”고 말한 바 있다.
주장의 무게를 벗어던진 기성용이 달라졌다. 후배들을 대신해 스스로 ‘싸움닭’이 됐다. 상대 선수에 먼저 강한 태클을 시도했다. 판정에 불만이 있으면 심판에게 강하게 어필을 했다. 평소 보지 못하던 모습에 팬들 사이에서는 기성용이 “녹색 견장(분대장)을 내려놓은 말년 병장 같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성남FC와 벌인 K리그1 2022 24라운드 홈 경기에서도 그랬다. 전반 29분 최후방 수비라인 앞에 위치한 기성용이 상대 진영까지 올라와 성남 김민혁을 향해 태클하는 등 강하게 압박했다. 후반 4분엔 공 소유권 판정에 대해 심판에게 강하게 어필했다. 후반 30분에도 상대와 공 경합 끝에 경고 카드를 받았다.
기성용은 “시즌 중 주장을 교체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나상호를 비롯해 조영욱 등 젊은 (주장단) 선수들이 책임감을 가졌으면 좋겠다”라며 “주장이 아니더라도 내가 할 역할은 정해져 있다. 고참으로서 솔선수범하고, 선배로서 팀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주장 완장만 반납했을 뿐이지 내가 팀에서 해야 할 역할은 똑같다”고 말했다.
기성용은 팀 내 선수들이 부진한 경기력을 보일 때마다 라커룸에서 쓴소리를 마다치 않는 ‘라커룸 리더’였다. 팀이 더 분발해 ‘축구 명가’ 서울다운 경기를 보여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이었다. 그만큼 경기력에서도 기성용이 가진 책임감은 남다르다. 패스 위주의 플레이로 중원까지 공격 전개를 하는 안익수 감독의 전술에서 기성용은 팀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프로축구연맹이 제공하는 데이터 포털에 따르면, 기성용은 2041회 패스 성공으로 리그 전체 1위다. 공격지역 패스(321회·5위) 중앙지역 패스(1273회·2위) 전방 패스(600회·4위) 등에서 리그 상위권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경기 출전 수에서 기성용의 진가가 드러난다. 서울이 소화한 27경기 중 25경기에 출전해 21경기를 풀타임으로 뛰었다.
올 시즌 공격 포인트 1개(도움)밖에 없지만, 베테랑 기성용의 헌신은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기성용은 “날씨가 더워서 어려움이 있지만, 큰 부상 없이 (시즌을) 잘 소화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더 큰 목표를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팀 내에서 최고참인데, 어린 선수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배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뛰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