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격투기(MMA) 팬이라면 ‘블랙컴뱃(Black Combat)’의 콘텐츠를 한 번쯤은 봤을 것이다. 무명 선수가 싸운 영상도 조회 수 50만 회를 기록하는 등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블랙컴뱃은 유튜브 채널 ‘무채색 필름’으로부터 시작됐다. 다양한 격투 관련 영상을 제작하던 무채색 필름은 지난 1월 한 유튜버와 콘텐츠 시비가 붙었다. 이 사건이 블랙컴뱃 탄생의 발단이 됐다. 당시 무채색 필름 검정(박평화) 대표는 링에서 싸우길 원했으나, 갈등이 있던 유튜버와 대결은 무산됐다.
검정 대표는 구독자들의 아쉬움을 이해하고 싸울 상대를 찾기 시작했다. 일반인인 검정 대표 앞에 나타난 상대는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복싱 금메달리스트 신종훈. 검정 대표는 신종훈과 맞대결에 다른 대진도 추가해 ‘블랙컴뱃1’ 대회를 열어 성황리에 마쳤다. 지난 2월 검정 대표의 승리로 끝난 신종훈과 MMA 대결은 조회 수 182만 회를 기록 중이다.
대중의 니즈를 파악한 검정 대표는 블랙컴뱃2 대회를 개최하기 위해 곧장 프로 오디션을 시작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2박 3일간 폐교회에서 프로 파이터들을 극한의 상황에 몰아넣고 대결시켰고, 자연스레 스토리라인이 만들어졌다. 파이터들의 매력도 끌어내면서 블랙컴뱃2에 관한 팬들의 관심을 고취했다.
최근 일간스포츠와 블랙컴뱃 본관에서 만난 검정 대표는 “캐릭터를 살리는 노하우는 무채색 필름을 시작하면서부터 쌓아왔다. 어떻게 하면 선수가 멋있고, 매력 있게 보일 수 있는지 터득했다”며 “잘하는 선수가 있어도 그를 알지 못하면 몰입이 안 되고 관심도 안가더라. 선수와 관계가 없어도 지인이 싸우는 것처럼 느껴져야 관심이 가지 않나. 그 개념을 팬으로서 인지하고 있었다”며 성공 비결을 밝혔다.
블랙컴뱃2를 성료한 검정 대표는 단체 정식 출범을 선언했다. 직후 열린 프로 오디션2는 이전과 달랐다. 세계 최초 팀전을 도입해 ‘챔피언스리그’를 론칭했다. 평소 축구와 야구를 좋아하는 검정 대표의 머리에서 나온 구상이다. 블랙컴뱃은 한 달에 두 번 팀 간 대결인 챔피언스리그를 열고, 3~4개월에 한 번씩 기존의 넘버 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검정 대표는 “대형 스폰서가 붙고, 스포츠의 전통과 역사가 쌓이려면 결국 팀이 있어야 하더라. 격투기 장점은 개인끼리 붙는 거지만, 이게 단점이 되기도 한다. UFC만 봐도 세계 최고 단체인데도 몇몇 스타 선수가 부재하면, 흥행에 타격이 온다. 야구나 축구는 팀의 역사와 전통이 있다 보니 스타 선수들이 이적한다고 해도 팬층이 바뀌거나 사라지지 않는다. 팀에서 오는 응집력·흥행력을 높게 샀고, 격투기에 반드시 접목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타 단체와 달리 블랙컴뱃에선 사커킥·스탬핑킥·사점포지션 니킥 등이 허용된다. 흥행 요소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검정 대표는 “강함을 겨루기 위해선 제한이 많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UFC 룰은 레슬러에게 유리하고 타격가에게는 불리하다고 느꼈다. 한 번 다쳤을 때 선수 생명에 지장이 가는 위험한 기술만 규제했다”고 설명했다.
검정 대표는 “사업적으로 잘 풀어내면 우리나라에서 프로야구도 위협할 수 있는 격투기 리그가 나올 것 같다”며 “세계 최고의 단체가 되는 게 가장 좋은 목표다. 그래야 선수들에게 충분한 대우를 할 수 있고, 팬들도 즐길 수 있다. 더 나아가면, 블랙컴뱃이란 브랜드를 기반으로 격투기 외의 음악·영화·패션 다양한 문화에도 영향을 주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