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웅(롯데 자이언츠)-구창모(NC 다이노스)의 비(非) FA 다년계약 바통을 이어받을 다음 유력 주자 중 한 명은 오지환(32·LG 트윈스)이다. 차명석 LG 단장은 "오지환과 다년계약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당당하게 밝혔다.
오지환은 LG의 대체 불가능한 유격수다. 2009년 LG 1차 지명을 받고 입단해 이듬해 주전 유격수를 꿰찬 뒤 13년 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입단 초기에는 기대에 미치지 못해 비난을 받았지만, 최근 공·수·주에서 리그 최고 유격수로 자리매김했다. 넓은 수비 범위와 강한 어깨로 호수비를 선보인다. 까다로운 타구도 부드럽고 손쉽게 처리한다.
공격력도 좋아졌다. 올 시즌 142경기에서 개인 한 시즌 최다 홈런(25개) 타점(87개)을 기록했다. 장타력(0.470)을 바탕으로 클러치 능력(결승타 11개, 공동 6위)과 득점권 타율(0.320)도 뛰어나다.
튼튼한 몸도 강점이다. 올 시즌 내야수로는 수비 이닝 최다 3위(1167이닝)였다. 올 시즌엔 주장을 맡아 LG의 구단 역대 한 시즌 최다승(87승)을 이끌었다. 이달 초에는 개인 첫 골든글러브(유격수 부문)를 수상했다. 이런 요소들이 오지환의 몸값과 인기 상승을 이끈다.
오지환이 내년 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얻어 시장에 나간다면 타 구단의 강한 러브콜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LG는 '프랜차이즈 스타' 오지환을 미리 잡아두겠다는 계획이다. 차 단장은 "1월쯤 오지환 선수측과 다년계약을 논의할 계획이다. 가능하면 스프랭캠프에 앞서 계약을 맺으려 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LG는 이번 FA 시장에서 유강남(롯데, 4년 총 80억원) 채은성(한화 이글스, 6년 총 90억원) 이형종(키움 히어로즈, 4년 총 20억원) 등 주축 선수들을 잡지 않았다. 샐러리캡(총연봉 상한제) 초과 위험성이 있는 데다, 향후 오지환·고우석과의 계약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투자가 한정적이고 제한적인 환경에서 선택과 집중을 한 것이다.
LG에선 아직 비 FA 다년계약 전례가 없다. 오지환은 2019년 겨울, 한 차례 FA 권리를 행사해 4년 총 40억원에 LG와 계약이다. 당시 이 계약을 놓고서도 '오버 페이' 비난이 따랐는데, 오지환은 실력으로 이를 극복했다. 오지환은 당시 FA 계약에 대한 아쉬움을 밝히면서도 "다음 FA 계약 때 더 많이 받을 수 있게끔 하겠다"고 이를 악물었다. 현재 유격수 FA 최고 몸값은 김재호(두산 베어스)와 노진혁(롯데)이 갖고 있는 4년 총 50억원이다. 오지환이 둘의 계약 규모를 훌쩍 뛰어넘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차명석 단장은 "다년계약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1년 남은 FA 계약을 파기하고 바로 다년계약을 맺어도 된다. 아니면 FA 계약 4년을 준수하고 2024년부터 다년계약도 가능하다. 여러 가지 방안을 놓고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SG 랜더스 최정의 6년 최대 106억원 FA 계약이 참고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LG 구단 내부에서도 "(오지환과 다년 계약이) 100억원으로 되겠느냐"는 분위기다. 박민우(5+3년 총 140억원) 양의지(4+2년, 152억원) 등 초대형 계약이 터질 만큼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오지환 역시 '100억원 클럽' 가입이 가능해 보인다. 차명석 단장은 "샐러리캡 제도로 인해 조율이 필요하다. 오지환의 생각도 들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