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사이에 '얼죽코' '얼죽골'이라는 신조어가 유행이다. 각각 '얼어 죽어도 코트를 입겠다' '얼어 죽어도 골프를 치겠다'는 뜻으로, 멋과 개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세대라는 걸 엿볼 수 있다. 패션업계는 젊은이들의 이런 경향이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이후 첫 겨울을 맞이하면서 더 극대화될 것으로 보고 관련 아이템을 쏟아내고 있다. 본격적인 한파에도 멋쟁이가 되길 원하는 이들을 위해 올겨울 필수 아이템을 살펴본다.
롱 패딩 대신 이것
30대 직장인 A 씨는 최근 캐시미어 소재의 롱 코트 한 벌을 샀다. 장롱 안에 발끝까지 오는 유명 명품 브랜드의 롱 패딩이 세 벌이나 있지만, 올해만큼은 왠지 또 다른 겨울 코트를 장만하고 싶었다고 한다. A 씨는 "정가는 100만원이 훌쩍 넘는 옷인데 소재가 캐시미어라서 그런지 예쁘긴 해도 보온성은 롱 패딩만 못하더라"며 "이 코트를 입은 퇴근길에 '너무 춥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이 클래식하고 정말 마음에 들어 참고 입기로 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패션부문은 엔데믹의 영향으로 올겨울에는 방한보다는 격식을 차린 코트가 부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긴 기장과 여유로운 실루엣이 멋스러움을 더하는 오버사이즈 코트가 유행할 것이라고 봤다.
기장이 허리춤까지 오는 숏 패딩도 인기다. 패딩이란 옷 안에 솜이나 오리털 등의 충전재를 넣고 누비는 방식을 뜻한다. '다운재킷'이나 '패디드재킷'이 정확한 용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통상 '패딩'이라고 부른다. 길이가 길면 롱 패딩, 짧으면 숏 패딩이라고들 부른다.
우리나라는 2018년 평창올림픽 당시 국가대표 선수들이 온몸을 감싸는 긴 패딩을 입기 시작하면서 롱 패딩 붐이 일었다. 색깔도 검은색이나 하얀색으로 주로 고정돼 있었고 경기장에서 입는다면서 '김밥 패딩' '벤치 패딩'이라는 별칭이 붙었지만 불티나게 팔렸다. 그러나 지난해부터는 롱 패딩 인기가 쏙 들어가고 짧은 기장의 숏 패딩이 대세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롱 패딩 특유의 무겁고 둔한 이미지 대신 보온성을 유지하되 날렵한 몸매를 뽐낼 수 있는 스타일을 추구하는 소비 경향 때문이다.
각 브랜드도 관련 제품 출시에 열심이다. 노스페이스는 최근 인기 숏 패딩 라인인 '눕시 다운 재킷'을 선보였다. 이번 시즌에는 화려한 패턴과 레터링을 넣어 디자인적 요소를 강화했다. 또 리사이클링 소재와 윤리적다운 인증을 받은 충전재를 적용해 가치 소비 트렌드도 더했다. 휠라는 '화이트락 다운 컬렉션'을 출시했다. 보온성에 실용성을 더해 평상시에도 입기 쉬운 일상복으로 재해석한 것이 특징이다. 이번 컬렉션은 엉덩이까지 덮는 중기장의 헤비 다운 재킷과 야상형 다운 재킷, 허리선의 짧은 기장인 봄버 숏 다운 재킷으로 구성됐다. 휠라 관계자는 "올해 스포티한 고프코어룩(아웃도어 웨어를 일상복과 함께 연출하는 착장 방식)이 유행해 그에 맞춰 디자인과 활동성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유니버설 패션 브랜드 하티스트는 최근 베스트 상품인 핸드메이드 울코트에 공기를 넣어 입을 수 있는 조끼 '허기'를 결합한 '에어 베스트 위드 코트'를 출시했다. 패딩 안에 들어있는 충전재는 털의 공기층이 일종의 벽 역할을 하며 외부 공기 침투를 막고 내부 공기 유출을 막아 보온성과 멋까지 동시에 잡았다. 여성복 브랜드 올리비아로렌은 '코트 여신'이라는 애칭을 가진 이지아를 내세워 다양한 롱코트를 선보이고 있다. 임지연 삼성패션연구소장은 "외부 활동이 재개되면서 올겨울 아우터의 비중이 그 어느 때보다 늘어날 것"이라며 "스타일로 자신을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에 따라 코트나 간편한 점퍼형 아우터, 활동성을 강조한 숏 패딩은 올겨울 필수 아이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멋이란게' 폭발하고 싶다면
코트와 숏 패딩만으론 '너무 춥다'고 생각된다면 다른 겨울 아이템으로 극복이 가능하다. 바로 모자와 신발이다. 골프웨어 브랜드 힐크릭은 필드는 물론 일상에서도 멋스럽게 활용할 수 있는 겨울 모자 아이템 3종을 최근 선보였다. 이 중에서도 가장 큰 인기를 끄는 품목은 '플리스 트루퍼 캡'이다. 일명 '군밤장수 모자'로 불리기도 하는 이 제품은 풍성한 퍼 느낌의 플리스 소재를 적용해 체온 보호 기능뿐만 아니라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더했다. 얼굴이 화사해 보이는 아이보리 컬러로 패션을 생각하는 이들의 만족도를 높였다.
또 다른 신제품인 '버블포인트 버킷햇'은 귀와 얼굴 측면을 덮어주는 이어 플랩 형태로 보온 효과가 뛰어나다. 이어 플랩은 얼굴형에 맞게 사이즈를 조절할 수 있고, 탈착이 가능한 방울 퍼로 귀여움을 더했다. 심플한 디자인에 안감 컬러 배색으로 포인트를 줘 격식 없는 스타일부터 세련된 스타일까지 다양한 라운딩룩에 믹스앤매치 연출이 가능하다. 힐크릭 관계자는 "외투만으로 스타일링에 승부를 보기에 자칫 단조로울 수 있다. 보온과 멋을 함께 챙길 수 있는 액세서리가 인기인 이유"라며 "이번에 선보인 겨울 모자 3종은 스타일에 경쾌한 포인트는 물론 체온 보호에 탁월해 골프장은 물론 일상생활에도 멋스럽게 매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노스페이스는 세련된 디자인과 보온성, 친환경을 생각하는 '윈터 슈즈' 신제품을 출시했다. 대표 제품 중 하나인 '보레알리스 부띠'는 발등 부위에 적용된 독특한 스트링 디자인이 특징인 라이프 스타일 방한화다. 숏 패딩, 플리스 재킷 및 야상 점퍼 등과 매칭하여 다양한 코디로 연출하기 좋다.
패션가에 새로운 유행이 본격화하면서 유통가도 신이 났다. G마켓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11월 1일~12월 1일) 코트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8%나 성장했다. 같은 기간 숏 패딩 매출은 15% 늘었다.
카카오스타일의 당일 배송 서비스 '직진배송'의 11월 28일~30일 3일간 패딩 거래액은 전주보다 2배 이상(128%) 급증했다. 같은 기간 '장갑' 거래액은 357%, '겨울 모자'는 5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올겨울은 그동안 집에만 머물렀던 멋 내기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이고, 새로운 유행 바람도 불면서 패션가도 활기를 띠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