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1위 CJ제일제당과 이커머스 '공룡' 쿠팡이 힘겨루기하고 있다. 마진율 협상 갈등 끝에 발주 중단 사태까지 간 양사는 서로를 향해 '갑질'을 하고 있다며 날 선 공방 중이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달 초 CJ제일제당(이하 CJ)의 '햇반'과 더불어 '비비고만두', 김치, 가정 간편식 등 전체 품목의 50%가량 상품 매입을 중단했다. 현재 남은 재고가 모두 소진되면 쿠팡에서 판매가 중단된다. 갑질 공방의 핵심인 납품 마진율을 두고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린다.
CJ는 쿠팡 측이 무리한 마진율 인상을 요구했고 이를 거절하자 일방적으로 상품 발주를 중단했다고 주장했다. 양사의 올해 계약 기한은 이달 말까지인데, 계약 종료 기한을 약 한 달 남긴 채 일방적으로 발주를 중단했다는 것이다.
반면 쿠팡은 CJ가 계약 당시 약속한 물량 등을 지키지 않아 발주 중단 조치를 했다고 맞서고 있다. CJ는 그동안 쿠팡에 햇반과 만두 등 1000여 가지에 달하는 품목을 납품했는데, 당초 계약한 물량의 50~60%만 보내왔다는 것이다. 쿠팡이 CJ의 인기 제품인 햇반 100개를 주문하면 60개 정도만 보내는 식이다. 쿠팡 측은 CJ 측이 약속한 물량을 보내지 않으면서 미리 확보한 물류센터 공간만 낭비해 당사와 다른 파트너사의 손실로 이어졌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CJ는 쿠팡에 약속한 발주 물량을 모두 납품하지 않은 제품은 햇반 등 일부 품목에 불과하다고 맞서고 있다. 쿠팡 측은 "일방적인 요구를 유통 업체가 무조건 수용하면 그 피해는 결국 소비자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히트 브랜드가 많은 대기업 제조사 앞에서 유통 업체가 일방적인 납품 강요는 할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CJ 측은 "내년도 마진율 협상이 이번 사태의 원인이다. 쿠팡이 무리하게 높은 마진율을 요구하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길들이기 차원에서 발주를 끊었다"고 주장했다.
이번 공방은 서로 남을 것 없는 다툼이다. CJ는 국내 즉석밥 시장 점유율 70%를 차지하고 있는 햇반 외에도 김치와 비비고 만두 등 다양한 메가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쿠팡은 네이버와 함께 국내 이커머스 업계의 리더로, 로켓배송을 앞세워 수많은 충성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 싸움이 길어질수록 양사 피해와 이미지 타격만 커진다.
그러나 당분간 자존심 싸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과 갈등 중인 가운데 조만간 CJ의 대표 상품들이 타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프로모션을 펼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유통 채널이 줄어들면 결국 CJ도 손해고, 쿠팡도 아쉬운 처지다. 일부에서 양측의 갈등이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