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14일 취임 2주년을 맞았다. ‘퍼스트무버’ 전략으로 친환경·프리미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등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변수로 등장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어떻게 풀어나갈지가 당면 과제로 꼽히고 있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을 ‘글로벌 톱3’ 자동차 그룹으로 성장시켰다는 평가다. 반도체 수급난의 위기 속에서도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도요타(일본), 폭스바겐(독일)에 이어 세계 3대 자동차그룹으로 올라섰다.
현대차는 올해 1~6월 모두 329만900대를 판매하며 5위였던 순위를 2계단 끌어올렸다. 도요타가 513만8000대, 폭스바겐이 400만6000대로 1, 2위를 지키고 있다. 실적에서도 A 성적표를 받고 있다. 현대차·기아의 상반기 매출은 106조5000억원, 영업이익 8조7000억원, 순이익 7조8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2020년 실적과 비교하면 매출 23%, 영업이익은 280%나 증가했다.
자동차의 본고장인 유럽에서도 처음으로 판매량 3위로 기록했다. 올해 1~8월 유럽에서 총 72만914대를 판매해 르노자동차를 따돌리고 3위에 올랐다. 전년 대비 판매량이 8.8% 증가했고, ‘톱5 업체’ 중 현대차만 유일하게 판매량이 상승했다. 유럽의 친환경차 분야에서도 점유율 11.5%로 폭스바겐, 스텔란티스에 이어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수소차 분야에서는 글로벌 1위를 지키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1~8월 글로벌 수소차 시장에서 현대차는 7410대를 판매해 59.7% 점유율로 이 부문 선두를 지켰다. 점유율은 52.4%에서 전년 대비 7.3% 상승했다.
하지만 잘 나가고 있는 현대차에 IRA라는 악재가 닥쳤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 8월 IRA를 시행하면서 현대차가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없게 되자 직접적인 타격을 입고 있다. 정 회장이 직접 미국으로 날아가 대비책 마련에 나서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시일이 필요해 보인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한국 정부뿐 아니라 조지아주 정치인들도 IRA 개정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라파엘 워녹 연방 상원의원은 지난달 IRA 보조금 관련 일부 조항 적용을 2026년까지 유예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IRA 시행으로 퍼스트무버 전략에 차질이 예상되고 있지만 계획대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25일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 착공식을 예정대로 진행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착공 세리머니는 예정대로 25일에 열고, 내년 초 계획대로 착공에 들어간다. IRA의 경우 국가 간 외교적으로 풀어야 하는 문제라 적극적으로 협력하면서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취임 후 첫 대규모 인수합병(M&A) 분야로 로보틱스를 선택하는 등 종합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의 비전도 제시하고 있다. 세계적인 로봇 기업 보스턴 다아내믹스와의 시너지를 위한 협업뿐만 아니라 그룹 내 로보틱스랩에서도 웨어러블 로봇, AI 서비스 로봇, 로보틱 모빌리티 등 인간을 위한 로봇을 광범위하게 개발하고 있다.
정 회장은 2022 CES에서는 “로보틱스를 기반으로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을 ‘메타모빌리티’로 확장할 것이며 이를 위해 한계 없는 도전을 이어가겠다”며 “우리의 로보틱스 비전이 인류의 무한한 이동과 진보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로봇을 매개로 하는 다양한 경험이 우리의 일상은 물론 일하는 방식, 심지어는 산업 전반에 커다란 변화를 불러오고, 이 과정에서 로보틱스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