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에이스 양현종(34)이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지난 6일 울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6이닝(3실점)을 소화하며 시즌 150이닝을 돌파, 8시즌 연속(2014~2022·미국 무대에 진출한 2021시즌 제외) '150이닝 투구'를 달성했다.
이강철(1989~1999) 정민태(1995~2004·이상 은퇴)에 이어 KBO리그 역대 3번째이자, 좌완 투수로는 최초 기록이다. 양현종은 개인 통산 2139와 3분 1이닝을 마크하며 이강철이 갖고 있던 종전 타이거즈 소속 투수 통산 최다 이닝(2138)도 넘어섰다.
양현종은 올 시즌 대기록을 쏟아내고 있다. 4월 14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선 최연소 통산 2000이닝 투구를 달성했고, 6월 13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선 통산 153번째 승리를 거두며 역대 다승 3위로 올라섰다. 이후 5승을 추가하며 역대 2위인 정민철(161승·은퇴)의 기록에 다가섰다. 지난달 18일 NC 다이노스전에선 역대 4번째로 8시즌 연속 세 자릿수 탈삼진을 기록하기도 했다.
'단일시즌' 150이닝 달성은 이런 대기록과 비교하면 대단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올 시즌 양현종에게는 그 의미가 특별할 수밖에 없다.
양현종은 2021시즌을 앞두고 텍사스 레인저스와 계약, 메이저리그(MLB) 무대에 도전했다. 우여곡절 끝에 빅리그 마운드에 올랐지만, 12경기에서 승리 없이 3패 평균자책점 5.60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마이너리그(트리플A)에서도 등판한 10경기에서 5점(5.60)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이런 이력이 지난겨울 KIA와의 FA(자유계약선수) 협상에 영향을 미쳤다. KIA는 한 살 더 먹은 양현종의 나이, 미국에서의 퍼포먼스를 기준으로 선수의 미래가치를 평가했다. 보장액과 옵션 총액이 비슷한 조건을 제시했다. 양현종은 이런 대우에 자존심이 상했고, 협상도 난항이 이어졌다. 결국 양현종은 옵션(48억원)보다 보장액(55억원)이 더 많은 계약서에 사인했다.
양현종은 기량 저하를 의심하는 시선을 받으며 올 시즌에 나섰다. 그리고 매달 대기록을 쏟아냈고, 선발 투수 내구성을 평가하는 기준인 150이닝까지 보란 듯이 넘어섰다. 선발 로테이션도 거르지 않았다. 김종국 KIA 감독이 휴식을 권유하자 양현종은 "팀 순위 경쟁이 치열한 시점이기 때문에 빠질 수 없다"며 마다했다. 8월 4경기 연속 4점 이상 내주며 고전했지만, 최근 2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해내며 반등, 조금씩 커지던 우려의 목소리를 지워버렸다.
양현종은 시즌 150이닝을 돌파한 6일 롯데전에서 1회 말 투런 홈런을 포함해 3점을 내주며 불안하게 시작했다. 그러나 이후 5이닝을 무실점으로 버텨냈다. 평소 양현종은 "투수가 등판할 때마다 호투할 순 없다. 4~5점도 내줄 수 있다. 그러나 추가 실점을 막고, 1이닝이라도 더 던져줘야 한다. 선발 투수는 버텨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6일 롯데전은 양현종의 평소 소신과 딱 부합하는 투구였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8시즌 연속 150이닝을 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