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36·KT 위즈)가 '2022 조아제약 프로야구 대상' 최고타자상을 차지했다. 정규시즌 홈런 35개를 때려내며 타이틀을 차지한 그는 장타율(0.559·3위) 타점(98개·6위)에서도 상위권에 올랐다.
사연 있는 수상이다. 박병호는 2020~2021년 부진했다. 타율은 2할 2푼대로 떨어졌고, 홈런도 21개 이상 치지 못했다. 2021시즌 종료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지만, 에이징 커브(일정 나이가 넘으면 기량이 저하되는 현상) 우려 탓에 원소속팀 키움 히어로즈와의 협상이 지지부진했다. 결국 떠밀리듯 KT로 이적했다. 계약 규모(3년 총액 30억원)도 이름값에 비해 적었다.
박병호는 2022시즌 개막 전 "이렇게 안 좋은 모습으로 끝낼 순 없다. 야구 인생 마지막 도전에 나설 것"이라며 재기 의지를 불태웠다.
개막 첫 달(4월) 리그 타자 중 두 번째로 많은 삼진(32개)을 당하며 부진했던 박병호는 5월 출전한 24경기에서 홈런 11개를 치며 반등했다. 6월 10개를 더 추가, 홈런왕을 향해 독주했다. 후반기엔 오른발목 부상 탓에 생산 페이스가 떨어졌다. 그러나 복귀 뒤 2경기 연속 대타로 나서 홈런을 때리는 괴력을 보여줬다.
슬럼프도 있었다. 이동 발(왼발)을 떼는 타이밍을 빠르게 해 효과를 봤지만, 이내 상대 투수들의 변화구 승부에 고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멘털과 기술을 잘 가다듬었다. 박병호는 "이강철 (KT) 감독님이 '삼진을 많아 당해도 되니까 자신 있게 돌리라고(스윙하라고) 당부하셨다. 심적으로 안정감이 생겼다. 타격 파트 코치님들과도 자주 대화를 나누며 문제점에 접근한 덕분에 빨리 제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보란 듯이 재기한 박병호는 개인 통산 6번째 홈런왕을 차지, 이 부문 KBO리그 최다 기록을 썼다. 역대 최초로 '9년 연속 20홈런'을 달성하기도 했다. 통산 홈런 순위에서도 4위(362개)에 올랐다.
박병호가 조아제약 프로야구 대상에서 최고타자상을 받은 건 2014·2015·2018년에 이어 네 번째다. 그는 2012·2013년엔 대상을 수상했다.
단상에 오른 박병호는 "홈런 타자에 걸맞은 성적을 내기 위해 30개를 목표로 잡았다. 다시 해내서 뿌듯하다. 오랜만에 시상식에 참석해 기쁘다. 다음 목표는 (38개 남은) 통산 400홈런이다. 내년에 이루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KT 이적 뒤 스프링캠프를 맞이하기 전, 김강·조중근 타격 코치님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다시 예전 성적을 낼 수 있다'고 확신해주더라. 올 시즌에도 내 이른 출근 시간에 맞춰 빨리 야구장에 와서 함께 훈련을 도와주셨다. 덕분에 다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것 같아서 감사드린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