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는 17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2 KBO 시상식에서 홈런왕 자격으로 참석했다. 그는 정규시즌 출전한 124경기에서 35홈런을 기록, 2위 호세 피렐라(28개·삼성 라이온즈)를 7개 차로 따돌렸다. 2019년에 이어 3년 만이자, 개인 통산 6번째로 홈런 1위에 올랐다. 지난해까지 나란히 5번씩 차지했던 '국민 타자' 이승엽(은퇴·현 두산 베어스 감독)을 넘어 KBO리그에서 홈런왕을 가장 많이 차지한 선수가 됐다. 역대 최고령 홈런왕 기록도 썼다.
박병호는 2020시즌 타율 0.223 21홈런, 2021시즌 타율 0.227 20홈런에 그쳤다. 30대 중반이 넘어선 그의 성적이 크게 떨어지자 에이징 커브(일정 나이가 되면 운동능력이 저하되며 기량이 하락하는 현상)가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지난겨울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지만, 전성기를 보낸 키움 히어로즈와 계약하지 못하고, 이름값에 미치지 못하는 몸값(3년 30억원)에 KT로 이적했다.
박병호의 재기를 점치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홈런왕'이라는 수식어를 되찾았다. 65경기 만에 지난 시즌 기록한 20개를 채웠다. 더불어 KBO리그 최초로 '9년 연속 20홈런'을 기록한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전반기만 27홈런을 기록하며 타이틀을 향해 질주했다. 7월 28일 키움전에선 끝내기로 30번째 홈런을 장식했다. 이후 5개 더 때려낸 그는 통산 362홈런을 기록, 이승엽(467개) 최정(429개) 이대호(374개)에 이어 이 부문 4위에 올랐다.
시상식이 끝나고 만난 박병호는 "홈런왕보다 마음속에 목표로 세웠던 30홈런을 달성해 기쁘다. KT 이적 뒤 새로운 마음으로 야구를 했고, 달라진 환경 속에서 많은 분이 도움을 준 덕분에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었다"고 했다. 부상 탓에 홈런을 더 많은 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팀이 1~2승만 더했어도 3위에 오를 수 있었다. 홈런을 추가하지 못한 건 아쉽지 않지만, 팀에 미안했다"고 전했다.
최다·최고령 신기록을 세운 점에 대해서는 의미를 부여했다. 박병호는 "최초 기록에 내 이름을 올렸다. 그 점을 정말 뿌듯하다"며 웃었다. 7번째, 8번째 홈런왕에 오른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박병호는 "올 시즌 30홈런을 넘었을 때 '다시 잘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꼭 내년이라고 말할 순 없지만, 몸 관리를 잘하고 작년보다 나은 시즌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면 또 타이틀에 도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한 이정후(키움)는 "홈런왕 트로피엔 (박)병호 선배님 이름이 새겨져야 정품 같다. 역시 홈런왕에 가장 잘 어울리는 선배"라고 박병호를 치켜세웠다. 박병호는 리그 최고의 타자로 성장한 이정후를 향해 "절대 안주하지 않는 (이)정후의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며 정말 감탄했다. 어린 나이에 그런 생각을 하고, 노력해서 결과로 보여주는 건 정말 어렵다. 대단하고, 대견하다"고 축하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