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 5관왕(타율·안타·타점·출루율·장타율)과 정규시즌 MVP(최우수선수)를 수상한 이정후(24·키움 히어로즈)가 상금을 전액 기부한다.
이정후는 17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2 KBO 시상식에서 타격 5개 부문과 MVP를 수상했다. 너무 많은 트로피를 받은 덕에 트로피를 내려놓고 수상 소감을 말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트로피 개수가 말해주듯 이정후는 올해 최고의 타자였다. 5관왕을 차지한 정규시즌은 물론 포스트시즌(PS)에서도 막강했다. 플레이오프(PO)에서는 타율 5할을 기록하고 시리즈 MVP를 탔고, 한국시리즈(KS)에서 그와 맞대결을 펼친 SSG 랜더스 에이스 김광현은 안타를 맞고 감탄하는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이정후가 빛난 건 시상식에서도 여전했다. 이날 시상식에서 이정후가 받은 트로피는 총 6개, 상금은 2500만원(타자 타이틀 각 300만원·MVP 1000만원)에 달한다. 이정후는 수상 후 인터뷰에서 "상금은 전액 기부할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이정후는 "부모님이 먼저 권해주셨고, 나도 그러겠다고 했다"며 "청소년 자립을 위해 쓰인다고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정후는 "나도 프로야구 선수가 되기 전까지 도와주신 분들이 많았다. 다 되돌려드려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야구를 했는데, 이렇게 좋은 기회가 왔고 부모님이 먼저 말씀을 꺼내주셔서 그렇게 하자고 했다"고 전했다.
이정후의 가족은 이날 시상식 전체를 관통한 화제였다. 아버지 이종범(1994년 MVP 수상)에 이은 역대 최초 부자 MVP 수상이었고, "예비 매제'자 청소년 대표팀부터 절친했던 고우석(LG 트윈스)은 세이브 1위로 이날 시상식을 함께 했다. 고우석은 수상 소감에서 "새로운 가족에서 내가 야구를 가장 못 하는 선수가 될 것 같다"고 웃었다.
이정후의 어머니 정연희 씨는 "(이)정후는 정말 고마운 아들이다. 작년까지는 내가 감싸주던 아들이었는데 올해는 내가 의논도 많이 하고 가장 많이 기댄다"며 "정후가 (고우석과 딸의) 결혼을 빨리 시키라고 재촉했다. 결혼 이야기가 나올 때 가장 좋아했고, 두 사람이 평생 살면서 가장 크게 의지하는 형제 같은 관계가 아닐까 싶다. 세 사람(이종범·이정후·고우석)이 야구 얘기를 정말 많이 한다. 어떻게 저런 아이가 우리 가족으로 들어오게 됐을까 싶다. 정말 착한 아이고, 수상 소감도 너무 감동적"이라고 전했다.
정작 이정후 본인은 아직 결혼 생각이 없다. 이정후는 "천천히 할 생각"이라며 "언젠가 좋은 사람이 나타나겠지만, 아직 야구를 잘할 때가 데이트보다 기분 좋다"고 말했다. 정연희 씨도 "사위는 의젓하고 생각도 깊은데, 아들은 좀 이따 보내도 될 것 같다"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