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승은 실패했고, 5강 수성은 다시 한번 적신호가 켜졌다. 그러나 KIA 타이거즈는 큰 희망을 봤다. '제2의 양현종'으로 기대받던 좌완 투수 김기훈(22)이 한층 강인해진 모습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KIA는 지난 23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2 KBO리그 NC 다이노스와의 3연전 두 번째 경기에서 2-5로 패했다. 상대 선발 드류루친스키로부터 6이닝 동안 2점밖에 뽑지 못했다. 7명이 등판한 투수진은 5점을 내줬다. 5위 KIA는 전날(22일) 에이스 양현종의 역투 속에 9연패를 끊고, NC와의 승차를 1.5경기로 벌렸다. 다시 승차가 0.5경기로 좁혀졌다. 승리한 1차전도 득점은 3점뿐이었다. 가라앉은 타선이 고민을 안겼다.
위안은 있었다. 상무 야구단 복무를 마치고 복귀한 '1차 지명 유망주' 투수 김기훈이 남은 정규시즌 팀 마운드 운영에 힘을 보탤 수 있는 능력을 증명했다.
김기훈은 KIA 선발 임기영이 1사 뒤 볼넷과 연속 안타로 1점, 다시 볼넷을 내주며 만루 위기가 이어졌던 3회 말 1사 상황에 마운드에 올랐다. 2020년 10월 23일 LG 트윈스전 이후 702일 만에 1군 복귀전이었다.
김기훈 첫 타자로 상대한 닉 마티니를 3구삼진 처리했다. 초구 슬라이더 뒤 2구 연속 포심 패스트볼(직구)을 던져 헛스윙을 유도했다. 이어진 노진혁과의 승부에서도 시속 149㎞ 강속구를 뿌리며 삼진을 솎아냈다. KIA는 3회 비록 1점을 내주며 1-2로 리드를 빼앗겼지만, 실점은 최소화했다.
김기훈은 4회 초 선두 타자 이명기에게 안타, 1사 뒤 김주원에게 볼넷을 내준 뒤 박민우에게 좌측 선상 텍사스 안타를 맞고 1점을 내줬다. 그러나 손아섭을 내야 뜬공, 박건우를 볼넷으로 내보낸 뒤 상대한 양의지를 유격수 뜬공 처리하며 추가 실점을 막았다.
박민우에게 허용한 적시타도 빗맞은 타구가 야수들 사이에 떨어지는 불운이 있었다. 이날 직구의 구위는 당장 셋업맨으로 투입될 수 있을 만큼 묵직했고, 체인지업의 제구도 나쁘지 않았다.
김기훈은 2019년 1차 지명으로 KIA 유니폼을 입은 유망주다. 당시 스프링캠프에서 그의 투구를 지켜본 선동열 전 국가대표 감독도 감탄을 감추지 못했다. 시속 150㎞대 강속구를 뿌리는 왼손 투수. 당연히 팀 선배이자 리그 대표 투수인 양현종의 후계자로 기대받았다.
그러나 김기훈은 맷 윌리엄스 전 감독 체제에서 성장이 더뎠다. 결국 2020시즌 종료 뒤 입대를 선택했다. 잠시 1군 현장을 떠나 있었지만, 그의 이름은 후반기 개막 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언급됐다. KIA 불펜진에 부상자가 속출했고, 최근엔 불펜 난조로 연패를 당했기 때문이다. 팀이 올 시즌 가장 큰 위기에 놓인 상황에서 돌아온 김기훈은 복귀전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기존 셋업맨 장현식과 전상현의 짐을 덜어줄 지원군으로 기대받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