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이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면서 앞다퉈 전기차 충전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이제 막 열린 시장이라 주도권 싸움에 불이 붙고 있다. 재계 16위인 LS그룹도 구자은 회장을 필두로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전사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460조 전기차 충전시장 활짝
29일 업계에 따르면 SK, 현대차, LG, 롯데, 한화, GS, LS 등이 전기차 충전인프라 사업에 가세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경연장이 되고 있다. 전기차 보급이 급속도로 늘면서 충전인프라 시장이 향후 ‘블루칩’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되면서다.
전기차 생산, 전기차 배터리, 배터리 소재 경쟁에 이어 다음으로 전기차 충전인프라 시장이 각광받고 있는 모양새다. 현재 절대강자가 없는 상황이라 기업들이 과감하고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LS도 기존 사업의 인프라와 노하우를 내세워 전기차 충전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전기·전력 분야에서 국내 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LS는 지난 4월 전기차 충전 신규 법인 LS E-Link(이링크)를 E1과 공동으로 설립했다. LS이링크가 LS그룹 전기차 충전 분야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며 그룹의 역량을 결집시킨다는 계획이다.
LS전선과 LS일렉트릭이 국내 1위 전력 솔루션 회사로 꼽히고, E1은 전국에 350여개의 가스 충전소를 갖고 있다. LS가 자랑하는 전기·전력 기술력과 충전소 운영 노하우를 적극 활용한다면 전기차 충전인프라 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LS그룹 관계자는 “전기차로의 전환 속도가 빨라지고 단위 충전소의 전력 사용량이 증가하고 있다. 기존 충전 기술뿐 아니라 안정적·효율적 운영을 위한 전력 엔지니어링의 역량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며 차별적인 경쟁력을 자신했다.
LS전선은 국내 최초 800V 고전압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기차용 권선을 양산 중이다. 지난 7월에는 국내 기업으로는 최초로 액체냉각 방식(액랭식)의 초급속 충전케이블 상용화에 성공했다. 국내 전기차 기술 표준화에 따라 향후 보급될 400kW 이상 초급속 충전기는 급속 충전기(50kW~250kW)의 공랭식이 아닌 액랭식을 적용할 방침이다.
LS전선 관계자는 “LS전선은 현재 현대차·기아에 독점적으로 전기차 케이블을 공급하고 있다. 전기차의 사양과 컨디션 등에 맞춰 800V 이상의 고전압 전기차용 권선도 개발할 예정”이라며 “초급속 충전기는 급속 충전기에 비해 충전 시간이 2배 이상 빠르다. 액랭식은 충전케이블의 굵기와 무게를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LS일렉트릭도 배전 분야에서 안정적인 스마트 전력 설비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LG전자는 GS에너지 등과 손을 잡고 전기차 충전기 업체인 애플망고를 인수하는 등 전기차 충전인프라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LG전자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충전인프라 시장은 2023년 550억 달러(약 78조원)에서 2030년 3250억 달러(약 460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LG가 GS와 손을 잡으면서 ‘범LG’가의 행보가 더욱 주목을 모으고 있다. LG에서 분리한 LS도 향후 ‘범LG'가에 합류해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을 전망이다.
LS 관계자는 “전기차 충전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LG, GS 등은 각자의 특장점을 갖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 기업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충전사업 계획을 발표한 만큼 하반기에 조금씩 성과들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배·전·반’ 생태계 미래 먹거리 기회 모색
구자은 회장은 올해 취임과 동시에 ‘전기화 시대의 가속’을 예측했다. 산업 전환기를 기회로 보고 전사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는 “에너지 전환이라는 거대한 흐름은 전기화 시대를 더욱 가속할 것이다. 전기·전력·소재 분야 기술력을 앞세워 미래 종합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7월에는 그룹 임원 리더들을 모은 뒤 특강을 자청했다. 구 회장은 ‘왜 지금이 LS그룹에게 기회의 시간인지’에 대해 프리젠테이션 형태로 발표하며 특별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는 “전례 없는 기후 위기와 탄소 중립을 향한 전 세계적인 흐름은 전기화 시대를 더욱 앞당길 것이다. 이런 큰 변화의 시기는 LS에게 있어서 다시 없을 큰 기회”라며 “LS도 배터리, 전기차, 반도체 즉 '배·전·반'이 이끄는 산업 생태계 속 소재, 부품 등의 영역에서 숨은 기회들을 반드시 찾아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냉철한 자기성찰을 통해 변화를 당부하기도 했다. 신사업 비중을 2030년까지 50%까지 증가시켜야 한다는 명확한 목표를 제시하며 채찍질을 가했다.
그는 “현재 LS는 안전한 육지와 같은 안정된 사업구조에 머물러 새로운 땅으로 도전하지 않으려는 것과 같은 모습이다. 우리가 가보지 않은 여정에 두려움 없이 뛰어들어야 한다”며 “구성원들은 새로운 도전과 성장에 대한 기회를 가장 갈망하고 있다. 리더들이 잘 이끈다면 충분히 가능한 미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 회장은 취임 후 ‘양손잡이 경영’을 통해 기존 주력 사업과 미래 신사업을 잡겠다는 의지를 피력해왔다. 이를 위해 본격적인 현장 경영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5~7월 충청·경상·전라 등 전국 14곳의 자회사·손자회사 사업장을 방문해 현장을 점검하고 현안들을 보고받았다.
LS그룹 관계자는 “회장님이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현장 경영도 구상하는 등 전기화 시대를 대비해 더욱 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내년 1월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IT, 가전 전시회인 CES에 계열사 대표들과 함께 참여하는 등 지속 성장 해법을 모색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