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썬더버드’는 돈다발이 든 자동차 ‘썬더버드’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세 인물을 포커스한 현실 누아르 작품이다.
반듯한 이미지와는 반대로 원하는 목표도, 가지고 싶은 것도 많은 택시운전사 태균(서현우 분)부터 순간을 직관적으로 살아가는 동물적인 태민(이명로 분), 이들과는 조금 다른 리듬과 분위기로 움직이는 미영(이설 분)까지. ‘썬더버드’는 돈을 찾기 위해 펼쳐지는 세 사람의 하루를 따라가며 다양한 인간군상을 조명, 돈을 향한 인간의 민낯과 욕망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속속히 드러낸다. 영화는 차의 뒷좌석에 누워 술에 찌들어 있는 태민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태민의 차와 함께 그를 한 전당포로 끌고 간 일행은 태민에게 500만원과 보증서만을 내팽개치듯 건넨 뒤 사라진다. 자신의 차가 전당포에 팔리는 상황에서도 태민은 소파에 드러누워 있더니 한참 뒤 비틀거리며 일어나 차에 5000만원이 있다며 이를 되찾고자 막무가내 행보를 걷는다.
전당포에서 다시 차를 되찾기 위해 필요한 금액은 500만원. 이를 위해 여자 친구인 미영에게 ‘콤프깡’을 중매하는가 하면 전당포에 문이 닫혀 있자 돌을 던져 창문을 깨고 들어가고 돈 때문에 여자친구 미영을 버리고 혼자 도망가기도 한다.
이런 태민의 뒤치다꺼리를 해결하는 이는 친형 태균. 태균은 동생에게 빌려준 돈을 받고자 태민의 ‘썬더버드’ 되찾기 작전에 동행한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태균은 자신이 추해지고, 훼손되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비겁한 인물이다.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지금 가지고 있지 못한 것에 대한 열망이 큰 태균은 극 후반부에 돌입할수록 숨겼던 욕망을 드러내며 친동생을 배신하고 미영과 ‘썬더버드’를 타고 도망갈 계획까지 세운다.
96분의 러닝타임에 담긴 세 사람의 하룻밤은 어지럽게 펼쳐지며 다양한 사건과 변화로 인해 빠르게 질주한다. 실제 강원랜드가 위치한 강원도 정선군 사북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는 어딘가 모르게 어두운 색감과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마치 비어있는 유령도시 같은 느낌을 선사한다.
결국 ‘썬더버드’를 몰고 사북의 도로를 활주하는 주인공은 미영이다. 태균, 태민 형제와 달리 욕망에 이끌리기보다 나름의 소신을 지키며 행동했던 미영이었기에 이는 타당한 설득력을 지닌다. 이어 그려지는 태균의 엔딩 장면은 태균이 그토록 벗어나고 싶었던 사북과 이곳의 사람들이 어쩌면 그의 진짜 안식처였을지도 모른다는 메시지를 담아낸다. 그런가 하면 ‘썬더버드’의 또 다른 묘미는 음악 서랍장을 열 때도 들리는 배경 음악이다. 인물의 숨겨진 심리와 흥미진진한 몇몇 에피소드가 등장할 때마다 깔리는 다양한 효과음과 배경 음악은 몰입도를 높인다.
특히 엔딩 곡으로 쓰인 배인숙의 ‘난 몰라’는 서정적인 음악으로 시작했다가 디스코로 전환되는 구성을 이루며 영화의 분위기를 대변한다. 이재원 감독 또한 평소 시나리오를 작업할 때 이 노래를 자주 들었다며 “디스코로 전환되는 부분이 영화의 분위기와 잘 맞고 새롭게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은 곡이다”고 밝힌 바 있다.
현실성 있는 또렷한 이야기와 지루할 틈 없는 빠른 전개, 긴장감 넘치는 연출을 물론 서현우, 이명로, 이설의 열연, 다채로운 배경 음악까지 한 데 모여 완성된 ‘썬더버드’는 저예산 영화임에도 탄탄한 스타일리쉬 현실 누아르 작품의 면면을 자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