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성(24·전북 현대)이 파울루 벤투가 이끄는 축구대표팀의 주전 공격수로 발돋움할까. 최근 골 감각을 보면 그는 대표팀 포워드 중 가장 좋은 컨디션을 자랑하고 있다.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개막이 19일 앞으로 다가왔다. 한국은 최대 강점 중 하나인 공격진의 화력이 사그라들고 있다. 주전 공격수 모두 소속팀에서 득점포를 가동하지 못하며 벤투호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에이스’ 손흥민(토트넘)은 지난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을 차지했던 때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앞선 공식전 5경기에서 침묵했다. 올 시즌 치른 18경기 중 2경기에서만 골 맛을 봤다. 황희찬(울버햄프턴 원더러스)은 주전 경쟁에서 밀렸고, 리그 10경기에서 단 한 골도 넣지 못했다. 근래 출전 시간은 10분 남짓으로 줄었다. 실전 감각을 걱정해야 하는 실정이다.
최전방에서 득점을 책임져야 하는 황의조(올림피아코스)의 부진도 심상치 않다. 올 시즌 올림피아코스로 이적한 그는 10경기에 나섰으나 데뷔골을 기록하지 못하며 2군행 루머까지 돌았다. 출전 시간이 점점 줄고 있다. 줄곧 선발로 나서던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에서도 교체 명단으로 자리를 옮겼다.
대표팀에서 굳건한 입지를 자랑한 황의조가 부진하면서 꾸준히 좋은 컨디션을 보인 조규성이 주전으로 올라설 가능성도 작지 않다. 김천 상무와 전북 현대에서 총 17골을 기록한 조규성은 2022시즌 K리그1 득점왕에 등극했다. 지난 30일 열린 FC서울과 대한축구협회(FA)컵 결승 2차전에서는 머리와 오른발로 멀티 골을 기록하며 대회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했다.
조규성은 ‘벌크업’으로 몸집을 키워 몸싸움과 포스트 플레이를 발전시켰다. 기존의 강력하면서도 정교한 슈팅과 고공 플레이 역시 진일보했다. 조규성은 자기 기량이 대표팀 레벨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애초 황의조의 대체자 격으로 뽑혔지만, 이젠 경쟁자로 발돋움했다. 현재 컨디션만 따지면 조규성이 황의조보다 믿을만한 옵션이 될 수 있다. 최전방 공격수에게는 득점 감각과 기세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상식 전북 감독은 서울과 FA컵 2차전을 마친 후 “조규성의 피지컬이 좋아졌다. 상대 한두 명이 붙어도 이길 힘이 생겼다. 문전에서의 득점 위치를 찾아가는 것도 발전했다”며 “월드컵에서도 좋은 활약이 기대된다. (한국의) 16강 (진출)이 어렵다고 하는데, (조규성이) 오늘 같은 퍼포먼스를 보여주면 16강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벤투호의 최전방 주인은 황의조다. 조규성이 부상으로 낙마한 지난 9월 코스타리카전에서도 황의조가 선발로 출전했다. 다만 최근 황의조의 출전, 득점 추이를 고려하면 대표팀에서 이전과 같이 좋은 활약을 펼칠 것이라 장담할 수 없다. 조규성을 '플랜 A'로 활용할 방법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이유다.
벤투호는 오는 11일 아이슬란드와 월드컵에 앞서 최종 평가전을 갖는다. FIFA가 정한 A매치 기간이 아니라 유럽파 선수들은 제외됐고, K리그 선수들을 위주로 명단을 꾸렸다. 아이슬란드전은 조규성의 주전 활용 가능성을 점검할 마지막 기회다.
사흘 휴식 후 대표팀에 합류하는 조규성은 “선수라면 당연히 월드컵에 나가보는 게 목표다. 이번 소집 때도 열심히 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면 (벤투) 감독님께서 좋게 봐주시지 않을까. 월드컵은 최종 명단에 포함된 후에 생각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