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서 옆 경찰서’ 제작사가 드라마 연출을 담당해 근무하던 중 유명을 달리한 이힘찬 PD의 사망사건에 사과했다.
8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는 ‘스튜디오S 고(故) 이힘찬 프로듀서 사망사건 대책위원회’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5개 단체로 구성된 대책위원회는 지난 7일 유족과 스튜디오S사측 간에 진행된 간담회 내용을 전했다.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7일 간담회에는 고인의 가족과 대책위 활동에 함께한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김영민 센터장, 언론노조 SBS본부 정형택 본부장, 스튜디오S 한정환 대표이사와 김동호 경영국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한정환 스튜디오S 대표이사는 “고 이힘찬 프로듀서가 겪었을 고통을 엄중하고 무겁게 받아들였다”면서 “유가족분들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한 대표는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약속드린 개선책을 충실히 이행하고 고민의 명예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공식 사과했다.
이힘찬 PD의 유족들은 고인 사망 전후 회사(스튜디오S)의 모습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무엇보다도 일하며 겪는 압박과 부담을 개인에 지우지 말고 조직과 회사가 해결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달라”며 사측에 시스템 개선을 강조했다.
SBS 본부 정형택 본부장은 7일 공식 사과 자리에서 주목할 점으로 “공식 사과와 고인의 명예회복, 재발 방지를 위한 실효성을 위한 대책의 마련”을 꼽았다. 정 본부장은 “진상 조사위를 통해 과중한 업무, 예산 및 편성 압박이 고인의 사망 원인임이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측에서 드라마 제작 현장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최소한의 접점을 약속했다며 “예산 압박을 개인에게 전달하지 않는 것 등에 초점을 맞췄고, 이를 기초로 구체적인 제작 가이드를 만들고 강제하도록 하겠다”고 개선 방안을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정 본부장은 매년 1월 30일을 조합원 안전의 날로 제정하고,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고충 처리를 하는 등 노동권을 보장받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지속해서 노력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대책위원회는 당분간 활동을 이어나간다. 스튜디오S 사측이 유족 및 대책위와 합의한 고인에 대한 추모 및 현장 개선 방안을 성실히 이행하는지 점검, 평가한다. 이번 개선방안이 사측에 그치지 않고 드라마 제작업계 전반으로 퍼지도록 현장에 널리 알리는 노력도 진행할 계획이다.
고인은 지난 2020년 SBS 드라마본부가 분사해 설립된 자회사 스튜디오S 소속으로 일했다. 드라마 ‘소방서 옆 경찰서’ 제작진으로 합류한 이후 지난 1월 30일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 이후 지난 3월 스튜디오S, 유가족 대표, 언론노조 등이 참여한 공동조사위원회가 사망 원인 규명, 재발 방지 대책 수립 등에 나섰다.
이힘찬 PD 사망 이후 촬영을 중단했던 ‘소방서 옆 경찰서’는 지난 5월 촬영을 재개, 오는 12일 첫 방송을 앞두고 있다. 첫 회에는 고인에 대한 추모 메시지가 게시될 예정이다. 최종회 마지막 장면에는 고인의 사진과 추모의 뜻이 담긴다. 회사 차원에서도 매년 고인에 대한 추모 의식을 진행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