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숫자로 만들고 있는 박병호. 사진=KT 위즈 박병호(36·KT 위즈)는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웨이트 트레이닝 강도를 예년보다 줄이려 했다. 그는 "나이를 먹고 고참급 선수가 되면, 활용하는 운동 기구의 무게를 줄여야 한다는 조언을 이전부터 자주 들었다. 근력을 유지하려다가 몸이 굳고 유연성이 떨어지면 타격에 악영향을 미칠 것 같기도 했다"고 돌아봤다. 실제로 그가 그동안 프로 무대에서 지켜본 선배들 대체로 나이가 들수록 강도를 줄였다고.
박병호는 KT 입단 뒤 생각을 바꿨다. KT 트레이닝 파트 코치들로부터 "굳이 웨이트 트레이닝 강도를 줄일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들었기 때문이다. 박병호는 "코치님들은 내 장점(파워)을 계속 살려야 한다고 봤다. 젊었을 때보다 (나이가 들면) 근육이 덜 생기기 때문에, 근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하더라"면서 "아무래도 내 또래 선수들은 (선배나 지도자의) 경험과 말을 더 믿는 편이다. 지금 나는 트레이닝 전문가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게 되더라"고 전했다.
의구심을 지운 박병호는 웨이트 트레이닝 시간과 강도를 줄이지 않았다. 단백질 섭취량을 늘리는 식단 관리도 병행했다. 운동 프로그램에는 조금 변화를 줬다. 구자욱 KT 트레이너 파트장은 "(기구를 드는) 무게는 이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선수가 순간적으로 큰 힘을 낼 수 있도록 순발력을 강화하는 프로그램을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부상 방지를 위해 손목이나 어깨 등 특정 부위 근력을 강화하는 프로그램도 박병호에게 제시했다.
박병호는 8월까지 32홈런을 기록, 이 부문 리그 1위를 지키고 있다. 지난달 홈런 생산 페이스는 이전보다 떨어졌지만, 앞서 겪은 슬럼프와 달리 타격감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타율은 0.278, 타점은 11개를 기록했다. 체력이 저하하는 여름을 비교적 잘 넘겼다. 웨이트 트레이닝 효과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박병호는 전반기 두 차례 슬럼프를 넘긴 뒤 타격 코치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큰 부상 없이 파워를 유지할 수 있게 도와준 트레이닝 코치들의 도움도 잊지 않았다.
박병호는 "이전까지 과학적인 근거 없이 막연하게 갖고 있던 운동에 대한 생각을 트레이닝 코치님들 덕분에 바꿀 수 있었다. 무엇보다 (몸 관리에 힘들어서) 나 자신과 타협하려고 할 때, 옆에서 채찍질로 나를 자극해줬다. 그 덕분에 힘을 유지하는 것 같다. 그게 좋고 고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자욱 파트장은 "박병호는 루틴을 철저하게 지키는 선수다. 홈 평일 경기(오후 6시 30분 시작) 기준으로는 오전 10시 30분 야구장에 출근하는 선수다. 그래서 우리(트레이닝 파트) 출근 시간도 빨라져 힘들다"며 웃어 보이더니 "박병호는 '내가 경기 몇 시간 전에 어느 정도 강도로 운동했을 때 가장 좋은 경기력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잘 안다. 휴식 정도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아는 범위 내에서 몸 관리에 대한 설명과 제안을 하는 것뿐이다. 선택은 선수 몫이다. 더 좋은 경기력을 위해 귀를 기울이고, 이를 철저하게 실천하는 박병호의 모습에 자주 감탄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