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데뷔골을 넣은 후 지렁이 춤을 춘 그릴리쉬.(사진=게티이미지) 잉글랜드 대표팀 미드필더 잭 그릴리쉬(27·맨체스터 시티)가 이란을 상대로 득점한 후 ‘지렁이 춤’을 췄다. 소년 팬과의 약속이 있었기 때문이다.
잉글랜드는 21일 오후 10시(한국시간) 카타르 알 라얀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벌인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B조 1차전 이란과 경기에서 6-2로 완승했다.
객관적 전력에서 우위에 있던 잉글랜드에 이란의 ‘늪 축구’는 통하지 않았다. 잉글랜드는 주드 벨링엄(도르트문트) 부카요 사카(아스널) 라힘 스털링(맨시티)의 연속골로 전반에만 3점 차 리드를 쥐었다. 벤치를 지키던 그릴리쉬는 승부가 기운 후반 25분 스털링을 대신해 잔디를 밟았다. 그릴리쉬는 후반 44분 팀의 대승을 완성하는 6번째 골을 터뜨렸다.
‘월드컵 데뷔골’을 넣은 그는 양팔을 쭉 펴고 어깨를 마구 털고 흔드는 독특한 골 뒤풀이를 선보였다. 글로벌 축구 매체 골닷컴은 “그릴리쉬가 선보인 세레머니는 월드컵 전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11세 어린 팬과 약속한 것”이라고 알렸다.
월드컵을 앞둔 그릴리쉬는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팬 핀레이에게 편지를 받았다. 그는 고마움의 표시로 핀레이를 맨시티 훈련장에 초대했다. 당시 핀레이는 그릴리쉬에게 ‘지렁이 춤’을 시범 보이면서 세레머니로 춰 달라고 요청했다.
약속을 지킨 그릴리쉬는 경기 후 SNS(소셜미디어)에 “핀레이, 너를 위한 거야”라는 글과 함께 골 뒤풀이 사진을 게시했다. 핀레이는 BBC 라디오를 통해 “그는 내 최고의 친구예요. 사랑해요 그릴리쉬”라며 감사를 표했다. 이란전 승리 후 자국 팬과 대화하는 그릴리쉬.(사진=게티이미지) 그릴리쉬에게는 뇌성마비를 앓는 여동생이 있다. 몸이 불편한 팬을 유독 살뜰히 챙기는 이유다. 그는 지난 2월에도 따뜻한 팬 서비스로 화제가 됐다. 소속팀 홈구장인 에티하드 스타디움을 입장하던 그릴리쉬는 휠체어를 탄 에비 핀더라는 팬을 발견했고, 사인과 함께 정성스러운 문구를 써줬다.
보여주기식이 아니었다. 그릴리쉬와 에비의 연은 이어졌다. 그는 에비의 가족을 홈구장으로 초대해 경기 후 직접 택시까지 잡아준 것으로 알려졌다. 그릴리쉬와 에비는 가족끼리 왕래하는 각별한 사이가 됐다. 또한 그릴리쉬의 여동생과 에비는 둘도 없이 친한 친구가 됐다는 후문이다. 에비 핀더에게 팬 서비스한 그릴리쉬는 이후에도 연을 이어가고 있다.(사진=맨체스터 시티) 에비의 아버지 그레엄은 지난 6월 영국 매체 토크스포츠와 인터뷰에서 “그릴리쉬는 또래의 다른 젊은이들처럼 평범한 삶을 살고 있고, 자신이 얼마나 유명한지 잘 모른다. 정말 진실하고 겸손한 사내다. 아마 폴 개스코인 이래 영국 최고의 선수일 것”이라고 칭찬했다.
잘생긴 외모와 빼어난 축구 실력으로 일거수일투족이 화제지만, 그릴리쉬의 미담은 그레엄의 인터뷰로 세상에 알려졌다. 그레엄은 “맨시티 홍보 담당자는 그릴리쉬가 이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고 했다. 담당자는 그가 이런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아무도 몰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가 홍보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커리어 초기 ‘악동’으로 불리던 그릴리쉬는 화끈한 팬 서비스와 기부 등 선행에 앞장서며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