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는 8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6차전에서 키움 히어로즈를 5-4로 꺾고, 4승 2패로 우승을 확정했다. 정규시즌 개막전부터 최종전까지 1위를 지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거둔 SSG는 KS까지 제패하며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완벽한 통합 우승을 이뤄냈다. '왕조'로 KBO리그에 군림했던 2010년 이후 12년 만에 만든 통합 우승이고, 지난해 SSG로 간판을 바꾼 후 2년 만이다. 준플레이오프(준PO)부터 기세를 타고 키움의 '미러클'을 정규시즌 내내 보여준 홈런포와 역전타로 꺾었다.
전날 9회 말 대타 끝내기 스리런 홈런으로 역전승을 거둔 SSG는 이날 역시 역전승을 거뒀다. 6차전 선발 투수로 등판했던 윌머 폰트는 추운 날씨에 다소 느린 구속을 기록했다. 결국 3회 초 임지열에게 투런 홈런을, 6회 초 이정후에게 솔로 홈런을 내주며 흔들렸다. 탈삼진이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내줄 건 내주고, 지킬 건 지켰다. 실점에도 투구를 이어갔고, 결국 7과 3분의 2이닝 동안 90구를 던지며 3실점으로 마무리했다.
야수들은 파괴력 있는 장타 대신 집중력 있는 플레이로 역전승을 챙겼다. 3회 상대 실책을 틈 타 주자 두 명이 모두 들어와 동점을 만들었던 SSG는 6회 말 다시 상대 유격수 실책으로 후안 라가레스가 출루해 기회를 잡았다. 후속 타자 박성한이 볼넷으로 출루했고, 최주환은 희생 번트로 역전 밥상을 차렸다.
전날 김강민이 해냈듯, 이날은 또다른 베테랑 김성현이 해냈다. 김성현은 요키시가 던진 5구 시속 135㎞ 체인지업을 공략해 좌중간을 가르는 적시 2루타로 역전 2타점을 만들었다.
수비에서도 SSG의 집중력이 빛났다. SSG는 우익수로 출전했던 한유섬과 최지훈이 파울 존까지 달려가 점프 캐치로 아웃 카운트 두 개를 만들어냈다. 이어 7회 초 박성한이 파울 지역까지 달려가 뜬공을 처리했고, 김혜성이 당겨친 장타성 타구는 1루수 최주환이 다이빙해 라인드라이브로 처리했다. 호수비 릴레이는 8회에도 계속됐다. 선두 타자 임지열의 깊숙한 타구는 유격수 박성한이 잡은 후 1루 송구까지 완벽하게 해냈다. 이어 김웅빈이 친 중견수 앞 텍사스 안타성 타구도 베테랑 김강민이 묘기하듯 아웃 카운트로 맞바꿨다. SSG는 폰트가 내려간 후 KS 무실점 행진을 이어오던 필승조 김택형이 8회를 마무리했고, 9회를 박종훈과 김광현이 나눠 맡아 우승의 마지막 한 조각을 채웠다.
무려 12년 만의 통합 우승이다. SSG는 SK 와이번스 시절인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왕조'로 불렸다. 탄탄한 수비, 재치 있는 주루 플레이와 끈질긴 타격으로 6년 연속 KS 진출과 세 차례 우승을 이뤄냈다. 그러나 이후 '삼성 라이온즈 왕조'와 '두산 베어스 왕조'의 시대가 차례로 열렸고, SK는 리그의 지배자 자리에서 물러났다. 2018년 기적적인 '업셋' 우승을 이뤘지만, 당시 정규시즌을 압도했던 건 두산이었다. 2019년에는 정규시즌 1위를 기록하다 두산에 대역전을 당했고 플레이오프(PO)에서는 키움에 '업셋'을 당했다. 2020년에는 아예 9위로 추락까지 경험했다.
2021년 팀은 새 분기점을 맞았다. SSG가 SK로부터 구단을 인수했다. 구단주 정용진 부회장이 적극적으로 나섰고, 2년 동안 추신수, 김광현 등 대형 계약이 연이어 맺어졌다. 구단 클럽하우스도 대대적으로 개선했다.
대대적인 투자는 2022시즌 빛을 발했다. 김광현을 필두로 선발진의 호투로 개막전부터 거침없이 치고 나갔다. 개막전 윌머 폰트의 '9이닝 퍼펙트' 승리를 시작으로 시즌 최종전까지 어느 팀에게도 1위 자리를 빼앗기지 않고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달성했다.
최지훈, 박성한, 전의산 등 새로운 얼굴들이 연달아 나왔지만, 무엇보다 12년 전까지 왕조를 지켜왔던 '레전드'들이 변함없는 활약을 펼쳤다. 특히 단기전에서 이들의 활약은 독보적이었다. 12년 전 리그 최고의 중견수였던 김강민은 KS 1차전과 6차전 대타 홈런으로 가을의 사나이임을 증명했다. 최정은 시리즈 타율 0.476 2홈런 9타점으로 타점 기회마다 점수를 뽑아냈다. 1차전과 5차전 선발로 출격했던 에이스 김광현은 6차전 9회 '헹가래 투수'로 나서서 팀 우승을 완성했다. 지난 2008년, 2010년, 2018년에 이어 선발과 마무리로 팀의 우승을 다섯 번째로 결정지었다.
시간이 지나도 클래스는 변하지 않는다. SSG는 12년 동안 왕조의 추억을 안고 기다려온 팬들에게 이를 증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