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63) 감독이 지휘하는 베트남과 김판곤(53) 감독이 이끄는 말레이시아는 27일 오후 9시 30분(한국시간) 베트남 하노이에 있는 미딩 국립경기장에서 2022 아세안축구연맹(AFF) 미쓰비시 일렉트릭컵(미쓰비시컵) 조별리그 B조 경기를 치른다.
지난 20일 미쓰비시컵이 막을 올렸다. 미쓰비시컵은 스즈키컵으로 불리다가 올해부터 일본 기업 미쓰비시 전기의 후원을 받으면서 명칭이 바뀌었다. 미쓰비시컵은 ‘동남아시아 월드컵’이라 불린다. 대회를 응원하는 국민 열기가 상당하다.
AFF 회원국 10개 팀이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 눈에 띄는 점은 한국인 사령탑 셋이 대회에 나선 것이다. 박항서 감독, 김판곤 감독, 그리고 인도네시아를 이끄는 신태용 감독이 미쓰비시컵 우승을 노린다.
미쓰비시컵은 박항서 감독에게 특별한 대회다. 박 감독은 지난 2018년 이 대회에서 베트남 대표팀에 트로피를 안겼다. 당시 베트남은 조별리그부터 무패를 질주하며 10년 만에 정상에 섰다. 이후 베트남은 2022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 진출 등 꾸준히 발전하며 동남아 축구 강팀 이미지를 굳혔다.
더욱이 이번 대회는 오는 1월 베트남과 결별하는 박 감독의 ‘라스트 댄스’가 펼쳐지는 무대다. 시작은 좋다. 베트남은 지난 21일 라오스를 6-0으로 대파하며 우승 후보의 저력을 선보였다. 베트남은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2연승을 거두면서 1위 자리를 빼앗는다는 계획이다.
김판곤 감독의 말레이시아도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1차전에서 미얀마를 꺾었고, 2차전에서 라오스에 5-0으로 쾌승하며 B조 선두로 올라섰다. 베트남까지 꺾는다면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면서 토너먼트 진출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올해 1월 말레이시아 지휘봉을 잡은 김판곤 감독은 아직 팀을 알아가고 구성하는 단계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6월 말레이시아를 43년 만에 아시안컵 본선 무대로 올려놓은 그는 이번 대회에서도 무실점 연승 행진을 이끌어 호평받고 있다.
두 감독의 지략 대결은 한 치의 물러섬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B조가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삼파전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두 팀 모두 한번 삐끗하면 조별리그 통과가 어려울 수 있다. 김판곤 감독은 박항서 감독과 맞대결을 앞두고 “하노이에서도 공격적으로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쓰비시컵은 10개 팀이 5개 팀씩 2개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른다. 각 조 상위 두 팀이 4강 토너먼트에 올라 우승팀을 가린다. 말레이시아는 베트남, 싱가포르, 미얀마, 라오스와 B조에 속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는 태국, 필리핀, 캄보디아, 브루나이와 A조에서 경쟁한다. 인도네시아 역시 지난 23일 캄보디아와 첫 경기에서 2-1로 승리하며 산뜻한 출발을 알렸다.