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개봉한 영화 ‘올빼미’가 좀체 회복세를 찾지 못하는 극장가에 확실한 한 방이 될 조짐이다. ‘올빼미’는 개봉 첫 주말이던 25~27일 63만여 명의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이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올빼미’는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소현세자(김성철 분)의 죽음을 목격한 주맹증 침술사 경수(류준열 분)가 진실을 밝히고자 나서면서 벌어지는 픽션이다.
이미 개봉 전 작품성과 영상미로 입소문을 타며 화제작이 됐던바, 과연 얼마의 관객이 극장 문턱을 넘을지 호기심을 끌고 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이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것 중 하나는 유해진, 류준열의 팽팽한 연기 대결. 유해진은 물론이거니와 낮에 앞이 보이지 않는 주맹증을 앓는 침술사 경수를 연기한 류준열은 대표작을 갈아치울 만한 열연을 118분 동안 스크린에 촘촘히 기록했다. ‘올빼미’ 촬영 내내 게을렀던 자신을 부끄러워하던 류준열이 실은 얼마나 부지런하게 작품에 임했는지 인터뷰 내내 진심을 내보였다. -영화를 본 주변 반응은 어떤가. “문자가 많이 왔다. 극장에 사람이 너무 없는데 반응을 얻고 있다는 얘기들에 팀 분위기가 좋다.”
-주맹증을 앓는 침술사 캐릭터는 어떻게 연구했나. “솔직히 나는 게으른 편이라 핸디캡이 있는 인물, 표현할 게 많은 인물은 상대적으로 지양하는 편이다. 내 안에 있는 것을 꺼내 쓰는데 배우로서는 게으른 것이다. ‘올빼미’는 그런 게으름을 버리려고 애를 썼다. 앞선 역할들이 그렇다고 거저 얻은 것은 아니다.”
-주맹증에 대한 연구도 했나. “사실 게으르다 보니(웃음). 장시간 같이 생활하거나 심층 인터뷰를 하지는 않는다. 주맹증을 실제 앓는 분과 식사와 인터뷰를 하는 정도였다. 어려서 친지 중에 맹인을 만났던 기억이 있다. 눈을 보통 사람들이 뜨는 것처럼 안 뜨니 내가 보기에는 꿈을 꾸고 있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가 아니기 때문에 고증도 중요하지만 인물의 심리, 심정이 더 중요하다고 느꼈다. 관객들도 앞이 보이지 않는 설정이 진짜냐, 가짜냐에 집중하지 않을 것이다.” -영화에 대한 접근은 어떻게 했나. “테크니컬적으로 접근했다. 다른 작품들보다 테이크도 많이 갔다. 대부분 배우가 하는 실수가 작품에서 자기감정에 솔직해버리면 보는 사람이 불편할 수 있다. 왜 배우만 오버할까 하는 느낌말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감독과 쉴 새 없이 얘기를 하며 실수를 줄이려 했다.”
-촬영하며 스트레스나 부담은 없었나. “늘 하던 것과 다르게 표현해야 했다. 그럴 때 감독님이나 촬영 감독님과 대화를 하고 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다 보니 스트레스가 풀어지기도 전에 촬영이 끝나있었다. 촬영, 조명 스태프들과 예전부터 함께 일해오던 친한 형들이라 스크린 골프를 같이 치는 등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 때도 있었다. 이게 큰 힘이 됐다.”
-무엇보다 유해진과 세 번째 호흡이 눈에 띄는데. “선배와는 애틋한 게 있다. ‘봉오동 전투’ 때 처음 만났고 ‘택시운전사’ 때 잠깐 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열심히 해 정도의 느낌이었다. ‘올빼미’까지 만나면서 짧은 배우 인생의 시작과 중간 지금까지 나를 지켜봐 준 것 같다. 이번에는 쉽게 할 수 없는 얘기를 많이 해줘 선배님에서 형이 됐다.” -일반 시사 당시 잘생긴 유해진에 질투하던데. “관객들이 해진 선배에게 ‘잘 생겼다’ 하는데 나한테 그런 소리를 안 하니 서운하더라. ‘같은 그림체인데 왜 나는?’ 농담이었다. 하하하.”
-침을 놓는 연습은 어떻게 했나. “한의사가 현장에 와서 지도했다. 내 몸에 침을 놓기도 했다. 두루마리 휴지를 눕혀서 침을 놓는 연습을 하는데 휴지에 수없이 많은 침을 놓으면서 익혔다. 그러다 한의원에 갈 일이 있었는데 침술사로 나온다고 하니 알아서 침을 놓으라는 농담도 들었었다. 그 인연으로 액션이 많은 차기작 ‘머니게임’을 찍으면서도 침을 맞고 있다. ‘올빼미’ 시사에도 초대했다.”
-힘없는 백성이 궁에 들어가 사건을 해결하는 얘기는 믿기지 않는데. “경수의 핸디캡 자체에 집중하기보다는 상징성을 봐줬으면 한다. 핸디캡은 권력을 가지고 있는 않은, 처지가 어려운 사람들을 표현하는 장치다. 평민, 백성이 궁에 들어가 절대 권력을 가진 왕족의 사건의 중심에 선다. 어쩌면 지금 사회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얘기가 아닐까. 경수가 절대 권력의 힘을 바꾸거나 어떤 효과를 낼 수 있는 게 아니다. 엔딩에서 봤듯 결말에 큰 영향을 미치지도 않는다.” -영화가 시사하는 바가 크게 느껴졌는데. “영화가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이라고 하던데 작품이 일부러 이 시기에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관객들이 얼마나 선택할지도 모르겠다.”
-함께 연기한 최무성, 김성철과는 어땠나. “최무성 선배는 ‘응답하라 1988’ 때 만났는데 개인적 교류가 있지 않았다. 말없이 묵묵한 역할을 연기한 기억이 있는 채로 만났는데 너무 푸근하고 농담을 잘하시더라. 김성철이 소현세자 역을 안 했을까 하는 안도감이 든다. 영화 속 캐릭터들이 강강강만 보이는데 김성철이 숨통을 트였다.”
-살이 많이 빠져 보이는데. “지금 찍고 있는 8부작 머니게임 때문에 살을 뺐다. 오후 6시 이후로는 뭘 안 먹는다. 밥은 반 공기만 먹고 있다. 현재 60kg 초반쯤 체중이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한국의 100대 명산처럼 작품을 100개 정도 찍고 싶다. 나는 일할 때가 제일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