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조'에서 일본이 독일을 잡는 대이변을 연출했다. 경기 내내 휘둘리던 일본을 각성시킨 것은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의 막판 교체 전략이었다. 아르헨티나를 꺾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아시아의 저력을 과시했다.
일본 축구대표팀은 23일 저녁 10시 카타르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조별리그 E조 1차전 경기에서 독일에 2-1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일본은 전반에 20%도 되지 않는 볼 점유율로 사실상 경기 흐름을 독일에 내줬다.
공수를 겸비한 다비드 라움(24·RB 라이프치히)이 계속해서 왼쪽을 공략하며 일본 수비수 사카이 히로키를 괴롭혔고, 결국 페널티박스 안에서 골키퍼 곤다 슈이치로부터 파울을 얻어냈다.
전반 33분 페널티킥 키커로 나선 일카이 귄도안이 침착하게 중앙으로 공을 차 득점에 성공했다.
일본 신성 쿠보 다케후사(21·레알 소시에다드)는 피지컬 싸움에서 밀렸다. 어쩌다 공격 찬스가 와도 거구의 센터백 안토니오 뤼디거(29·레알 마드리드)에게 번번이 막혔다.
후반전 초반에도 유망주 자말 무시일라(19·바이에른 뮌헨)가 일본 페널티 박스 안에 모인 6명의 일본 선수를 농락하는 드리블 쇼를 펼치는 등 독일이 공세를 이어갔지만 모리야스 감독의 교체 투입으로 곧장 분위기가 바뀌었다.
여기에 전반전 측면 돌파를 책임졌던 라움이 동력을 상실하자 독일은 점차 흔들리기 시작했다.
모리야스 감독이 57분에 투입한 공격수 아사노 타쿠마는 몇 차례 결정적인 찬스에서 기회를 살리지 못하며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 71분과 74분에 도안 리츠(24·프라이부르크)와 미나미노 타쿠미(27·AS모나코)를 투입하자 75분에 동점골이 터졌다.
골대 근처에서 공을 받은 미나미노가 곧장 슛을 노렸고 독일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가 가까스로 쳐냈다. 도안은 흘러나온 공을 놓치지 않고 득점으로 연결했다.
교체로 들어간 선수 두 명이 모두 동점골에 관여한 것이다.
여기에 아사노는 경기 막판인 83분에 하프라인보다 훨씬 멀리서 날아온 크로스를 정확한 터치로 잡아 독일 수비수를 달고 골대까지 질주해 좁은 각도에서 강한 슛으로 역전골을 만들어냈다. 아쉬운 골 결정력을 한 방에 날려버렸다.
이날 일본의 볼 점유율은 28% 불과했지만 적재적소에 쓴 교체 카드가 모두 빛을 발하며 독일로부터 귀중한 승점 3점을 따냈다.
독일은 일본보다 2배 많은 19개의 슈팅을 날렸는데도 고배를 마셨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한국전에 이어 아시아 국가에 뼈아픈 한 방을 맞았다.
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