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K리그2(2부) 안산 그리너스가 달라졌다. 변환점은 지난 7월 8일 사령탑 교체였다. 조민국 감독이 성적 부진을 이유로 자진 사퇴한 후 임종헌(56) 코치가 감독대행을 맡았다. 이후 안산은 11경기에서 5승 3무 3패를 기록했다. 리그 최하위인 11위에 처졌던 안산은 상승세를 제대로 타면서 승점 35(8승 11무 15패)를 획득, 리그 7위가 됐다.
안산이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자 임종헌 감독도 대행 꼬리표를 떼고, 지난 8월 11일 정식 사령탑이 됐다. 임종헌 감독은 지휘봉을 잡자마자 선수들과 소통에 힘썼다. 개인 면담을 하며 선수들의 속내를 파악했다. 태국에서 지도자 생활을 했던 그는 아스나위(인도네시아), 티아고, 두아르테(이상 브라질) 등 외국인 선수들과도 공감대를 쌓았다.
임종헌 감독은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나이 차이가 꽤 나는데도 직접 소통하니 선수들이 나를 믿고 따라온다. 선수들한테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하려고 상당히 노력했다. 선수들이 훈련에 임하는 자세가 달라졌다. 누구든 훈련부터 열심히 참여하고 자신이 가진 능력을 잘 보여주면 경기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해줬다”고 말했다.
훈련과 경기에 성실히 참여하는 선수들에게는 출전 기회를 부여했다. 간절함을 바탕으로 한 땀방울이 정당한 보상을 받게 했다. 올 시즌부터 안산 코치로 부임해 계속해서 눈 여겨봤던 김경준, 송진규, 이상민 등이 감독의 믿음에 응답했다. 임종헌 감독은 “간절함을 끄집어내는 게 쉽지 않은데 우연히 잘 맞아떨어졌다. 팀을 위해서 해줘야 할 선수들이 잘해주고 있다”고 했다.
정신력만 강조해서는 안 된다. 자원 안에서 최고의 효과를 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전술 변화도 눈에 띈다. 임종헌 감독은 포백에서 스리백으로 전환했고, 아스나위를 윙포워드에서 자신의 주 포지션인 사이드백으로 포지션을 변경해 줬다. 정규리그에서 공격 포인트가 없었던 ‘인도네시아의 손흥민’ 아스나위는 임종헌 체제에서 2골·2도움을 기록했다.
빠른 패스 연결을 통한 역습도 임종헌 감독이 추구하는 주된 전술이다. 임종헌 감독은 “선수 구성에 맞게 전술을 구사하는 게 지도자의 역할이다. 무조건 내 색깔을 강요할 수 없다”라며 “전력상 안산은 상대를 초반부터 압도하지 못한다. 선수들한테 공격을 위한 수비를 하자고 했다. 수비 후 역습이 굉장히 빨라졌다. 선수들이 이 부분이 확실히 달라졌다”고 했다.
안산은 강팀과 견줘도 버티는 힘이 생겼다. 임종헌 체제에서 기록한 3패는 모두 한 점 차였다. 리그 선두 광주FC와도 0-0으로 비겼다. 임종헌 감독은 “지도자와 선수들 간 믿음이 생겼다”라며 “시기적으로 팀이 확 바뀌는 게 쉽지 않다. 올 시즌을 6~7위로 마무리하고, 내년에는 지금보다 더 좋은 팀으로 만들 것이란 자신감이 생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