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총수들이 연말연시에 해외 출장을 통해 글로벌 경영 강화에 나서고 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3’과 세계경제포럼의 연례 총회인 스위스 다보스 포럼 등을 통해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이 해외 출장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전용기’ 등 이동수단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5대 그룹 중 SK와 현대차, LG만 자가용 비행기를 운영하고 있고, 삼성과 롯데는 총수와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전용기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회장은 21일 삼성전자 베트남 연구개발(R&D) 센터 준공식 참석차 해외 출장길에 올랐다. 이날 이 회장은 서울 강서구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이용해 베트남으로 떠났다. 22일 베트남 R&D 센터 준공식에 참석할 전망인 이 회장은 “연구소 준공식을 한다. 잘 다녀오겠다”고 말하며 출국장을 나섰다.
이 회장은 이날 삼성그룹의 전세기를 타고 베트남으로 향했다. 전세기는 그룹의 소유가 아닌 임대 형식으로 빌리는 비행기다. 보통 전세기는 일반 여객기처럼 크지 않고 좌석 수가 30~40명 정도의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런 전세기는 총수를 비롯해 CEO와 VIP 등이 비즈니스 출장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삼성은 고 이건희 회장 시절에는 전용기를 3대 소유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2015년 전용기 3대 모두 대한항공에 매각하기로 결정하면서 지금은 전세기를 활용하고 있다. 이재용 회장의 ‘실용주의 스타일’로 인해 전용기를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관계자는 “이재용 회장은 격식을 차리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에 전세기를 이용하고, 가끔 일반 항공기를 타기도 한다”고 말했다.
5대 그룹 중 전용기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 SK다. 최태원 회장 등 CEO들이 사용하는 업무용 항공기가 2대다. 원래 1대였다가 2년 전 새로운 비행기를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 등은 글로벌 미팅이 많기 때문에 전용기를 타고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SK 관계자는 “멤버사들의 다양한 글로벌 비즈니스와 2030 부산 엑스포 유치 지원 등을 위해 복수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전용기 1대를 보유하고 있다. 정몽구 명예회장 시절부터 사용하던 업무용 전용기다. 정의선 회장은 미국과 동남아 등 해외 출장이 잦기 때문에 관련 CEO들과 함께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지난 1월 16~20일 열리는 다보스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스위스로 향할 예정이다.
구광모 회장도 고 구본무 회장 시절부터 활용했던 전용기를 이용하고 있다. LG그룹 소유의 전용기지만 LG전자 CEO들이 업무용으로 더 많이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 회장은 이번 다보스 포럼에 전용기를 타고 출장길에 오를 전망이다.
롯데는 5대 그룹 중에 유일하게 전세기나 전용기가 없다. 신동빈 회장은 일본과 동남아 출장 등을 통해 활발한 글로벌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그때마다 일반인과 같이 여객기를 타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관계자는 “예전에는 대기업들이 대부분 전용기를 보유했지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많이 매각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전용기를 운영할 경우 전담팀을 두어야 하는 등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기업들 전용기의 경우 매입 대금이 500억~15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전용기와 헬기 등을 관리하는 항공 전담팀을 두고 있다.
이번 다보스 포럼에는 적극적인 부산 엑스포 홍보를 위해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을 비롯해 이재용 회장, 정의선 회장, 구광모 회장, 신동빈 회장 등 5대 그룹 총수들이 모두 출동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