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28일(한국시간) 카타르 알 라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에서 가나에 2-3 패했다. 전반 두 골을 내주고도 후반 13분과 16분 조규성의 잇따른 헤딩 골로 동점을 만들었으나, 후반 23분 모하메드 쿠두스에게 결승 골을 허용했다.
결과는 아쉬움을 남겼지만, 선수들은 마지막까지 모든 힘을 쥐어짜 싸웠다.
황인범(올림피아코스)은 후반 18분 상대 선수와 공중볼 다툼 과정에서 머리를 다쳤다. 출혈이 발생해 그라운드 밖에서 치료받고 붕대를 감았다. 황인범은 심판의 사인과 함께 그라운드로 들어오자마자 전력으로 뛰어 수비에 가담했다. 잠시 후 붕대가 불편했는지 이를 벗어던졌고, 경기가 끝날 때까지 뛰었다.
김민재(나폴리)도 부상 투혼을 펼쳤다. 지난 24일 우루과이와의 1차전 도중 오른쪽 종아리 근육 부상으로 가나전 출전조차 불투명했다. 벤투호는 경기 시작 직전까지 김민재의 몸 상태를 살피며 플랜B를 준비했다. 김민재는 강한 출전 의지를 선보인 끝에 선발로 나왔다. 후반 중반 다리에 불편함을 호소하며 한 차례 경기장에 넘어진 김민재는 후반 추가 시간에 결국 쓰러졌다. 상대 역습을 차단한 뒤 스스로 벤치에 교체 사인을 보냈다. 결국 후반 45분 권경원(감바 오사카)과 교체되며 그라운드를 빠져나왔다.
김진수(전북)는 후반 5분 공중볼 경합에서 상대 선수의 머리와 충돌해 입술이 터졌다. 잠시 거즈를 입에 물고 뛰었다. 최전방 스트라이커 조규성(전북)은 공중볼을 다투다가 몇 차례나 머리를 움켜쥐며 넘어지기도 했다.
이달 초 안와 골절로 수술대에 오른 손흥민(토트넘)은 마스크 투혼을 펼치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회복하기 위해 수술을 앞당겼고, "단 1%의 가능성만 있다면 그 가능성을 보며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앞만 보며 달려가겠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아직 부상 부위가 다 낫지 않아 완벽한 몸놀림을 선보이진 못했지만, 2경기 모두 풀타임을 소화했다. 특히 가나전에서는 시저스킥과 헤딩슛을 시도하며 몸을 아끼지 않았다. 안정환 MBC 해설위원은 손흥민의 헤딩 시도를 안타까워하며 "한국을 위해 몸을 던진다"라고 했다.
한국 축구는 역대 월드컵에서 부상 투혼을 발휘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이임생이 벨기에전 도중 머리에 피가 나도 붕대를 감고 뛰었다. 4강 신화를 쓴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는 특히나 선수들의 투혼이 도드라졌다. 황선홍은 조별리그 미국전에서 머리에 출혈이 발생하자 붕대로 감고 뛰는 '핏빛 투혼'을 펼쳤다. 김태영은 한일 월드컵 이탈리아전에서 상대의 거친 몸싸움에 코뼈 골절 부상을 입었고, 이후 마스크를 쓰고 경기를 소화했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는 스위스전에서 헤딩 경합을 하다가 이마가 찢어졌는데, 피가 흐르는 이마를 붕대로 동여매고 끝까지 뛰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직전 세네갈과 평가전에서 이마가 7㎝ 찢어진 이용은 스웨덴과 F조 1차전에 머리에 붕대를 감고 선발 출전했다.
카타르에서도 태극전사의 투혼이 이어지고 있다. 조규성은 경기 후 "(포르투갈과의) 한 경기가 남았기 때문에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열정을 불사르겠다. 열심히 할 테니까 끝까지 믿고 응원해주시면 실망스럽지 않은 경기로 보답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