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개인용과 업무용 2개의 스마트폰을 번거롭게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 하나의 폰으로 두 개의 번호를 쓸 수 있는 이심(eSIM) 서비스가 상용화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고가의 요금제에 가입할 필요가 없이 저렴한 비용으로 번호를 추가할 수 있다. 카카오톡·페이스북과 같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 계정도 하나씩 늘어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KT가 이동통신 3사 중 가장 먼저 이심 활용 요금제를 내놓는다. 내달 1일 '듀얼번호' 요금제를 출시할 계획이다.
알뜰폰 사업자인 KCT(티플러스)가 2020년 7월 처음으로 이심 요금제를 선보였는데, 이통사가 이심 상품을 판매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단말기 1회선 2번호'를 지원하는 이통 3사의 기존 듀얼넘버 서비스와 달리 이심은 '1단말기 2회선 2번호'다. 보조 번호로 전화를 걸 때 상대방 연락처 앞에 고유번호를 입력해야 했던 불편함을 해소한 것이 특징이다.
이심은 기존 유심과 동일하게 가입자를 식별하는 역할을 하지만 칩 대신 프로파일을 다운로드하는 방식을 쓴다. 하나의 폰으로 2개 번호를 적용하는 '듀얼 심'을 구현할 수 있다.
정부는 가계통신비 부담을 완화하고 고객 선택권을 넓히기 위해 알뜰폰 지원책을 마련한 데 이어 이번 이심 도입을 추진했다. 지난해 7월 이통 3사와 유관기관이 협의체를 만들어 제도적·기술적 기반을 닦았다.
KT의 듀얼번호 요금제는 유심과 이심을 동시에 쓴다. 일반 요금제에 가입한 고객에게 월 8800원에 두 번째 번호용 데이터 1GB를 지급한다.
이를 모두 소진하면 최대 400Kbps 속도로 데이터를 무제한 제공한다. 400Kbps 속도는 메시지 송수신과 인터넷 서핑에는 무리가 없지만 고화질 영상을 시청할 때는 제한적인 수준이다.
KT 듀얼번호는 일반 요금제와 똑같은 통신망을 활용한다.
5G 일반 요금제를 쓰고 있으면 듀얼번호 요금제도 5G 전용으로 가입해야 한다. 약정이 없어 가입과 해지가 편하고, 주 번호의 음성과 문자를 두 번째 번호로 공유할 수 있다.
고객은 이심으로 알뜰폰을 포함한 여러 통신사를 조합할 수 있다. 보조 회선도 선택약정으로 요금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모든 스마트폰에서 이심을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삼성전자가 지난 26일 공식 출시한 '갤럭시Z 플립4'(이하 갤Z플립4)와 '갤럭시Z 폴드4'가 이심을 지원한다. 애플 제품은 iOS 12.1 및 이후 버전이 설치된 '아이폰XS' 및 후속 모델부터 이심을 쓸 수 있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는 카톡과 인스타그램 등의 복수 계정을 뒷받침한다. 아이폰은 전화·메시지만 2개의 회선을 이용할 수 있다.
두 번째 번호 등록은 간단한 설정만 거치면 된다.
아이폰의 경우 QR 코드로 스캔하면 이심을 다운로드하고 신규 요금제를 추가하는 화면이 나온다. 이후 업무용·개인용·메인·보조·셀룰러 데이터·여행용 중 하나의 레이블을 지정하면 된다. 고객이 직접 입력할 수도 있다.
연락처에 없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거나 메시지를 보낼 때 사용하는 전화번호는 별도로 선택해야 한다. 주소록에 등록한 사람에게는 마지막으로 걸었던 번호로 알아서 연락이 간다. 전화를 걸거나 메시지를 보내기 전에 정보 버튼을 눌러 번호를 바꿀 수 있다.
듀얼 심 상태에서는 화면 상단에 2개의 통신사와 신호 세기가 뜬다. 상황에 따라 회선을 선택하는 과정이 번거로울 수 있지만 개인정보나 사생활 노출을 우려하는 고객에게 유용하다.
시장 반응은 벌써 뜨겁다.
KT가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주연 박은빈을 앞세운 듀얼번호 홍보 영상은 지난 16일 공개 이후 보름이 채 되지 않아 조회 수 400만회를 찍었다. 해당 영상에서 박은빈은 갤Z플립4로 가입한 듀얼번호 요금제로 배우와 일반인의 일상을 분리한 모습을 보여줬다.
KT는 듀얼번호 가입 인증샷 이벤트 등 공격적인 프로모션으로 듀얼 심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조만간 이심 전용 요금제를 내놓을 전망이다.
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