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메이저리그(MLB)는 적극적으로 경기 관련 규정을 바꿨다. 내셔널리그(NL)에 지명타자 제도를 도입하고 정규시즌 로스터를 확장한 게 대표적이다. 내년에는 더 큰 변화가 예상된다.
우선 '피치 클락'이 시행된다. KBO리그에선 주자가 없을 때 투구 간 간격이 12초로 제한돼 있다. 규약에 따르면 12초 이내 투구하지 않으면 첫 번째는 경고, 두 번째는 벌금 20만원과 함께 볼 판정을 받는다. MLB는 더 공격적으로 규정을 바꿨다. 투수는 주자가 없을 때 15초, 주자가 있을 때는 20초 안에 투구 동작을 시작해야 한다. 제한 시간을 넘기면 볼이 선언된다. 포수는 피치 클락 9초 전 자신의 자리를 잡아야 한다. 타자도 8초 전에는 타석에서 타격할 준비를 마쳐야 한다.
피치 클락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투구 페이스가 느린 투수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MLB 스탯캐스트의 피치 템포를 살펴보면 리그 정상급 투수 중에서도 투구 간격이 긴 선수들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선수가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를 비롯해 지난해 NL 사이영상 수상자 코빈 번스(밀워키 브루어스) 마이클 코페치(시카고 화이트삭스) 등이다. 투구 템포가 빠른 셰인 비버(클리블랜드 가디언스) 같은 선수들은 큰 영향을 받지 않겠지만, 그렇지 않은 선수들은 투구 루틴을 바꿔야 하므로 경기 내용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따른다.
새로운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는 시간도 30초로 제한한다. 감독이나 코치를 비롯한 마운드 방문도 30초 이내 끝내야 한다. 추가로 투수는 견제를 포함, 한 타석당 두 번 이상 투수판(pitcher's plate)에서 발을 풀 수 없다. 타자의 타석당 타임아웃도 단 한 번만 허용된다. 이런 조치는 늘어난 경기 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처방'이다. 올 시즌 MLB 경기 시간은 1976년과 비교하면 30분 가까이 늘어났다.
내야 시프트도 금지된다. 전면 금지는 아니지만 2루를 중심으로 양쪽에 내야수가 두 명씩 반드시 자리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1루와 2루 사이에 3명의 내야수가 포진하는 등의 수비 작전을 다시 볼 수 없게 된다. 이런 조치는 타자를 구제하기 위한 방법이다. 올 시즌 MLB 리그 타율은 12일 기준으로 0.244에 불과하다. 투수의 득세를 막기 위해 마운드 높이를 15인치(38.1㎝)에서 10인치(25.4㎝)로 낮춘 196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시프트가 줄어들면 강하게 공을 당겨치는 '왼손 풀히터' 타자들이 큰 도움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앤서니 리조(뉴욕 양키스) 조이 갈로(LA 다저스) 코리 시거(텍사스 레인저스)를 비롯한 선수들이 타석에서 들어서면 대부분의 구단이 시프트로 덫을 놓았다.
시프트에 걸려 타율이 급락했던 타자 중 '공포의 1할 타자'로 불리는 갈로의 타율이 얼마나 오를 수 있을지 흥미롭다. 갈로는 2017년과 2018년 각각 41홈런과 40홈런을 때려낸 슬러거. 통산 홈런도 174개로 적지 않다. 그런데 통산 타율이 0.201에 불과하다. 올 시즌에도 홈런 16개를 기록 중이지만 타율이 0.164다.
줄어든 도루를 늘리기 위해 베이스 크기도 늘린다. 현재 15인치 정사각형 모양의 베이스를 18인치(45.72㎝)로 늘리기로 가닥을 잡았다. MLB 사무국은 '커진 베이스'가 슬라이딩하는 주자의 부상 방지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MLB의 경기 규정 변화는 크게 두 가지 이유다. 경기 시간을 줄이면서 떨어진 타자들의 성적을 올려 투타 균형을 잡겠다는 거다. 롭 맨프레드 MLB 커미셔너는 이미 수년 전에도 변화의 필요성을 감지하고 투수와 포수의 거리를 늘리겠다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당시에는 여론의 뭇매를 맞고 포기했지만 결국 피치 클락과 시프트 금지, 베이스 크기 확대 등으로 자신의 뜻을 관철하려고 한다.
풀어야 할 매듭이 많다. 타자와 달리 투수들의 반대가 강하다. 안타가 늘어나고 득점이 많아지면 경기 시간을 줄이겠다는 본연의 취지가 퇴색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어느 쪽이건 100%를 만족하는 규정은 없을 거다. MLB 사무국의 과감한 규정 변화가 내년 MLB 판세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시간만이 답을 알고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