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시즌 프로축구 K리그1(1부) 우승팀 울산 현대의 주장이자 공격형 미드필더인 이청용(34)이 데뷔 첫 리그 최우수선수(MVP)를 노린다.
이청용은 올 시즌 34경기에 나와 공격 포인트를 4개(2골·2도움)를 기록했다. 수치상으로 보이는 기록에서는 MVP 경쟁자로 꼽히는 선수들에 비해 부족하다. 2년 연속 토종 득점왕을 노리는 주민규(제주 유나이티드)는 17골(도움 7개)을 기록 중이다. 김대원(강원FC)은 12골·13도움으로 공격 포인트 부문 리그 1위다. 이승우(14골·수원FC)도 첫 시즌에 스타성을 입증했다.
이청용의 강점은 기록으로 나타나지 않은 헌신과 책임감이다. 그는 팀 내 주장으로서 선수들을 다독이는 부드러운 리더다. 궂은일을 마다치 않고 솔선수범하는 태도로 구단 안팎에서는 ‘주장 이청용’의 헌신을 높이 샀다. 이청용은 선수들에게 ‘개인 기록보다는 우승을 향한 열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청용은 경기장에서는 쉴 새 없이 피치를 뛰어다녔다. 올 시즌 이청용은 2020년에 해외생활을 마치고 국내로 복귀한 이후 가장 많은 출전 시간(2318분)을 기록했다. 패스워크 위주로 공 점유율을 확보하는 울산의 빌드업 축구에서 중추 역할을 했다. 좌우를 폭넓게 움직이며 경기를 조율하고, 패스 고리 역할을 하면서 팀의 공격을 이끌었다.
이청용은 국내 리그의 대세인 '살림꾼'에 적합해 MVP 후보로서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최근 2시즌 동안 차례로 리그 MVP를 수상한 홍정호(전북 현대) 손준호(산둥 타이산·당시 전북)은 장기 레이스에서의 팀 공헌도가 높다는 점을 인정받았다. 경기장 안팎에서 팀을 한 시즌 내내 잘 이끌어온 이청용이 강력한 MVP 후보로 꼽히는 이유다. 여기에 '우승 프리미엄'까지 얻었다.
MVP는 각 구단이 제출한 명단을 바탕으로 후보를 꾸린다. 전문가로 구성된 후보선정위원회가 17일 회의를 거쳐 4배수를 후보로 추려 18일 오전 최종 명단을 발표한다. 선정된 후보들을 대상으로 각 구단 감독(30%), 주장(30%), 미디어(40%) 투표를 진행하여 최종 수상자를 가린다. 울산 구단 관계자는 “팀 주장으로서 헌신도가 높았던 이청용을 MVP 후보로 제출했다”고 귀띔했다.
홍명보 울산 감독은 “이청용에게 주장 역할을 맡기면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었다. 자신의 커리어에 걸맞게 잘해줬다. 경기 출전 시간이 나이에 비해 많았는데, 힘든 경기에서 더욱 빛을 내는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이청용이 MVP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제자의 MVP 수상에 대해 힘을 실어줬다.
동료들도 이청용을 응원했다. 팀 내 최다 공격 포인트(12골·6도움)를 올린 엄원상은 "청용이 형이 MVP에 선정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축구를 하면서 주장을 한 번도 안 해봤다. 정말 어려운 역할이라고 생각하는데 제가 본 주장 중에 가장 역할을 잘해준 주장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청용은 MVP 수상 가능성에 겸손한 답변을 했다. 그는 “주장으로서 좋은 감독님과 코칭스태프 밑에서 할 수 있는 만큼 해왔다. 지금까지 우승만 바라보며 매 경기 많은 노력을 하면서 경기를 준비해왔다. 우리 팀에 나보다 더 활약한 좋은 선수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동안 우승하지 못한 팀의 선수가 MVP를 받은 건 여섯 차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