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권상우가 작정하고 망가졌다. 웨이브 오리지널 ‘위기의 X’는 명문대학교 출신의 평탄한 인생을 살아온 a저씨(권상우 분)가 권고사직을 당한 후 인생 최대 하락장을 맞는 이야기를 담은 코미디 드라마. 권상우는 재취업을 위해 면접장에서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는 능청스러운 a저씨 그 자체였다. 원형탈모에 발기부전까지 청천벽력 같은 상황도 익살스럽게 그려내 현대인의 격공을 불러일으키기도.
그는 “제대로 표현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라며 “다른 작품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서 이번 작품에선 과감히 무너져도 괜찮다고 생각했다”고 이유 있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권상우는 4일 진행된 ‘위기의 X’ 종영 인터뷰에서 작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부터 연기에 대한 깊은 생각까지 특유의 재치 있고 솔직한 답변으로 현장 분위기를 훈훈하게 이끌었다. -OTT 첫 작품인데 소감이 어떤가. “OTT 드라마가 처음이라 공중파랑은 피드백이 달라서 새로운 경험이었다. 두 달간 바짝 촬영한 작품인데 즐겁게 촬영해서 현장에서 힘들다는 생각도 안 들었다. 많은 분들이 겪었던 경험들을 유쾌하면서도 가볍지는 않게 잘 보여 드린 것 같아 만족한다. 지난 제작발표회 때 웃기지 않으면 은퇴한다고 했었는데 은퇴는 좀 미뤄도 될 것 같다(웃음).”
-주변 반응이 어땠나. “(임)세미 씨랑 어울린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권상우, 너 연기 잘한다’는 말도 들었다. 저희 친형이 이 드라마 정말 잘한 것 같다고 했다. 가까운 분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 출연 배우들이 현장에서 너무 재밌고 즐겁게 일했다. 보신 분들도 그런 느낌을 받은 것 같다.”
-아내 손태영의 반응은 어땠나. “사실 아내가 적극적으로 모니터링해준 적 없다. 냉정할 정도로. 이번 작품은 아내가 봤는데 100% 칭찬은 안 했다. ‘많이 공감하겠더라’ 하는 게 가장 큰 칭찬이었다.”
-임세미와의 호흡은 어땠나. “처음 봤을 때 예쁘다고 생각했다. 현장에서 이야기도 많이 해봤는데 사람마다 개성이 있겠지만 선한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장에서 함께 연기하면서 (촬영을) 재밌어한다는 걸 많이 느꼈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랑을 받지 않았나 싶다.” -망가지는 역할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작품을 통해 보여줘야 하는 포인트가 분명한데 제대로 표현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탈모든 발기부전이든 재밌게 촬영했고 이 또한 배우의 숙명이 아닌가 싶다. 다른 작품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자신감 있어서 이번 작품에선 과감히 무너져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코미디 욕심이 있나. “찍을 때 행복하고 즐겁다. 지문으로 표현되지 않는 것들이 현장에서 결과물로 나왔을 때 만족도가 크다. 연기를 쏟아부은 느낌이랄까. 나는 코미디를 좋아하는 사람이고 어느 누구보다도 센스가 있다고 생각한다.” -면접장에서 ‘카운팅 스타’ 부르는 장면이 인상적인데. “사실 랩까지는 안 하려고 했다. 대사는 잘 외우겠는데 랩은 몇 마디 안 되는데도 외우기 어려웠다. 스태프들도 내가 랩을 할지 모르고 촬영에 들어갔다. 민망했는데 스태프들은 빵 터지더라. 여러 가지 감정이 섞였다. 주인공의 그런 감정이 충분히 공감됐다. 가장으로서 가정을 이끌기 위해 그깟 자존심쯤이야. 비오 씨한테 연락은 안 왔다.”
-a저씨에게 공감이 됐을 것 같다. “주식에 많이 공감했다. 굉장히 많이 와 닿았다. 그래도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어떤 위치에 있든 고통과 불안함은 있다. 배우 생활을 하면서 가야 할 방향이나 현실에 대해 위태위태함을 겪는다. 우리 드라마를 보고 재밌고 살만한 세상 아니냐 하는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은 없나.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제작사 대표님과 한마음이기 때문에 시즌2 이야기도 나오지 않을까. 나온다면 언제든지 합류하고 싶다.” -영화 ‘탐정: 더 비기닝’에 이어 성동일과 케미도 돋보이는데. “호흡 맞출 때마다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신을 던져놔도 선배랑 함께하면 빛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연기만큼 공부도 열심히 하셨으면 분명히 서울대 가셨을 거다. 하하하.”
-중년 배우로서 배역에 대한 고민은 없나. “전성기가 금방 지나갈 거라 생각했다. 결혼도 33세에 생각보다 일찍 하고 빨리 애 아빠가 됐다. 결혼과 동시에 배우 포지션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작품하고 여기까지 온 것 같다. 지금은 많이 안정화됐고 작품 하는 게 즐겁다. 지금 나잇대까지 저를 찾아주시는 것도 고마운 일이다. 현장에 있을 때가 너무 즐겁고 소중한 시기다. 그렇기 때문에 작품에 대한 애정이 커진다. 시간이 지나서 역할이 작아지는 순간이 올 것이다. ‘위기의 X’를 촬영한 마음으로 현장에 있다면 내려오는 순간도 즐거울 것 같다. 두려움은 없다.“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나. “‘위기의 X’ 촬영하는데 지나가는 꼬마가 나를 보더니 ‘히트맨이다!’고 하더라. 이 말이 반갑고 좋았다. 어린 친구들부터 나이 드신 분들까지 편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을 많이 해서 건강하고 상큼하고 청년미가 남아있는 중년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노력하는 부분이 있다면. “운동을 열심히 한다. 언제 만날지 모르는 액션 영화를 위해서다. 좋아서 하는 것만은 아니고 배우이기 때문에 관리해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있다. 열심히 연기하면서 영화 제작사를 만들었다. 내년에 제작사 작품을 촬영한다. 제작에도 관심이 많아서 내 장점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많이 하고 싶다.”
-연출 욕심은 없나. “감독을 한다고는 못 하겠는데 아이디어는 많다. 제작을 꾸준히 하는 게 목표다. 생각해봤는데 배우가 제작하면 연출을 하게 되는 건 숙명인 듯하다. 그런 상황이 분명히 올 것 같다.”
-해외 진출에 대한 생각은 있나. “선배님들 작품이 해외를 겨냥해서 만든 것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 시장이다. 우리나라에서 성공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우리나라 관객분들에게 사랑받는 게 가장 힘든 것 같아서 사랑받는 게 큰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