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에도 타석에서의 존재감을 이어가고 있는 이정후. 하지만 150㎞/h 이상 강속구 상대 타율이 크게 떨어져 보완이 필요한 상황이다. IS 포토 이정후(24·키움 히어로즈)는 자타공인 KBO리그 최고의 타자다. 통산 타율이 0.339로 3000타석 기준 역대 1위. 지난 시즌에는 데뷔 첫 타격왕 타이틀까지 차지했다. 올 시즌에도 타격 1~3위를 오가면서 타격왕 2연패에 도전 중이다.
뛰어난 타격 능력을 갖췄지만, 이정후의 약점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야구통계전문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이정후는 올 시즌 150㎞/h 이상 구속(구종 불문) 타율이 22일 기준 0.214(14타수 3안타)로 낮다. 140㎞/h 이상~150㎞/h 미만 구속 타율은 0.338(160타수 54안타)으로 강하지만 150㎞/h 이상 강속구에는 대처가 잘 되지 않았다. 시즌 19개의 홈런 중 직구(포심 패스트볼)를 공략한 게 11개. 이 중 시속 150㎞의 빠른 공을 때려낸 건 2개에 불과하다.
2020시즌만 하더라도 이정후는 150㎞/h 이상 구속 타율이 0.462(13타수 6안타)로 높았다. 지난 시즌에도 0.444(9타수 4안타)로 강점이 뚜렷했다. 리그 내 강속구 투수가 적어 표본이 많은 건 아니지만 매년 4할 이상의 고타율을 꾸준히 기록했다. 올 시즌에는 다르다. 강속구 투수 공략은 대부분의 타자가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이정후가 리그를 대표하는 교타자 중 한 명이고, 완성형 타자에 가장 근접한 선수라는 걸 고려하면 눈길을 끄는 '약점'일 수 있다.
프로 6년 차인 이정후는 현재 해외리그 진출을 노린다. 국제대회 출전으로 인한 등록일수 보상을 더하면 이번 시즌 뒤 '1군 등록일수 7년'을 채운다. 내년 시즌이 끝나면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해외진출이 가능한 만큼 미국 메이저리그(MLB) 구단의 관심을 받고 있다. 실제 빅리그 스카우트들이 키움의 홈구장인 고척 스카이돔을 방문, 이정후를 체크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강속구를 어떻게 대처하느냐는 향후 빅리그 무대를 밟더라도 '생존'과 직결될 수 있는 부분이어서 스카우트들이 관심 있게 지켜보는 포인트다.
2021시즌을 앞두고 이정후의 '히어로즈 선배'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빅리그행이 확정됐을 때 미국 현지 언론에선 '빠른 공 적응'을 우려했다. MLB 기록 전문 사이트 팬그래프닷컴은 'KBO리그에는 시속 88~90마일(141.6~144.8㎞) 직구를 던지는 투수들이 많지만 95마일(152.8㎞)을 찍을 수 있는 투수는 극소수에 불과하다'며 '국제대회에서나 그런 속도(강속구)를 볼 수 있었지만 매일 상대하는 건 다른 문제가 될 수 있다. 향후 조정 기간이 필요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 김하성은 빅리그 첫 시즌인 지난해 117경기 타율이 0.202(267타수 54안타)로 부진했다. 94마일(151.2㎞) 이상 빠른 공 공략에 애를 먹은 탓이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강속구 공략을 곧잘 해내면서 개인 성적도 반등했다. 빅리그 롱런 여부를 결정하는 요소 중 하나가 빠른 공 대처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송재우 MLB 해설위원은 "김하성은 (강속구에 대처하기 위해) 작년보다 스윙 폭을 줄였고 그 결과 더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며 "이정후는 지금까지 문제가 있으면 계속해서 보완을 해왔다. 타격폼이 굳어진 게 아니라 조금씩 변화의 과정이 있었는데 접근 방법을 달리하면 충분히 반등할 수 있다. (강속구 타율이) 문제라고 판단하면 대비를 할 거"라고 말했다.
송재우 위원은 이어 "이정후가 만약 30대 중반의 선수라면 '나이에 따라 스윙 스피드가 떨어졌나'라고 의심할 수 있지만 20대 중반의 젊은 선수다. 이야기를 나눠본 몇몇 MLB 스카우트는 이정후에 대해 관심이 높고 진지하게 생각하더라. 다만 (빠른 공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올해의 추세가 내년까지 이어진다면 이정후를 바라보는 스카우트의 시선이 약간 달라질 순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