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재계에 따르면 고 손복남 고문은 그룹의 초석을 닦고, 아들에게 다 내어준 어머니로 기억되고 있다.
지난 5일 별세한 손 고문은 경기도지사를 지낸 고 손영기 씨의 장녀다. 삼성그룹 창업주 고 이병철 선대회장의 장남 고 이맹희 CJ 명예회장과 1956년 결혼했다. 슬하에 이재현 CJ그룹 회장, 이미경 CJ그룹 부회장, 이재환 재산홀딩스 회장 삼남매를 두고 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연합회 회장이 손 고문의 남동생이기도 하다.
이병철 회장은 맏며느리인 손 고문을 각별히 아꼈다. 이 선대회장은 장남을 그룹에서 내쳤지만 일 처리가 매끄러웠던 손 고문과 집안 대소사를 꼭 상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산 분배를 할 때도 장남 대신 며느리인 손 고문에게 안국화재(현 삼성화재)를 넘긴 것도 다 이 때문이다.
1993년 삼성그룹에서 제일제당이 분리될 당시 손 고문은 보유한 안국화재 지분을 고 이건희 회장의 제일제당 지분과 맞교환했다. 당시 손 고문은 146만여주로 지분 14.5%를 지닌 제일제당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손 고문은 장남에게 모든 주식을 증여하며 승계를 명확히 했다. 승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분란의 여지를 원천 봉쇄한 셈이다. 1996년 11월 30만주인 3.62%를 이재현 회장에게 1차로 증여했다. 이어 1998년 1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각 53만주와 63만4000주를 증여했다. 1998년 증여가 마무리되면서 이재현 회장의 제일제당 지분은 16%로 높아졌다.
2002년 이재현 회장이 사명을 제일제당그룹에서 CJ그룹으로 바꾸면서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당시 그는 제일제당 지분 19.2%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 같은 연유 등으로 이재현 회장은 어머니에 대해 “CJ그룹 탄생의 숨은 주역이고 저의 든든한 후원자셨다”라고 추모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6일부터 조문이 시작된 후 오전 9시께 어머니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과 함께 가장 먼저 빈소를 찾았다. 7일에는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을 비롯해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 등이 조문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대표이사,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 등 재계 인사들도 다녀갔다.
CJ그룹은 유족의 뜻에 따라 비공개 가족장으로 장례를 치른다. 발인은 8일 오전 8시 30분이고, 장지는 경기 여주시 선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