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하나의 스마트폰으로 업무용·개인용 두 개의 번호를 쓸 수 있는 '이심(eSIM)'이 도입되면서 이동통신 3사가 앞다퉈 전용 요금제를 내놨다. 월 납부 금액은 동일하지만 기본 제공 데이터와 모회선 공유 가능 범위가 서로 달라 꼼꼼히 살펴보고 가입해야 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이통 3사의 이심 요금제는 월 8800원에 이용할 수 있다. 지난 1일 KT와 LG유플러스에 이어 8일 SK텔레콤이 출시했다.
이심은 기존 삽입식 칩인 '유심(USIM)'처럼 가입자를 식별하는 역할을 한다. 다만 물리적인 작업 없이 단말 내장 칩에 정보를 다운로드하기 때문에 간편하고, 이심·유심을 동시에 써 두 개의 전화번호를 개통할 수 있다.
이심 다운로드 비용은 2750원으로 유심의 절반 수준이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은 지난달부터 판매를 시작한 '갤럭시Z 플립4' '갤럭시Z 폴드4', 애플 제품은 2018년에 나온 '아이폰XS'부터 지원한다.
SK텔레콤의 '마이투넘버'와 LG유플러스의 '듀얼넘버 플러스'는 250MB의 데이터를 기본으로 준다. 이를 모두 소진하면 메시지 송·수신과 웹 서핑 정도에 적합한 최대 400Kbps의 속도로 서비스를 계속 이용할 수 있다. 전화와 음성은 첫 번째 번호와 나눠 쓸 수 있다.
데이터가 부족해 보이지만 모회선 요금제와 쉐어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모회선이 SK텔레콤의 5G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5GX 프라임'(월 8만9000원)이라면 30GB 데이터 공유 혜택을 보조회선에서 누릴 수 있다.
LG유플러스도 마찬가지다. 월 4만7000원의 '5G 슬림 플러스'에 가입한 고객이 듀얼넘버 플러스를 추가하는 경우, 모회선이 기본으로 제공하는 6GB의 데이터를 쪼개 쓸 수 있다.
월 9만5000원의 '5G 프리미어 레귤러'가 모회선이라면 공유 데이터인 50GB를 보조회선이 이용할 수 있다.
단, 고객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월 1만원 미만에 설계한 연계형 부가서비스라 모회선과 보조회선의 통신사가 같아야 한다. 만약 다른 이통사로 보조회선을 개통하고 싶다면 일반 요금제를 고르면 된다. 5G 스마트폰에서는 5G 요금제만 이용 가능하다.
가장 먼저 이심 요금제를 발표한 KT는 모회선과 데이터 공유가 불가하다. 대신 보조회선용으로 1GB의 데이터를 뒷받침한다. 경쟁사처럼 데이터 소진 후 속도 제한은 400Kbps다.
업계 관계자는 "어차피 하나의 폰이라 굳이 데이터를 쉐어링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모회선 요금제에 따라 보조회선도 음성과 문자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이런 '1폰 2번호' 상품은 사생활 침해를 걱정하는 소비자에게 적합하다. 명함을 교환하거나 택배·주차·배달 서비스를 이용할 때 보조회선을 활용하면 된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카카오톡과 인스타그램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도 두 개로 분리할 수 있어 유용하다.
대포폰 등 부정 사용을 막기 위해 1개 단말기에 한 사람의 명의로만 가입할 수 있다. 모회선의 전화번호 500개가량을 보조회선으로 옮길 수 있지만, 금융 데이터와 같은 개인정보는 이관할 수 없다.
단말기 할인을 보장하는 공시지원금은 처음 스마트폰을 구매했을 때만 받을 수 있다. 대신 최대 2년 약정으로 가입하면 보조회선도 월 25%의 요금 할인을 적용할 수 있다.
법인 번호와 개인 번호는 물리적으로는 하나의 스마트폰에 담을 수 있지만, 두 회선의 명의가 같아야 한다는 게 이통사의 방침이다. 탈법 방지를 위해 다양한 장치 도입을 고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