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34·SSG 랜더스)은 지난 1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2022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1차전에 선발 등판해 5와 3분의 2이닝 4실점(2자책점)을 기록했다. 자책점은 적었지만, 이닝도 실점도 아쉬웠다. 에이스가 버텨주길 기대했던 SSG는 결국 팽팽한 타격전으로 도전자 키움에 맞서야 했고, 10회 초 결승타를 허용하고 6-7로 패했다.
자책점이 2점 있긴 했지만, 투구 내용 자체는 괜찮았다. 삼진도 6개로 충분했고, 휴식일 덕분에 최고 시속 150㎞도 찍었다. 플레이오프 '업셋'을 주도했던 키움의 키 플레이어 이정후와 야시엘 푸이그도 통틀어 단 1피안타로 틀어막았다.
문제는 수비였다. SSG는 KS를 앞두고 훈련 기간 더그아웃에 포스터를 붙이고 수비 집중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김광현의 4실점은 모두 실책성 수비로 인해 나왔다. 5회 한유섬이 송성문의 우전 안타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한 베이스를 추가로 내줬고, 이어 송구가 어긋나면서 실점까지 이어졌다. 위기 상황에서 김민식의 포일까지 터지며 총 2실점이 만들어졌다.
SSG는 5회 말 최정의 적시타로 다시 한 점을 달아났지만, 6회 초 2사 후 중견수 최지훈이 단타성 타구를 제대로 커트하지 못하면서 추가 진루와 실점을 허용했다. 최지훈의 수비 후 김광현이 이지영에게 적시타를 맞았다. 안우진이 조기 강판당하면서 넘어가는 듯했던 분위기는 순식간에 비등해지고, 오히려 키움을 향해 흘렀다. 경기 후 김원형 SSG 감독도 “보이지 않는 실책으로 좋았던 김광현의 흐름이 끊겼다”고 설명했다.
김광현이 '왕조'의 철벽 수비와 함께 프로 커리어를 함께 했던 걸 생각하면 1일 경기의 풍경은 김광현에게도, 인천 팬들에게도 상당히 낯설고 아쉽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김광현은 KBO리그 역사에서 FIP(수비무관 평균자책점)와 평균자책점의 차이가 두 번째로 큰 선발 투수다. 차이가 0.76(스탯티즈 기준)으로 성준(0.82)에 바로 뒤를 잇고 있다.
물론 FIP와 평균자책점의 차이가 반드시 수비의 도움이나 투수의 순수한 실력을 의미하진 않는다. 다만 ‘왕조’ 때 김광현의 뒤를 철벽 수비진이 지켜준 것은 사실이다. 정근우-김강민-최정-박재상 등의 수비력은 당대 리그 최고로 평가받았다. 타자 친화적인 SSG랜더스필드를 사용한 점도 고려해야 하지만, 류현진·윤석민 등 당대의 다른 에이스들에 비해 안정적인 수비진과 함께해온 것은 사실이다. 덕분에 당대 그 어떤 에이스보다도 많은 네 개의 우승 반지를 손에 끼웠다.
그러나 SSG가 마지막 통합 우승을 거둔 이후 12년이 지났다. 세월이 흘렀어도 김광현은 여전히 뛰어났다. 올 시즌 13승 3패 평균자책점 2.13을 기록했다. 그러나 투구 스타일이 많이 바뀌었다. 직구 구속이 미국 진출 전보다 시속 2㎞ 정도 떨어졌고, 변화구 비중이 크게 늘었다. 탈삼진 능력은 뛰어났지만 이전보다 뜬공이 늘면서 최근 6년 중 가장 낮은 땅볼/뜬공 비율(1.13)을 기록했다.
그만큼 외야 수비 도움이 필요했으나 1차전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다. 특히 최지훈은 지난해와 올해 최고의 수비수로 평가받았던 선수였기에 팀에 타격이 더 컸다. 최지훈은 경기 전 인터뷰에서 첫 KS 진출이 긴장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고대했던 첫 한국시리즈 출전에서 아쉬움을 먼저 남기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