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상하다.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이 안갯속이다. 다음 달 3일 예정된 포르투갈과 조별리그 H조 3차전을 무조건 이겨야 한다. 지금까지 대표팀의 두 경기를 지켜보면서, 이전 월드컵보다 선수들의 기량이 확실히 올라왔다는 걸 느꼈다. 4년 동안 준비해왔던 색깔을 잘 보여주고 있다. 불운하게 좋은 결과가 따라오지 않았을 뿐이다. 죽을 둥 살 둥 뛰는 후배들이 안타깝다.
가나 선수들은 패스 위주의 축구보다 개인 기량에 의존한 돌파를 했다. 돌파는 좋았다. 하지만 경기 초반을 보면, ‘대표팀이 가나를 이길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속 코너킥을 계속 시도하지 않았나. 그때 한 골만 들어갔더라면 분위기를 완전히 잡을 수 있었다. 반면 가나는 어려운 흐름에서 잘 버텼고, 자신들이 흐름을 가져왔을 때 득점에 성공했다. 그 차이였다.
대표팀은 전반에 세트피스 상황에서만 2실점을 했다. 첫 번째 실점에선 대표팀은 파울을 하지 않아도 될 장면에서 파울을 범했다. 이후 세트피스 상황에서 수비를 두 줄로 세우더라. 두 줄 수비로 라인을 내리기보다 일직선 수비를 세워 라인을 끌어올렸으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했다. 라인을 올렸다면 크로스가 넘어오더라도 문전에서 넥스트 플레이로 득점하기 까다로웠을 것이다.
세 번째 실점이 뼈아팠다. 이냐키 윌리엄스가 헛발질했다. 뒤에 있던 모하메드 쿠두스가 골망을 갈랐다. 후반 23분이었다. 사실 이 시간대에 수비수가 상대 공격을 막는 건 어렵다. 수비수들이 정신력과 체력 면에서 힘든 상황이다. 몸이 따라주지 않더라. 세 개의 실점 모두 라인을 내린 상황에서 나왔다. 문전 앞에만 몰려있었다. 맞붙는 포인트를 앞선으로 옮겨야 했다.
이강인 투입 타이밍은 나쁘지 않았다. 투입되자마자 조규성이 헤딩 슛을 시도하기 좋게 낮고 빠르게 깔리는 크로스를 올리지 않았나. 크로스 타이밍이 너무 좋았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후반에 작은 정우영 대신 나상호를 교체 투입해 측면을 흔든 다음 권창훈을 빼고 이강인을 투입할 계산이었다. 측면을 먼저 공략한 다음 미드필더에 힘을 넣어 공격적으로 나서려는 의지가 강했다.
포르투갈은 우루과이, 가나전보다 훨씬 더 힘든 경기가 예상된다. 포르투갈은 16강 진출을 확정했지만, 스타 선수들이 출격할 것이다. 지칠 대로 지친 수비수들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무소속) 브루노 페르난데스(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베르나르두 실바(맨체스터 시티) 등과 싸우는 게 부담이 될 것이다. 러시아 월드컵 때 독일을 2-0으로 꺾은 ‘카잔의 기적’을 기대해야 할까.
포르투갈에는 중원에서 천재적인 플레이를 하는 선수들이 많다. 내가 봤을 때 중원은 어느 정도로 싸워볼 만하다. 포르투갈 중원에서 최전방으로 향하는 강한 임팩트를 막아내느냐가 관건이다. 후방 라인의 집중력이 더 좋아야 한다. 가나전에선 김민재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수비 라인이 뒤로 물러섰다. 물러서면 답이 없다. 미드필더와 최종 수비 라인의 공간을 좁혀야 한다.
가나전에서 퇴장 카드를 받은 벤투 감독은 벤치에 앉지 못한다. 큰 문제다. 벤투 감독이 최종 결정을 내리는 사령탑 아닌가. 잘 정돈된 조직력으로 훈련했다고 하지만, 경기는 다르다. 경기장에서는 경우의 수가 엄청 많다. 돌발 상황이 속출한다. 중간에 최종 결정을 내리는 감독이 없다면, 우왕좌왕한다. ‘벤투 사단’ 세리지우 코스타 수석코치의 역량을 믿어야 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