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험, 환경, 가족, 드라마가 있는 작품.” 판도라의 바다, 그 새로운 세계가 13년 만에 베일을 벗는다.
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콘래드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영화 ‘아바타: 물의 길’ 내한 기자간담회가 열린 가운데, 거장 제임스 카메론 감독을 비롯해 존 랜도 프로듀서, 샘 워싱턴, 조 샐다나, 시고니 위버, 스티븐 랭이 자리해 영화의 준비과정과 의미를 되짚는 시간을 가졌다.
본격 간담회 시작에 앞서 영화 주역들은 내한한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카메론 감독은 “한국에 와서 기쁘다”면서 “뜨거운 관심을 보여주고 있는 게 느껴진다. 아주 훌륭한 배우들을 모았다. 따로 수식어가 필요 없는 이들이다”고 자신했다. 샘 워싱턴은 “한국에 와서 너무 좋다”고 입을 뗐고, 조 샐다나도 “한국에서 ‘아바타’가 얼마나 인기 있었는지 안다. 다음 여정을 보여주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며 웃음 지었다. ‘아바타: 물의 길’(‘아바타2’)은 판도라 행성에서 제이크 설리(샘 워싱턴 분)와 네이티리(조 샐다나 분)가 이룬 가족이 겪게 되는 무자비한 위협과 살아남기 위해 떠나야 하는 긴 여정과 전투, 그리고 견뎌내야 할 상처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다.
2009년 혁신적인 기술력으로 신드롬을 일으키며 월드와이드 역대 흥행 순위 1위를 기록한 ‘아바타’의 후속편으로, 전편에 이어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고군분투 끝, 13년 만에 영화를 선보이게 됐다.
2편에서 드러나는 주요 메시지는 가족, 환경이다. 카메론 감독은 “배우들도 그렇고 우리 모두 가정을 꾸리고 있는 사람들이다. 모두동의하겠지만 가족은 가치 있는 주제다”면서 “함께할 때 가족이 더 강인해진다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1편에 이어 2편에서 관통하고 있는 메시지에 관한 이야기도 오갔다. 카메론 감독은 “아무 이유 없이 바다와 환경을 파괴하고 자원을 탈취하는 것들을 그리고 싶었다”면서 “탐험가, 다이버로서 실제로도 나는 수천 시간을 바다에서 보내고 있다”고 했다. 해양이 인류에게 가져다주는 의미도 잘 표현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감독은 “무의식적이든 의식적이든 (해양의 중요성을) 느끼고 있다. 지구에서의 모든 삶을 가능하게 하는 원천이다”면서 “많은 해양 생물 종이 멸종 위기에 처해있다. 돌고래들도 특히 그렇다”고 짚었다.
카메론 감독은 다시금 영화의 메시지를 드러내며 “탐험, 가족, 드라마가 담겨 있다. 이것은 한 번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잔상으로 남아 우리에게 무언가를 느끼게 하고 생각하게 한다”면서 “가르치기보다 느끼게 하는 영화다. 바다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던져준다”고 했다.
무엇보다 개봉 전부터 이목을 끈 것은 3시간 10분의 러닝타임. 카메론 감독은 “같은 돈을 내고 더 많은 시간을 보면 좋은 게 아니냐”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가성비가 좋은 것이다. 같은 돈 내고 소고기 더 나오는 것과 비슷하다”면서 “(러닝타임이 긴 게) 나쁜 게 절대로 아니다. ‘타이타닉’같은 경우에도 괜찮게 흥행했다. 영화를 본 사람 중 길다고 말한 이들이 없다. 다다익선이라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드러냈다. 제이크 설리와 네이티리의 로맨스로 시작된 ‘아바타’의 서막은 ‘아바타2’에서 가족의 이야기로 확장된다. 다섯 명의 자녀를 둔 제이크 설리와 네이티리는 가족을 위해 바다로 터전을 옮기고 RDA의 침략으로부터 다시 한번 판도라 행성을 지키기 위해 멧케이나 부족과 함께 목숨을 건 전쟁에 뛰어든다.
설리 가족의 중심을 연기하는 샘 워싱턴은 “가족을 위해 못 할 게 없다”면서 “1편은 제이크가 새로운 문화에서 눈을 뜨고 새로운 사랑을 만나는 여정이었다면. 2편에서 제이크 설리는 이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내한에는 ‘아바타’에서 사망한 줄 알았던 시고니 위버와 스티븐 랭이 참석해 팬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시고니 위버는 앞서 ‘아바타’ 1편에서 나비족들과 공존하고자 하는 그레이스 박사 역을 맡았다. 스티븐 랭이 연기한 마일즈 쿼리치 대령은 제이크 설리(샘 워싱턴 분)와 대결 끝에 사망한 것처럼 묘사됐다.
새롭게 등장하는 부족들도 있다. 멧케이나 부족인 토노와리, 로날, 츠이레야의 얼굴은 영화의 진화된 기술력과 독보적인 영상미를 자랑한다. 제작진의 압도적 기술력이 한 데 모여 완성된 ‘아바타2’의 주요 배경은 수중세계다. 카메론 감독이 특히 수중세계에 관심을 들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감독은 “내셔널 지오그래픽 다큐멘터리도 함께 한 경험이 있고 심야 탐험을 8번 했다. 개인적으로 바다는 나에게 중요했다”면서 “항상 개인적 삶과 영화감독으로서의 삶을 다 가져가고 싶다는 소망이 있다”고 털어놨다.
배우들 또한 수중 촬영 과정을 돌이켰다. 조 샐다나는 “굉장히 훈련을 많이 받아야 했다”면서 “촬영이 쉽지 않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다이버들과 특훈했다. 우리의 움직임에 감정이 드러나야 했다. 편안하게 (물을) 느끼며 물 안에서 모든 에너지를 연기로 승화시켜야 했다”며 연기에 중점을 둔 부분을 밝혔다.
이를 듣던 카메론 감독은 “정신으로 극복할 일이었다”면서 “배우들의 정신이 무장되어 있어야 했다. 무엇보다 훈련과 준비과정을 받아들일 마음의 그릇이 중요했다”고 연출가로서의 생각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작품 촬영 이전 물에서 30초도 숨을 참지 못했던 시고니 위버 또한 이후 6분까지 참게 됐다고. 시고니 위버는 “감독은 우리에게 어떤 요구를 할 때 그만큼의 지원을 해준다. 훌륭한 트레이너, 해군들과 함께 1년 동안 트레이닝을 받았다”며 감독에 감사를 표했다. 카메론 감독의 한국 사랑도 잔뜩 느낄 수 있던 시간이었다. 감독은 “한국은 나에게 중요한 시장”이라면서 “한국에 ‘아바타’ 팬들이 많은 것도 알고 있다. 한국은 전 세계 영화 업계 표준 만들어 가는 곳”이라고 표현했다.
간담회 말미 주최 측은 ‘아바타: 물의 길’ 여섯 글자를 한국의 민화와 글자로 표현한 선물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에 감독과 배우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피켓을 흔들어 하나의 파도를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