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8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SSG 랜더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8회말 SSG 공격 무사 1루 상황에서 SSG 최주환이 우익수 뒤 홈런을 친 뒤 기뻐하며 베이스를 돌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올해 최주환(34·SSG 랜더스)은 최악의 부진을 겪었다. 전반기 타율이 0.161에 불과했다. 4년 최대 42억원의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맺고 SSG로 온 지 두 번째 시즌만이었다. 그러나 8월 들어 타율 0.314를 기록하는 등 점차 살아났다. 9월에는 장타까지 폭발했다. 올 시즌 때린 9개 홈런 중 7개가 9월 이후에 나왔다.
SSG는 최주환의 부진을 극복했다. 그가 부진했음에도 개막전부터 시작 막판까지 충분한 출전 기회를 부여했다. 한국시리즈(KS)에서 그의 힘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최주환은 SSG에서 KS 경험이 가장 많은 선수 중 한 명이다. 지난 2015년부터 2020년까지 6년 연속 KS를 치렀다. 1위로 KS에 직행한 경험은 물론 2위와 3위부터 올라간 본 적도 있는 가을 베테랑이다.
최주환은 "작년을 제외하면 최근 8년 중 7번을 나가게 됐다. 이런 복이 있긴 있나 보다"라며 "2018년 두산 베어스에서 뛸 때 정규시즌 1위를 했고, 마침 상대 팀이 SK였다. 그때처럼 정규시즌 우승팀이 돼 기다리게 됐다. 당시에도 정규시즌 우승은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이제 시작이고 더 잘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올해도 정규시즌 우승 축하 행사 때만 잠깐 기뻐했고 머릿속에서 지웠다"고 말했다.
2022 KBO리그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와 SSG 랜더스의 경기가 지난 8월 21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3회초 무사 최주환이 센터 펜스 상단을 맞추는 2루타를 치고 있다. 고척=김민규 기자 그는 또 "휴일이 길어지면 경기 감각에 문제 있을 수 있지만, 2018년엔 (KS에 선착한 게) 큰 도움이 됐다. 앓고 있던 스포츠 탈장과 치골결합염을 쉬면서 관리했던 게 KS 때 도움이 됐다"고 돌아봤다. 당시 최주환은 타율 0.478(23타수 11안타) 1홈런 7타점을 기록할 만큼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전반기 내내 최주환을 괴롭혔던 타격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되찾았다. 후반기 장타를 터뜨린 덕에 중심 타선 출전도 잦아졌다. 최주환은 “중심 타선은 어릴 때부터 맡아왔던 자리다. 강박감을 느끼기보다 클러치 상황이 오히려 반갑다. 벤치의 믿음을 받으면 부담감을 느끼는 게 아니라 그에 부응할 자신이 있다”고 했다.
최주환은 이어 “타구를 가운데 방향으로 치는 훈련을 이어가고 있다. 당겨치는 건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아도 경기 때 잘 맞으면 넘길 수 있으니 가운데로 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진영 타격 코치님도 좋은 말씀을 해주셨고, 나도 받아들이면서 방향성을 잡고 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2022 KBO리그 정규리그 우승까지 매직넘버 1을 남겨둔 선두 SSG 랜더스가 꼴찌 한화 이글스와 지난 3일 오후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대결을 펼쳤다. SSG 최주환이 3회초 한화 선발 문동주로부터 우월 2점 홈런을 날리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대전=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 이진영 코치는 “(최주환이) 심리적인 어려움도 겪었다. 타격 타이밍이 늦어지자 마음이 급해졌던 게 컸다. 주환이는 당겨치는 타자였지만, 타격 방향성을 조금 수정하면서 본래의 장점을 더 살릴 수 있게 됐다. (부진한 동안) 본인이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기존 자신의 스타일을 조금 버리고 코치와 소통하면서 내가 생각한 부분, 주환이가 생각한 부분이 합쳐졌다”고 설명했다.
최주환은 “우승을 ‘당연히’ 노린다는 표현은 하고 싶지 않다. 물론 무조건 우승이 목표다. 그래도 더 진중하게, 차분하게 임하겠다"라며 "평정심이 가장 중요하더라. KS 1차전이 아니라 145번째 경기라고 생각하고 뛰겠다. 정규시즌 144경기 후에 6~7경기를 하면 150경기 정도 되지 않나. 항상 한국시리즈를 맞아 정규시즌을 좀 더 길게 이어서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해왔고, 올해도 그렇게 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