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난데스는 지난 2일 잠실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3회 말 유격수 병살타를 기록했다. 올 시즌 30번째 병살타로 KBO리그 역대 최다 기록이다. 현재 페이스가 끝까지 이어진다면 그는 올 시즌을 병살타 38개로 마무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전에도 페르난데스는 이미 '역대급' 병살 타자였다. 지난 2020시즌 그는 총 26개의 병살타를 쳤다. 종전 최고 기록이었던 2017년 윤석민(당시 넥센 히어로즈·KT 위즈)과 최준석(당시 롯데 자이언츠·이상 24개)을 넘는 신기록이었다. 2021년에도 25개로 버금갔다.
매년 병살타를 양산하는 건 페르난데스 특유의 땅볼 타격 탓이다. 페르난데스의 타격 자체가 부진한 건 아니다. 올 시즌 타율 0.298로 133안타와 2루타 20개를 기록 중이다. KBO리그에 데뷔한 2019년 이후 통산 타율 0.326, 장타율 0.483으로 중장거리 타자로 준수한 성적을 남겼다.
안타 생산엔 능하지만, 페르난데스는 이 기간 가장 많은 땅볼 아웃(206개)도 기록하고 있다. LG 트윈스 이천웅(187개) KIA 타이거즈 김선빈(181개) 등 단타를 많이 치는 타자들과 비교해도 독보적인 숫자다. 이들의 4년간 장타율은 각각 0.374, 0.401로 페르난데스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뜬공/땅볼 비율을 살펴봐도 페르난데스는 0.53개로 같은 기간 홍창기(LG) 하주석(한화 이글스) 다음가는 3위다.
특유의 타격 스타일 때문이다. A구단 전력분석원은 “페르난데스는 강한 땅볼을 많이 치는 타자다. 그만큼 타율이 높지만 병살타도 따라오는 것”이라며 “홈런 타자들과 달리 30도가 넘어가는 뜬공 타구가 매우 적다. 반면 땅볼성 타구의 비율은 매우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메이저리그(MLB) 기준으로 시속 98마일(158㎞) 속도의 타구가 배럴 타구(통계적으로 평균 타율 0.500, 장타율 1.500 이상을 기록하는 타구)가 되려면 발사각이 26도에서 30도 사이여야 한다. 페르난데스는 장타보다는 내야진을 뚫고 날아가는 강한 안타를 생산해왔다. 이런 안타의 대가로 병살타를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고유의 스타일을 고려한다고 해도, 올 시즌 병살타가 유독 많은 게 사실이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무너진 타격폼을 지적했다. 김 감독은 “현재 몸의 스피드가 현저히 떨어진다. 히팅 포인트를 잡고 몸통 회전력을 통해 공을 때려내야 한다"며 "페르난데스는 콘택트는 여전히 잘하지만, 포인트가 좋지 않다. 낮은 투구에 몸이 앞으로 나가서 (좋지 못한 포인트에서) 약하게 콘택트한다. 좋을 때는 높은 볼도 잡아당겨서 안타로 만들던 선수다. 그런데 본인이 자꾸 (방망이가) 늦다고 느끼니 포인트를 앞에 두고 친다. 그래서 나쁜 공을 자꾸 건드린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