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호는 아마추어와 훈련원(졸업성적 10위) 시절에서조차 중위권이었던 평범한 선수였지만 현재 특선급(S1반)에서 당당하게 활약하고 있다. 그는 프로 데뷔 후 급격한 변화보다는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하는데 초점을 맞춰 돌풍의 중심에 섰다.
지난 7월 17일 부산 대상경주에서는 유력한 동반입상 후보였던 김희준, 정재원을 밀어내고 준우승을 차지했다. 생애 첫 대상 입상이었다.
이태호는 ‘반전의 사나이’로 팬들에게 인기도 높다. 경주 후 객석 여기저기에서 갈채가 쏟아지고, 각종 경륜 관련 커뮤니티에서도 이태호와 관련된 후기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태호의 매력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상대가 누구든 또 특정 라인이 아무리 강력해도 주눅 들지 않는 ‘불굴의 투지’를 갖고 있다.
특선급은 SS반을 중심으로 2진급까지 어느 정도 틀이 정해져 있다. 마치 퍼즐의 조각처럼 축, 그리고 초반 후위를 확보할 마크 선수가 주로 득점이나 인지도, 지역 친분 등으로 맞춰지기 때문이다. 이 틀을 깬다는 건 생각처럼 쉽지 않다.
하지만 이태호는 과감하게 또 저돌적으로 들이대고 자신만의 주 전법을 여지없이 구사한다. 쟁쟁한 2진급 마크맨들이 이태호 앞에서 추풍낙엽처럼 떨어진 경우는 지금까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고 또 그 과정이 드라마틱하다.
두 번째는 수준 높은 테크닉이다. 이태호가 마크를 빼앗는 타이밍은 동물적인 감각이라 할 정도로 절묘하다. 0.1~1초 사이 순식간에 벌어져서다.
또 높게 평가하고 싶은 부분은 뛰어난 가성비다. 흔히 몸싸움을 즐기는 선수는 낙차를 유발시켜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태호는 지난 2019년 12월 이후 낙차도 없었거니와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바가 없다. 공포의 대상이기보다는 효율성이 뛰어난 ‘가성비 갑의 선수’란 표현이 더 어울리고 있다.
세 번째는 마크형이란 한계에도 전제 라인을 좌지우지할 만큼 템포를 조절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점이다. 속도를 올려야 할 때 상대 또는 반대 라인을 막아내거나 내·외선에서 누르고 밀어 올리는 능력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단순히 한두 선수를 밀어내는 것이 아닌, 많게는 네다섯 명을 상대로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동료들은 이태호를 향해 “노력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고 평가한다. 엄청난 강훈을 하루도 빠짐없이 실시 중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태호를 가리켜 강광효, 김철석, 김우년, 박일호 이후 맥이 끊긴 벨로드롬 테크니션의 계보를 잇는다고 호평하고 있다.
박창현 전문가는 “언제부터인가 강축에 득점 2, 3위가 아무 저항 없이 그 뒤를 따르는 식상하고 단순한 전개를 부수는 이태호의 모습에 팬들은 통쾌함을 느끼고 있다”며 “안전을 바탕으로 보다 세련되고 박진감 넘치는 경기 운영이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