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팔색조다. 새 작품마다 변화무쌍한 모습으로 등장해 전작의 캐릭터 소화력을 압살하는 매력을 선보인다. 재발견이라는 말도 이젠 무색할 지경이다. 배우 김고은이 이번에는 뮤지컬 영화 ‘영웅’으로 상상 이상의 능력치를 마음껏 포효했다.
오는 21일 개봉을 앞둔 ‘영웅’은 동명의 오리지널 뮤지컬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1909년 10월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일본 법정의 사형 판결을 받고 순국한 안중근 의사가 거사를 준비하던 때부터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까지, 잊을 수 없는 마지막 1년을 그린다. 이 작품을 단연 김고은의 무대라 칭하고 싶다.
극 중 김고은은 독립군의 정보원 설희 역을 맡아 복잡한 내면을 가진 캐릭터로 변신해 작품의 무게감을 담당한다. 그의 열창에는 좌중을 압도하는 탁월함이 있고 폭넓은 표현력은 몰입감을 드높인다. 함께 호흡을 맞춘 뮤지컬 계의 탑 배우 정성화 또한 “뮤지컬로 데려오고 싶은 노래와 연기”라고 끝없이 칭찬할 정도였다.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 시즌 2, ‘작은 아씨들’에 이어 ‘영웅’으로 올 한해만 총 세 편의 작품을 찍은 김고은. 데뷔 10년 차를 맞이하기까지 그는 쉴새 없이 달려왔다. 그에게 이번 작품의 의미를 묻자 “많은 감정 신으로 인해 힘들 때가 많았는데 그 순간이 잘 생각 안 날 정도로 정말 웃으면서 찍었다”며 “‘영웅’ 하면 ‘행복’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을 정도”라고 웃음 지었다.
〈일문일답①과 이어집니다〉 -기차 신이 인상적이었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원신, 원테이크로 찍었다. 카메라가 날아다니더라. 카메라와의 동선도 다 맞았어야 했고 일초를 앞당기고 수정하는데 20~30분이 걸리는 장비였다. 체력적으로 힘들었다. 11번 정도 테이크를 갔다. 욕심이 나서 여덟 번째 때 오케이가 났음에도 장비를 해체하면 못 할 것 같다는 생각에 한 번만다시 하겠다 하고 촬영 후 기절했다.”
-게이샤 분장을 하고 군무를 소화했는데, 안무 연습은 얼마나 했나. “안무 연습을 정말 열심히 했다. 그 장면에서 호흡을 같이 맞춘 배우들이 실제 뮤지컬 무대에서 안무하는 이들이다. 현장에서 그 특유의 느낌을 잘 가르쳐 줬다.”
-일본어 연기는 어렵지 않았나. “다행히 대사가 길지 않았다. 일본어는 아예 몰랐던 상태였다. 의미를 이해하고 연기하려 했다. 특히 현장에 일본어를 능통하게 하는 배우들이 많았기에 계속 물어봤다. 설희는 원어민처럼 일본어를 하는 이라, 발음이 맞는지 계속 확인하며 갔다. 현장에 일본어 선생님도 항상 있었다. 게이샤 영상도 많이 찾아봤다.”
-영웅 팀 케미스트리는 어땠나. “조화로웠다. 진주 언니의 공이 제일 컸다. 우리끼리도 ‘진주 없었으면 어떻게 했을까’와 같은 이야기를 많이 했다. 센스가 있고 유쾌한 것을 넘어 모두의 것을 다 받아주는 사람이다. 배욷르이 하나가 될 수 있게 해줬다. 이 팀에 속할 수 있어 나도 너무나 행복했다.”
-뮤지컬계에서도 활발히 활동하는 ‘한예종 10학번 동기’ 김성철, 이상이에게도 조언을 받았나. “작품을 촬영하며 제일 괴롭혔던 두 사람이다. 안 그래도 바쁜 두 사람에게 ‘어떻게든 스케줄 맞출 테니까 제발 한 번만 봐달라’고 빌고 울고 신세 한탄을 했다. 이 자리를 빌려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두 사람이 없었으면 이겨내기 힘들었을 것이다. 동기 사랑은 나라 사랑이다.”
-가수 데뷔할 생각은 전혀 없나. “팬미팅에서 뉴진스 안무도 선보이며 ‘하입고은’ 수식어도 얻었지만, 가수는 진지하게 할 생각이 없다. 모든 가수를 존경한다. 연기 열심히 하겠다.”
-어느덧 데뷔 10주년인데 저물어가는 2022년이 어떤 해로 기억될 것 같나. “감사한 한해로 기억될 것 같다. ‘청룡시리즈 어워즈’에서 데뷔년도에 상을 받고 정확하게 10년 후 주연상을 받은 것도 개인적으로 의미 있었다. 한해에 두편의 드라마가 모두 사랑을 받은 것도 감사하다. 시기적으로 영화 ‘영웅’까지 총 세 작품을 선보일 수 있게 됐다. 눈코 뜰 수 없이 바빴지만 행복했다. 오는 2023년에는 또 언제나 그랬듯 열심히 작품을 할 것이다.”
-끊임없이 활동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팬들에게서 받는 사랑이 원동력이다. 이번에 팬미팅을 준비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항상 촬영할 때 커피차도 그렇고 팬들의 서포트를 받기만 하는 기분이었다. 고맙다고 SNS에 올리지만 다른 길로 더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계속 생각하다 열게 됐다.”
-작품을 봐야 하는 이유와 우리 모두 잊으면 안 되는 이야기인 이유를 직접 밝힌다면. “우리의 역사를 가까이 느껴지게 해주는 영화다. 안중근 의사나 독립군들이 의인이었기에 의인이 아니었다고 느낄 수 있었던 것이 좋았다. 그들도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사람이다. 나라를 잃은 젊은 청년들이 희생을 앞뒀을 때 두려움도 있었을 것이다. 이들이 모여 우리나라를 지켜냈다는 것에, 우리 민족의 자긍심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작품이라 봤으면 한다.” -관람 포인트를 꼽는다면.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웅장한 사운드가 영화의 포인트다. 관람 팁은 혹시 모르니까 휴지를 꼭 들고 갔으면 좋겠다.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흐르다 보면 영화에 몰입하기가 어렵다.”
-김고은에게 ‘영웅’은 어떤 의미로 남게 될까. “윤 감독을 통해 사람을 대하는 태도와 마음을 또 한 번 배웠다. 따뜻하고 진실하게 사람을 대한다. 현장에 있는 모두의 이름을 다 외우고 하나를 부탁할 때도 꼭 이름을 이야기하며 부탁하는 모습이 있었다. 닮아가고 싶다. 또 많은 감정 신으로 인해 힘들 때가 많았는데 그 순간이 잘 생각 안 날 정도로 ‘영웅’은 정말 웃으면서 찍었다. ‘영웅’ 하면 ‘행복’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을 정도다. 노래 연습할 때는 많이 울었지만 영화를 찍으며 힘들었던 건 생각하고 돌이켜도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