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구현모 KT 대표가 조만간 연임 의사를 밝힐 전망이다. 기업 가치 제고와 디지코(디지털 플랫폼) 전환 노력으로 이동통신 3사 중 단연 눈에 띄는 성과를 내며 경영은 합격점을 받는 분위기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아 안심할 수 없다.
6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오는 9일 오전 이사회를 시작으로 차기 CEO 인선 절차에 돌입한다.
KT는 대표 임기 만료 최소 3개월 전 사외이사 전원과 사내이사 1인으로 구성한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3년 전에는 KT 경영인 출신을 비롯해 전 정보통신부 장관 등 9명이 대표직을 두고 경쟁했다. 경력·학위·과거경영실적·경영기간·CEO 자질·정보통신분야 전문 지식·경험 등을 중점적으로 살핀다.
지금까지의 경영 성적표만 놓고 보면 연임에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구 대표의 취임 초기 가장 큰 고민은 저평가된 기업 가치였다. 이에 지난 2020년 11월 총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 결단을 내렸다. 11년 만에 최대 규모였다. 이어 구 대표와 임원들도 책임 경영 의지를 피력하며 수억원에 이르는 자사주를 꾸준히 사들였다.
여기에 더해 수익 구조 다변화를 위한 탈통신 작업을 가속했다. 플랫폼 기업들이 선도하는 콘텐츠 사업에 과감히 투자했다.
구 대표는 먼저 흩어져 있던 미디어·콘텐츠 역량을 통합했다.
지난해 3월 출범한 KT스튜디오지니를 중간지주사 성격으로 선봉에 세우고 같은 해 인수한 국내 1위 독서 구독 플랫폼 밀리의 서재와 웹툰·웹소설을 제공하는 스토리위즈를 원천 IP(지식재산권) 발굴 동력으로 배치했다.
또 종합방송채널사용사업자(MPP) 스카이라이프TV와 미디어지니(구 현대미디어)를 합병하며 12개 채널을 확보해 CJ ENM(15개)과 양강 구도를 만들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즌은 CJ ENM 티빙과 통합하며 콘텐츠 유통 창구를 넓혔다. '원천 IP-콘텐츠 기획·제작-유통'으로 이어지는 미디어 밸류체인을 완성한 것이다.
야심 차게 선보인 오리지널 시리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28개국에서 넷플릭스 주간 비영어권 시리즈 1위를 차지하고 시청 시간은 4억200만 시간을 찍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매출 부진에 빠졌던 넷플릭스가 가까스로 반등한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직접 이 드라마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현대자동차와 7500억원 규모의 지분 혈맹을 맺고, LG전자·현대중공업그룹·우리은행·카이스트 등 굵직한 기업·기관이 참여하는 'AI(인공지능) 원팀'을 주도하며 ICT 역량을 십분 활용한 파트너십 확장에도 힘을 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