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3사가 그간 손에 잡히지 않았던 인공지능(AI) 서비스에 캐릭터를 입히는 등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지금껏 음성으로 TV 채널을 바꾸는 역할이 전부였다면 이번 브랜드 론칭을 계기로 고객 생활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전망이다.
매출 영향이 적고 수요가 많은 고객센터가 AI 격전지다. 여기에 이통 3사는 대화형·초거대·스포츠 등 차별화한 매력을 더해 '누가 더 똑똑한가'를 두고 주도권 경쟁을 펼치고 있다.
AI가 스포츠 승부 예측하고 드라마 추천까지
26일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를 마지막으로 이통 3사 모두 AI 브랜드 론칭 작업을 마쳤다.
LG유플러스는 지난 25일 사람과 사람을 연결한다는 의미를 지닌 AI 브랜드 '익시'를 공개했다. B2C(기업-소비자 거래)·B2B(기업 간 거래)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곳에 적용할 방침이다.
LG유플러스는 데이터와 AI를 전략적으로 자산화하기 위해 지난해 7월 전담 조직을 신설한 데 이어 미국 델타항공·다이렉 TV·AT&T 등에서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한 경험이 있는 황규별 CDO(최고데이터책임자)를 영입했다.
모델이 LG유플러스 AI 브랜드 '익시'를 소개하고 있다. LG유플러스 제공 익시는 내달 카타르에서 열리는 월드컵에 맞춰 스포츠 승부 예측 기능을 탑재한 것이 가장 눈에 띈다. 월드컵 진출 국가들의 국제 경기 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결과를 예상할 뿐 아니라 확률이 높은 경기 스코어를 순서대로 보여준다.
승부 예측 서비스는 결과를 많이 맞히는 게 목적이 아니다. 스포츠 커뮤니티 '스포키'의 트래픽을 끌어올리는 것이 미션이다. 이후 광고와 같은 수익 모델을 붙일 계획이다.
고객센터와 소상공인을 위해 24시간 365일 문의 응대를 하는 콜봇도 도입한다. 음성을 문자로 변환해 분석한 뒤 적합한 답변을 내놓는 방식이다. 음성 인식 및 합성·자연어 처리·대화 시나리오 등 최신 기술을 녹였다.
국내 이통사 최초로 AI 상담 보이스봇을 내놓은 곳은 SK텔레콤이다. 2021년에는 AI 플랫폼 '누구'를 고도화한 상담봇으로 보다 자연스러운 상담 환경을 구축했다.
이어 올해 상반기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1000만명의 누구 알고리즘을 녹인 브랜드 '에이닷'을 출시했다. 안드로이드와 아이폰 앱으로 만들어 모바일 환경에서 이용자의 즐거운 일상을 뒷받침한다.
에이닷은 '일상의 디지털 메이트'를 표방한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마주하는 번거로운 작업을 대신 처리하고,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알아서 재생한다.
모델이 SK텔레콤의 성장형 AI 서비스 '에이닷'을 소개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에이닷의 특징은 성장형 모델이라는 점이다.
AI 언어 모델 특성상 처음에는 사실이 아닌 답변이나 맥락을 벗어난 대화를 할 수 있다. 하지만 거대언어모델(GPT-3)로 설계해 대화를 거듭할수록 데이터를 축적해 스스로 개선한다. 캐릭터 설정으로 나만의 비서를 만들 수도 있다.
에이닷은 단방향 명령을 뛰어넘어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에서 무엇을 볼지 고민될 때나 캘린더에 일정을 등록하고 수시로 확인해야 할 때처럼 필요한 상황에 적절한 업무를 수행한다.
이현아 SK텔레콤 에이닷 추진단 퍼스트팀 담당은 "스마트폰 하나당 평균 앱 수는 100개가 넘는다. 정작 자주 쓰는 건 10여개에 불과하다"며 "자원 중 가장 가치 높은 건 시간이다. 검색·설치 비용을 낮춰 아낀 고객의 시간을 더 알차게 만드는 서비스다"고 말했다.
모델들이 KT 기가지니에서 아마존 알렉사를 사용하는 '듀얼브레인 AI' 서비스를 시연하고 있다. KT 제공 IPTV 셋톱박스로 빠르게 확장
KT의 AI 플랫폼 기가지니는 900만 이상 가입자 기반의 1위 IPTV 사업자 입지가 경쟁력이다. 셋톱박스와 AI 스피커를 중심으로 B2C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올 초에는 아마존 AI '알렉사'와 손잡고 '기가지니 듀얼브레인'을 선보였다. 한국어로 기가지니를, 영어로 알렉사를 호출할 수 있다. 영어 교육이 필요한 자녀를 둔 가구나 자기 계발이 필요한 직장인 등에 적합하다.
지난 8월에는 오아시스마켓과 협업해 신선식품을 음성만으로 주문할 수 있는 AI 장보기 서비스도 출시했다.
또 최근 IPTV 브랜드를 '올레tv'에서 '지니TV'로 바꾸면서 셋톱박스도 안드로이드 모바일 형태로 진화할 예정이라 기가지니의 확장성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 밖에도 KT는 LG전자·현대중공업그룹·우리은행·카이스트 등 주요 기업·기관이 모인 'AI 원팀'을 이끌며 초거대 AI 개발과 전문 인재 양성을 주도하고 있다.
이처럼 이통 3사를 필두로 AI 시장은 계속해서 몸집이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시장조사기관 IDC는 국내 AI 시장이 연평균 15.1% 성장하며 2025년까지 1조9074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