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 큰 투자와 과감한 결단 그리고 기민한 대처가 앙상블을 이뤘다. KIA 타이거즈가 목표 달성을 해낸 배경이다.
KIA는 지난 7일 홈구장(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T 위즈전에서 승리, 5강 확정 매직넘버를 모두 지웠다. 2018년 이후 4년 만에 포스트시즌(PS) 진출을 해냈다. 9월 중순 9연패에 위기에 빠졌지만, 순위 경쟁팀 NC 다이노스와의 3연전(9월 22~24일)에서 2승(1패)을 거두며 분위기를 바꿨고, 정규시즌 마지막 10경기에서 승률 7할(7승 3패)을 기록하며 상승세 속에 가을야구를 맞이하게 됐다.
KIA는 2021시즌 팀 역대 최저 순위(9위)에 그친 뒤 팀 쇄신에 박차를 가했다. 계약 기간이 1년 남은 맷 윌리엄스 감독을 경질했고, 이화원 대표이사와 조계현 단장은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최준영 대표이사, 장정석 단장 그리고 김종국 감독을 차례로 선임했다. PS 진출을 2022년 목표로 삼고 '윈 나우(win-now)' 체제에 박차를 가했다.
첫걸음은 외부 FA(자유계약선수) 영입이었다. 리그 정상급 타자 나성범에게 역대 비해외파 계약 최고액인 150억원(기간 6년)을 안겼다. KIA는 2021시즌 팀 홈런(66개)과 장타율(0.336) 모두 최하위(10위)에 그칠만큼 공격력이 약했고, 이를 보강하기 위해 큰돈을 투자했다. 나성범은 올 시즌 144경기를 모두 뛰며 타율 0.320(563타수 180안타) 21홈런 97타점 OPS(출루율과 장타율 합계) 0.910을 기록했다. 팀 내 가장 많은 타점과 홈런을 기록하며 기대에 부응했다. 중심 타선의 무게감은 더해졌고, 타자 사이 시너지도 생겼다. KIA는 팀 타율(0.272) 1위에 올랐다.
시즌 초반 단행한 트레이드도 성공했다. 포수진의 약한 공격력 탓에 고민이 컸던 KIA는 4월 24일 키움 히어로즈에 내야수 김태진과 현금 10억원, 2023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지명권을 내주고 '공격형 포수' 박동원을 영입했다.
공격과 수비 모두 나쁘지 않은 팀 기여도를 보여주던 박동원은 KIA가 순위 경쟁에 어려움을 겪던 시즌 막판 진가를 발휘했다. 9월 이후에만 홈런 7개를 쳤다. 특히 5강 수성 분수령이었던 6일 광주 LG 트윈스전에선 2-3으로 지고 있던 8회 말, 백승현으로부터 역전 투런 홈런을 때려내며 이 경기 KIA의 4-3 승리를 이끌었다. LG전에서 패했다면, NC와의 승차가 0.5경기로 줄어들어, 잔여 경기에도 악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빠른 위기 대처도 좋았다. KIA는 6월부터 외국인 선수 교체를 두고 고심했다. 로니 윌리엄스는 부진했고, 션 놀린은 종아리 부상으로 이탈했다. 이 상황에서 다른 팀보다 빨리 대체 선수를 물색했고, 토마니파노니를 영입해 전반기 종료 전에 실전에 내세웠다. 빠르게 KBO리그에 적응한 파노니는 후반기 출전한 13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41을 기록했다.
여기에 부상으로 당장 쓸 수 없었던 놀린 대신 로니를 방출한 선택도 돋보였다. 부상에서 돌아온 로니는 후반기 평균자책점 1.90을 기록했다. 그는 PS 진출을 확정한 7일 KT전에서도 7이닝 1실점으로 활약했다. 파노니와놀린은 후반기 10개 구단 중 가장 강력한 원투펀치였다.
11일 열리는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승부 결과에 따라 와일드카드 결정전 상대와 일정이 결정된다. KT가 승리하면, KIA는 12일부터 키움 히어로즈와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을 치른다. KT가 지면, 13일부터 KT와 맞붙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