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net 서바이벌 프로그램 ‘스트릿 맨 파이터’를 1회라도 봤다면 알 것이다. 댄스 크루 어때가 뿜어내는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는 걸. 혹자는 그것을 두고 걸리시하다고 했고, 혹자는 젠더리스하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어때는 자신들의 춤을 ‘걸리시’하다고도 ‘여성적’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어때에게 ‘젠더리스’란 남자가 여자 춤을, 여자가 남자 춤을 추는 것이 아니다. 말 그대로 춤에는 ‘성별’이 없다는 것이다. 파이널을 앞두고 아깝게 떨어진 어때를 온라인으로 만났다. 비록 우승은 거머쥐지 못했지만 자신들의 춤을 보여줬다는 자부심만큼은 대단했다.
-‘스트릿 맨 파이터’에서 아깝게 떨어졌다. 보여주고 싶었던 무대를 충분히 보여줬는지. 킹키 “서바이벌에서 ‘충분히’라는 단어가 되게 어려운 것 같다. 어떻게 해도 아쉬움이 남고 후회가 남는다. 주어진 조건들 안에서 최대한 우리 색을 보여드리고 우리가 가진 방향성을 춤에 녹여내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어때는 다양한 춤을 출 수 있는 크루인데 그 부분을 많이 못 보여드린 것 같아서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쉽다. 다만 우리가 잘하는 게 어떤 것인지 보여드리는 데는 성공한 것 같다.”
-기억에 남는 무대를 꼽자면. 테드 “마지막에 진행했던 비 미션 같은 경우 우리의 색을 많이 넣으려고 했다. ‘스트릿 맨 파이터’ 초반부터 어떠한 선입견 같은 것을 사실 느꼈다. 여자는 여자다운 걸 해야 되고 남자는 남자다운 걸 해야 한다는 그런 것. 그래서 우리 어때 크루에도 어떠한 이미지가 심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쟤네 왜 자꾸 여자 춤을 춰’라는 틀을 깨고 싶었다. 그런 마음이 잘 비칠 수 있게 스토리를 짜보자는 생각이었다.”
킹키 “덧붙이자면 그런 틀을 깨고 대중적으로 다가가야 하는 부분이 있으니까 그 부분에도 신경을 쓰고자 했다. 대중이 ‘칼각’을 좋아하지 않나. 그래서 우리에게 잘 맞는 것과 우리가 보여드릴 수 있는 합을 만들고자 노력했던 것 같다. 그런 부분이 묘한 쾌감으로 다가왔다.”
-어때하면 ‘젠더리스’라는 단어를 빼놓을 수 없다. 이조 “우리는 항상 젠더리스함을 추구해왔다. 흔히 남성적, 여성적이라고 하는 면들을 다 보여드리고자 했다. 우리는 춤에 성별을 두지 않는 크루다. 그걸 조금 더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많은 분이 ‘걸리시’라고만 생각하신 게 아닌가 싶어 그 부분에 있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앞으로 ‘어때스럽다’, 사전적 의미의 ‘젠더리스하다’는 말을 들으려고 노력하겠다.”
-‘젠더리스’라는 표현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더 있는 것 같다. 테드 “젠더리스를 걸리시라고 바라보는 게 이해가 안 갔다. ‘이런 춤은 어때만 출 수 있어’라고 보는 시선들도 그랬고. ‘저건 걸리시야’라고 단정을 지어서 말을 하는 것도 이상했다. 그럴 때 혼란스러웠던 것 같다. ‘우리는 뭘 춰야 하지’, ‘어떤 걸 해야 남자들이 추는 춤이라고 인정을 받는 거지’ 싶었다. 초반에 우리를 바라보는 어떠한 틀 같은 게 생기다 보니 초반부터 혼란스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스타일을 끌고 간 건 보여드리고 싶어서였다. 한국 남자 댄서들 가운데 이런 춤을 추는 건 소수고, 그런 우리가 ‘스트릿 맨 파이터’에 나온 거니까 우리의 춤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우리가 나서서 그런 틀을 깨고 사람들의 시선을 바꾸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랐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다른 팀과 경쟁을 하기보다는 우리끼리 많이 뭉쳐있었던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스트릿 맨 파이터’ 취지와 맞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그냥 우리의 고충을 얘기하고 알리는 것을 우리의 방향으로 설정했다.”
-‘스트릿 맨 파이터’ 미션을 지속할 수 있었던 원동력을 꼽자면. 이조 “우리의 춤을 좋아해 주는 분들이다. 우리 춤을 좋아해 주는 분들이 항상 계셨고 응원 글도 있었다. 또 우리 안에서도 원동력이 만들어져왔다고 생각한다. 70~80명 정도 되는 ‘스트릿 맨 파이터’ 댄서들 사이에서 이런 춤을 추고 있는 여섯이 모여 있다는 게 참 좋았다. 홀로 하는 미션 때마다 ‘젠더리스하다’, ‘걸리시하다’는 시선이 힘들었다. 그럴 때마다 팀원들 덕에 힘을 냈다. 팀원들이 ‘잘하고 있다’, ‘네가 제일 멋있다’는 말을 해줘서 잘 버틸 수 있었다.”
-어때가 추구하는 춤은 어떤 것인가. 테드 “우리 친누나가 발레를 했다. 누나가 ‘스트릿 맨 파이터’를 보며 발레 이야기를 해주더라. ‘저 기준이라면 발레도 여자만 춰야 하는 춤 아니냐’고. 힘이 다를 뿐 춤 자체에는 성별의 경계가 없다. 예를 들어 똑같은 동작을 할 때 남자는 네 바퀴를 돌고, 여자는 두 바퀴, 세 바퀴를 돌뿐이다. 동작이나 춤을 두고 성별의 경계를 세우는 것 자체가 속상하다. 우리는 그냥 ‘이 노래에 어떤 동작이 어울릴까’ 고민하는 크루다. 춤에는 남녀가 없다.”
콴즈 “남녀가 추는 춤이 따로 있다고 나도 생각하지 않는다. 춤이란 것은 예술의 한 영역이고 표현의 한 방법이다. 그런데 거기에 딱 경계를 두고 ‘뭐는 이렇다, 뭐는 저렇다’라고 하는 게 이상하다. 그냥 자신의 성격을 춤에 드러내는 것뿐이다. 앞서도 말했듯 남녀가 추는 춤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우리는 계속 우리가 하고 싶은 춤을 춰왔다.”
킹키 “물론 남자가 주로 추는 춤, 여자가 주로 추는 춤은 있을 거다. 힘이 다르고 유연성이 다르니까. 각자 신체 조건에 맞는 걸 하다 보면 그럴 수 있을 거고, 거기에서 선입견도 생길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우리는 그냥 ‘그 사람의 춤’만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어때가 ‘스트릿 맨 파이터’에 나온 이유였다. 우리는 앞으로도 경계가 없는 춤을 추고 싶다.”
-어때를 보고 힐링을 받았다는 시청자들도 많다. 테드 “우리가 다른 팀과 그다지 경쟁을 하는 것 같지 않아서 그렇게 느끼셨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냥 우리가 잘하는 것들을 보여드리는 데 포커스를 두다 보니 힐링을 느끼셨나 보다. 우리가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나 보다. (웃음) 그래서 사랑을 줄 수 있는 것 같고.”
-앞으로 듣고 싶은 수식어가 있다면. 킹키 “그냥 ‘좋다’는 말이 듣고 싶다. 우리가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 게스트로 나갔을 때 우리끼리 ‘어때?’라고 하면 사람들이 ‘잘해’라는 말을 하도록 노력하자는 이야기를 했다. 제일 듣고 싶은 수식어는 그래서 ‘잘해’다. ‘얼굴 잘해’, ‘비율 잘해’ ‘예능 잘해’, ‘춤 잘해’ 등 뭐든지 잘하는 건 어때라는 말을 듣고 싶다.”
콴즈 “수식어는 아닌데 그냥 ‘춤을 계속 보고 싶다’는 말을 듣고 싶다. 어때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느낌을 갖고 봐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