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 성동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썬더버드’의 시사회 및 기자 간담회에 배우 서현우, 이명로, 이설, 이재원 감독이 참석해 개봉을 앞둔 소감을 밝혔다.
영화는 돈뭉치가 든 자동차 ‘썬더버드’를 찾기 위해 모인 태균, 태민, 미영이라는 캐릭터의 모습에 집중, 마음대로 되는 일은 없어도 움직이고 소리치고 싸우는 사람들의 돈을 향한 리얼한 민낯의 이야기를 담아내 현실 누아르다.
특히 영화는 지난 7월 개최한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공개되며 서현우 배우가 코리안 판타스틱 배우상을, 왓챠가 주목한 장편상까지 2관왕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재원 감독에 따르면 영화는 사북읍의 전당포에 맡겨진 차들이 길을 가득 채우고 있다는 실제 신문기사에 나온 내용을 모티브로 시작됐다. 이 감독은 “실제 신문 기사를 보고 영화를 만들었다”면서 “강원도 전당포에 있는 차들을 봤다. 여기서 이야기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직접 그곳에 찾아가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었다”며 비하인드 스토리를 털어놨다. ‘썬더버드’로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생애 첫 배우상을 받는 영광을 안은 서현우는 극 중 강원도 정선 사북에서 택시 운전을 하는 태균 역을 맡아 색다른 연기를 선보인다. 서현우가 완성한 태균은 돈을 향한 욕망이 커지면 어떻게까지 사람이 변하게 되는지, 비겁한 면이 있는 보통 사람들의 민낯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서현우는 자신이 맡은 캐릭터 태균을 우회적이고 비겁한 인물이라고 설명하며 “상황이 인물의 성격을 변화시키게 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저예산이라 더욱이 정말 치열하게 찍었다”며 영화를 향한 남다른 애정도 드러냈다. 이에 덧붙여 이 감독은 서현우를 주연으로 선택한 이유로 “서현우가 장편 주연작이 없었다. 이때다 싶어 캐스팅했다. 처음부터 의지할 생각으로 했고 부담도 줬다. 버리는 것 없이 잘 뽑아먹었다”며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극 중 서현우의 동생이자 ‘썬더버드’를 통해 주연으로 첫 스크린 데뷔에 임하는 이명로는 돈이 든 자동차를 잃어버린 자 태민 역을 맡는다. 이명로는 모델 출신 배우로 2021년 드라마 ‘시지프스’를 통해 브라운관에 데뷔한 신예. 이명로가 연기한 태민은 순간순간을 직관적으로 살아가는 충동적이고 즉흥적인 캐릭터로 동물적인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명로는 첫 스크린 데뷔 소감으로 “꿈 같다. 부끄럽지만 자랑스럽다. 한없이 기쁘다”며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또 그는 연기에 있어 중점을 둔 부분으로 “생각을 많이 안 하려고 노력했다”면서 “워낙 동물적인 캐릭터라 시선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무엇을 먼저 노릴까’ 중점을 두고 캐릭터를 구축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그는 서현우와의 액션 합이 너무 좋았다며 “서현우 선배와 호흡이 되게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에 주차장에서 맞붙는 장면이 있다. 호흡을 나에게 맞췄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이를 듣던 서현우는 “현장에서 만난 태민은 야생마 같았고 어디로 튈지 몰랐다. 연기를 같이하는 입장에서 좋은 에너지를 느꼈다”면서 덩달아 신선한 경험을 했다고 설명했다. 서현우, 이명로와 함께 극을 하드캐리하는 이설은 이번 작품으로 스크린 첫 주연을 맡았다. 이설이 맡은 미영은 앞선 두 인물과는 다른 리듬으로 움직이며 선의와 연민이 있으면서도 거칠기도 하고 사랑이 많은 캐릭터. 이설은 이 감독의 자유로운 디렉팅 덕분에 열연할 수 있었다며 “갑자기 나가서 귤을 까먹고 이런저런 관찰을 하는 것도 그 덕분이다. 하지만 한쪽에는 불안감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무엇보다 돈뭉치가 든 자동차 ‘썬더버드’를 찾기 위한 세 인물의 하룻밤 동안 펼쳐지는 속고 속이고 쫓고 쫓기는 지독한 추격전과 심리전, 영화의 엔딩은 반전 묘미다.
이 감독은 영화의 엔딩을 설명하며 “결국 떠나고 싶었던 회사 사람들이 태균을 받아주는 사람들이 아닐까 싶었다”고 했다. 서현우 배우 또한 이 장면을 처음엔 이해하기 어려웠다면서도 “어쩌면 욕망과 집착에 빠져 허우적대는 태균의 현실이 남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묘한 심상이 왔다. 욕망과 집착은 내 안에 어떤 문제일 뿐이었다 여겼다”며 남다른 소감을 드러냈다. 그런가 하면 서랍장을 열 때도 음악이 깔리는 ‘썬더버드’의 배경 음악은 또 다른 관전 포인트. 서현우는 “음악적 특성과 색깔이 독특하다. 절묘한 맛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썬더버드’를 통해 이 감독이 관객에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어떤 것이었을까. 이 감독은 영화를 통해 관객이 배우와 함께 있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며 “어쩌면 인간은 변덕스러운 현실에 맞서 그때그때 대응하는 존재가 아닐까 접근해 영화를 만들었다”고 했다. 이어 “실제 영화를 위해 강원도에 취재하러 갔을 때 치열하게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이를 담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배우들 또한 영화를 통해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언급했다. 서현우는 “최악에 상황에 내몰렸을 때 태균이 눈을 뜨려고 하는 것처럼 인간은 잡초 같은 의지가 있다. 요즘 같은 힘든 시기에 영화를 보고 관객이 용기를 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설은 “살다 보면 모든 걸 바칠 용기가 필요한 순간이 온다”면서 “모든 용기와 희망이 담긴 영화다. 작은 영화지만 열심히 똘똘 뭉쳐 만들었다”고 했고, 이명로는 “관객의 가슴이 조금이라도 뜨거워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