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KBO)는 오는 11월 부산과 서울에서 미국 메이저리그(MLB) 올스타와 KBO리그 올스타가 친선 4경기를 소화한다고 지난 26일 발표했다. MLB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한국에 방문하는 건 1922년 이후 100년 만이다. 모처럼 빅경기가 성사된 건 MLB 사무국의 국제화 정책의 하나로 보면 될 것 같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공을 들이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WBC는 올림픽, 아시안게임과 달리 MLB 사무국이 주관하는 국제 대회다. 2021년 코로나19 탓에 연기됐던 5회 대회가 내년 3월 열린다.
미국은 역대급 선수들이 차례로 대회 참가 의사를 밝히고 있다. 29일까지 참가가 확정된 10명의 선수 면면만 봐도 화려하다. 먼저 포수는 JT 리얼무토(32·필라델피아 필리스)가 나선다. 리얼무토는 통산 올스타 3회, 실버슬러거 2회, 골드글러브를 1회 차지한 공·수 겸장 안방마님이다. 포수로는 보기 드물게 주루 능력까지 준수해 올 시즌 16번의 도루(27일 기준)를 시도해 모두 성공했다. 통산 타율이 0.275이고, 2018년과 2019년에는 2년 연속 20홈런을 때려냈다. 통산 도루 저지율도 35%로 준수하다.
1루수는 폴 골드슈미트(34·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출전한다. 골드슈미트는 올 시즌 타격 3관왕과 내셔널리그(NL) 최우수선수(MVP)를 노리고 있다. 타율 0.338(1위) 105타점(1위) 33홈런(2위)을 기록 중이다. 골드슈미트는 MVP 수상 경력이 없지만, MVP 투표에서 2위에 두 번이나 이름을 올린 이력이 있다. 통산 300홈런과 1000타점을 넘어선 베테랑이기도 하다. 또 다른 1루수 자원인 피트 알론소(28·뉴욕 메츠)도 WBC 무대를 밟는다. 알론소는 2019년 데뷔와 동시에 53홈런을 기록, 2017년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가 세운 신인 최다 홈런 기록(종전 52개)을 경신했다. 알론소는 올 시즌에도 홈런을 31개나 때려냈다. 골드슈미트가 1루를 맡으면 그가 지명타자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2루수는 트레버 스토리(30·보스턴 레드삭스)가 맡을 전망이다. 스토리는 통산 올스타 2회, 실버슬러거도 2회 차지했다. 현재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지만, 빅리그 7년간 173개의 홈런을 터트린 슬러거다. 스토리와 키스톤 콤비로 뛸 2루수 팀 앤더슨(29·시카고 화이트삭스)은 2019년 아메리칸리그(AL) 타격왕 출신으로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올스타에 선정됐다. 한 시즌 20개의 도루를 거뜬하게 성공할 수 있는 빠른 발도 갖췄다.
MLB 최고의 3루수로 평가받는 놀란 아레나도(31·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도 미국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다. 과거 '류현진 킬러'로 불렸던 아레나도의 기량은 여전하다. 올 시즌 10년 연속 골드글러브를 받을 게 유력하다. 아레나도는 특히 그해 골드글러브 수상자 중 가장 뛰어난 수비를 보여준 선수에게 수여되는 플래티넘 골드글러브까지 5회나 수상한 '수비 괴물'이다. 공격이 약한 것도 아니다. 통산 홈런이 295개에 이른다.
미국 대표팀의 외야수는 그야말로 'MVP 군단'이다. 가장 먼저 참가 의사를 밝힌 건 MLB 최고의 스타 마이크 트라웃(31·LA 에인절스)이다. 2012년 AL 신인왕 출신인 트라웃은 MVP 3회, 실버슬러그 8회를 비롯해 굵직굵직한 개인 커리어를 쌓았다. 우승 반지를 빼고 모든 것을 다 갖춘 선수다. 통산 타율(0.303)과 홈런(337개) 모두 무시무시하다. 허리 부상 영향으로 최근에는 도루를 거의 하지 않는다는 점이 상대 팀에게 그나마 위안거리다.
브라이스 하퍼(29·필라델피아)도 WBC를 기다리고 있다. 하퍼는 2012년 NL 신인왕 출신으로 2015년과 2021년 NL MVP를 두 차례 수상했다. 통산 홈런이 282개로 올스타에만 무려 7번 뽑혔다. 올해 LA 다저스를 최고 승률 팀으로 이끄는 리드오프 무키 베츠(30)도 WBC에 출전한다. 베츠는 1번 타자를 맡지만 올 시즌 홈런이 29개에 달한다.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뛰던 2018년에는 AL MVP로 선정됐다. 2018년에는 30-30 클럽에 가입했을 정도로 파워와 스피드를 겸비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올스타와 실버슬러거를 받은 세드릭 멀린스(28·볼티모어 오리올스)와 올스타 외야수 카일 터커(25·휴스턴 애스트로스)도 WBC 출전 의사를 밝혔다. 멀린스는 지난해 30-30을 달성했고 터커도 30홈런을 때려낸 거포. WBC 미국 대표팀은 언뜻 살펴봐도 상대 팀에게 두려움을 주는 선수 구성을 갖췄다. 이들의 계약 총 규모가 18억 달러(2조4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올스타급 선수들이 더 추가될 전망이다.
과거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을 앞세웠던 NBA 드림팀이 올림픽 금메달을 따냈듯, WBC 미국 대표팀도 명성에 걸맞은 성적표를 받을 수 있을까. 혹시 이들을 저지할 팀이 있을까. '한국 대표팀이 그런 역할을 해내면 어떨까'라는 생각에 벌써 마음이 내년 3월에 가 있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